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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봉의 종횡무진 中國탐험 ②

정종욱 전 주중대사와 중국정치 내막을 벗긴다

후진타오·장쩌민 권력분점하며 윈·윈 게임중

  • 대담: 황의봉 동아일보 출판국부국장 전 베이징특파원

정종욱 전 주중대사와 중국정치 내막을 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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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권력분산 추세를 말씀하셨습니다만, 권력이양 과정도 관심거리입니다. 세계 최대의 인구를 다스리는 중국의 권력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등장하는 것인지 사실 신비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최고지도자가 등장하게 되는 겁니까?

“아직까진 중국에서 최고지도자의 등장과정이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습니다. 과거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시대에는 최고권력자가 지명하는 식이었죠. 그러나 이런 방식이 오늘날의 중국에서 적용되기는 어렵습니다. 제도상으로는 5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당대회에 참석한 2000여명의 대표들이 중앙위원을 뽑습니다. 2002년 11월에 열렸던 16차 당대회에서는 356명의 중앙위원(정위원 198명과 후보위원 158명)이 뽑혔습니다. 다시 이 중앙위원들이 당총서기를 포함하여 25명의 정치국원을 선출하고 당 중앙서기처 등 그밖의 당 지도부를 구성합니다. 제도적으로 당 중앙위원들의 모임에서 최고지도자가 선출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중앙위원들이 백지상태에서 최고지도자를 뽑는 것은 아닙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과거 마오쩌둥 시대에는 마오가 지명하는 형태를 취했고, 덩샤오핑 때는 덩의 주도하에 천윈(陳雲)이라든지 리셴녠(李先念) 혹은 왕전(王震) 같은 원로들이 협의해서 지명하는 식이었거든요. 장쩌민의 경우를 보면 1989년에 톈안먼(天安門) 사건이 일어나면서 자오쯔양(趙紫陽) 당시 총서기가 갑자기 물러나게 되니까 덩이 당 8대 원로들과 상의한 후 상하이시 당서기로 있던 그를 베이징으로 불러올려서 후임 자리를 맡겼습니다.

후진타오가 정확히 언제 후계자로 지명되었는지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게 없지만 대개 1992년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후가 이 해에 열린 14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후진타오는 공식적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후계자로서 10년 이상 수련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있죠. 이 수련과정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키우고 복잡한 업무를 익히는 기간인 동시에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시험받는 일종의 테스트 기간이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방식이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후진타오의 뒤를 이을 주자가 아직은 확실하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만 차차 나타나겠죠. 선두주자는 현재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후진타오를 제외한 8명의 상무위원 중에서 한 명이 집단지도부의 합의를 통해 부각되고 내정된 다음 다시 상당 기간 자질을 검증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막후의 숨가쁜 조율과정



-결국 내용적으로는 당지도부 실력자들이나 원로들의 합의로 후계자를 지목하고 형식적으로는 중앙위원들이 선출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중앙위원회에서 최고지도자를 뽑는 어떤 투표절차가 있는 것입니까.

“중국에서 최고지도층이라 하면 넓게는 당 중앙위원이 있고 좁게는 정치국원과 정치국 상무위원이 있습니다만 이들의 선출방식은 각각 다릅니다. 중앙위원은 당 대표들이 선출하고 정치국원과 정치국 상무위원은 중앙위원들이 뽑습니다. 먼저 중앙위원의 선출은 차액(差額)선거라는 특이한 방식을 택합니다. 6600만 당원들이 뽑은 2000여명의 당 대표들이 모여서 중앙위원을 선출하는데, 과거에는 미리 상부에서 제시한 명단을 놓고 가부 투표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부터는 정원보다 5% 내지 10% 많은 후보 명단을 당 지도부가 제시하면 대표들이 그 중에서 정원만큼의 인원을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제한적이지만 경선의 요인이 생겨난 거지요. 그러나 정치국원이나 상무위원은 중앙위원들이 투표로 뽑지만 차액선거는 아닙니다. 당의 최고지도부가 미리 정원만큼의 후보명단을 작성하면 이를 중앙위원들이 토의한 후 투표라는 형식을 통해 결정합니다. 실상 찬반투표인 셈이지요. 물론 지금까지 중앙위원들이 최고지도부가 작성한 후보명단을 부결시킨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중국식 민주주의라고나 할까요.”

-그런 과정을 거쳐 최고지도부와 최고권력자가 탄생하기까지는 역시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막후에서 조율이 밀도있게 진행된다고 볼 수 있겠군요.

“물론이지요. 지난 16차 대회의 경우를 보면 당 대회가 열리기 2, 3년 전부터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서 새 지도부의 명단을 작성했습니다. 이 위원회의 책임자가 후진타오였고 부책임자는 장쩌민의 오른팔로 알려진 쩡칭훙(曾慶紅)이었습니다. 절묘한 배합이지요. 이 두 사람이 당 원로들의 의견을 참고하고 당 조직부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후보명단을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치열한 막후교섭과 숨막히는 힘겨루기가 있었다는 짐작들이 많았습니다.

정치국 상무위원 선출을 예로 들면 발표가 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리루이환(李瑞環) 정협주석이 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가 탈락하고 대신 리창춘(李長春)과 우관정(吳官正)이 뽑혔습니다. 부정부패 케이스로 탈락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자칭린(賈慶林)이 선출되었고 생각지도 않았던 뤄간(羅幹)이 들어갔습니다. 자칭린은 장쩌민 사람이고 뤄간은 리펑(李鵬)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물론 밖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지만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막후 조율이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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