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호

다윗과 세 골리앗의 박터지는 ‘컬러링’ 싸움

애드링 vs SKT·KTF·LGT

  • 글: 명승은 지디넷코리아 수석기자 mse0130@korea.cnet.com

    입력2004-01-29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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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벤처기업이 거대 이동통신사들과 한치 양보 없는 특허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나치게 광범위한 특허를 이용해 거대 업체를 상대로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식 딴죽인가, 버티기 작전으로 소규모 업체의 특허를 무단 사용하는 거대 기업의 횡포인가.
    다윗과 세 골리앗의 박터지는 ‘컬러링’ 싸움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해 전세계 31개국에 특허를 출원한 업체가 있다. 이 업체는 한국을 비롯하여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호주에서 이 기술에 대한 등록까지 마쳤다. 그러나 이 업체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사업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로 애드링시스템(대표 박원섭) 이야기다.

    애드링시스템(이하 애드링)은 2002년 9월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을 상대로 특허 침해에 대한 경고장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1년이 넘도록 지루한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서류상의 업체)인 애드링이 거대 통신업체들과 싸우게 된 이유는 ‘컬러링’에 있다. ‘황금 알을 낳는 사업’이라 불리는 컬러링의 기반 기술이 과연 누구의 특허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수백억 원대 시장 놓고 혈전

    ‘컬러링’이란 SK텔레콤의 통화연결음 서비스 명칭이다. 우리가 전화를 걸게 되면 상대방이 전화를 받기까지 ‘따르릉∼’이란 기계음이 울리는데, 이 기계음을 통화연결음이라 부른다. 그런데 지루한 통화연결음 대신 음악이나 목소리, 메시지 등을 들려준다면 상대방이 전화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착안한 이동통신 3사의 서비스가 바로 ‘컬러링’(SKT) ‘필링’(LGT) ‘링투유’(KTF)인 것이다.

    애드링 박원섭 사장은 지난 1999년 5월31일과 6월5일 ‘통신 단말기 및 이를 이용한 광고방법’이라는 2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후 2000년 5월 PCT(국제특허협약) 예비심사를 통해 2001년 11월까지 31개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애드링이 처음 특허를 내고 전화를 거는 사람에게 기계음 대신 광고를 들려주고 그에 합당한 보조금이나 광고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구상했다. 싫든 좋든 상대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광고를 들어야 하므로 사업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예상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 사장은 전세계 특허를 무기로 국내는 물론, 전세계 통신업체들을 상대로 모바일 콘텐츠 사업을 벌이면서 막대한 특허료를 획득할 수 있으리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애드링은 곧 난관에 부딪쳤다. 2001년 당시에는 국내 통신업체들이 통화가 연결되기 전 음악이나 음성을 들려주는 서비스인 ‘통화연결음’ 사업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박 사장의 사업 제안에 일언반구 응답이 없었던 SK텔레콤이 2002년 3월 세계 최초로 통신대기음 서비스인 ‘컬러링’ 상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곧이어 7월엔 LG텔레콤이, 10월에는 KTF가 각각 통신대기음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동통신 3사의 통화연결음 서비스는 애초 애드링이 구상한 사업내용과는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동통신 사업자가 발신자에게 들려줄 음원(음악, 소리, 메시지)을 구매해 서비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행가요, 광고음악, 연예인 음성 등이 음원으로 개발되면서 젊은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이통통신 3사가 통화연결음 사업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거둬들인 매출액은 약 500억원에 달한다(SKT·KTF·LGT가 각각 281억원·110억원·80억원). 발신자번호표시(CID) 서비스와 더불어 단일 부가서비스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효자 품목’이 된 셈이다. 이에 박 사장은 특허를 따냈음에도 사업자의 외면을 받았다고 판단하고 이동통신 3사에 특허침해를 중지하라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냈다.

    경고장을 받은 이동통신 3사는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SK텔레콤측은 “컬러링에 대한 기반 기술 특허는 이미 다른 곳에서 확보했으며 이를 정당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SK텔레콤은 파인디지털 관계사인 위트콤에 특허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따라서 애드링이 문제 삼을 곳은 유사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위트콤”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은 특허권료에 대해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위트콤이 보유한 특허는 특정 음원을 사용자가 저장했다가 벨소리를 출력하는 방식이므로 애드링 특허 범위에 속한다”고 잘라 말한다. SK텔레콤의 컬러링 서비스와 그에 관련한 사업 방식, 시스템 구성 등이 광범위하게 애드링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에 SK텔레콤이 침해 당사자라는 것이 박 사장의 주장이다.

    두 차례의 경고장에 이어 애드링은 SK텔레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내 이 문제는 법정으로까지 비화됐다. 애드링은 소송을 통해 특허 침해를 막을 뿐 아니라 적절한 배상까지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SK텔레콤은 “민·형사 소송의 근거가 되는 애드링의 특허는 무효”라며 특허무효심판청구로 응수했다. KTF와 LG텔레콤 또한 애드링에 대해 특허무효심판청구를 제출했다.

    이로써 애드링이 제기한 소송은 특허무효심판청구에 대한 결과가 있을 때까지 연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는 2003년 연말이나 2004년 1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느 쪽이든 패배한 쪽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 분쟁이 해결되기까지 적어도 3~4년이 걸릴 수도 있다.

    애드링의 박 사장은 “이미 31개국에 특허를 출원했고, 해외 여러 나라에서 특허 등록을 마쳤는 데도 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은 우리가 쉽게 지칠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며 대형업체 3사가 작은 업체 하나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청구를 제출한 것에 대해 분개했다.

    해외업체들도 특허분쟁에 주목

    SK텔레콤의 법무팀 이종갑 과장은 이 사안에 대해 “법적 소송이 진행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더이상 해줄 말이 없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애드링이 2002년부터 언론을 동원해 이 문제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크게 다룰 만한 사안이 아닌 데도 언론이 애드링 편에 서서 보도하고 있다”며 언론에 불만을 드러냈다.

    KTF나 LG텔레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LG텔레콤 관계자는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한 것은 애드링의 특허가 상업적으로 동작할 수 없는 특허인 데다, 애드링은 두 건의 특허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단어를 포함시켜 자신에게 유리한 특허로 바꾸었다”고 지적하면서 “이 특허는 아이디어 차원으로 종래 기술로도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애드링이 이동통신 3사가 작은 업체 하나를 죽이려 든다는 식으로 언론에 말하는데, 특허무효심판청구는 3사 법무팀이 각기 따로 진행했다”며 애드링의 ‘언론 플레이’를 비난했다.

    애드링과 이동통신 3사가 논란을 벌이는 특허가 어떤 것이길래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하게 되었을까.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허출원과 등록, 그리고 국제특허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특허출원은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해 명세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특허로 인정되면 정식으로 특허로 등록된다. 만일 유사한 특허가 비슷한 시기에 등록된다면 특허출원 날짜를 기준으로 그 권리를 인정한다. 바로 이 점에 있어서는 애드링이 유리하다. 애드링은 1999년 5월31일 특허를 출원했으나 위트콤은 같은 해 10월6일 출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애드링의 특허가 무효로 판명된다면 애드링의 특허에 관한 권리는 사라진다.

    박 사장은 “애드링 특허가 무효로 판명된다면 이는 개인 회사의 피해로만 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제특허로 등록돼 있는 상태에서 국내특허가 무효화되는 순간, 다른 나라 사업자들이 이 판례를 들어 현지 특허에 대해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세계 31개국에서 들어오게 될 막대한 특허권 사용료 수입이나 공동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국부(國富)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라는 게 박 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이동통신 3사가 애드링과 함께 세계로 진출할 경우 벌어들일 막대한 수입은 생각지도 못한 채 당장의 이익에만 눈이 멀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실제로 해외 여러 기업들이 통화연결음 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에서 벌어진 통화연결음 특허분쟁을 예의주시하며 그 결과를 기다리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은 이번 특허분쟁 결과가 오히려 해외 업체의 공격을 막아낼 ‘시뮬레이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만일 애드링이 패소한다면 해외시장에서도 승산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긴다면 세계 최초로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사업자를 상대로 특허권을 인정받게 되기 때문에, 해외 업체들의 시장 공격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계산하에서 애드링은 줄곧 SK텔레콤과 대결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을 본보기 삼겠다는 의지이기도 하지만, 사실 박 사장 혼자 여러 업체를 동시에 상대하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드링과 SK텔레콤이 이처럼 특허침해 여부를 두고 첨예한 논란을 벌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특허가 비즈니스모델(BM) 특허라는 데 있다. 기술 특허는 비교적 독자성을 입증하기 쉽지만, 사업방식에 대한 아이디어인 비즈니스모델 특허는 적용범위가 넓고 유사 특허와 구분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모델 특허의 애매성

    지난해 3월 특허법원은 삼성이 1999년 특허 등록한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교육방법’에 대해 특허무효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사회단체 ‘진보네트워크 참세상’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특허무효심판 청구에 대해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이 기술은 이미 공지됐으며 공지된 기술로 쉽게 발명할 수 있기 때문에 특허등록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비즈니스모델을 특허로 등록하면서 곳곳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한솔CSN과 여타 쇼핑몰 간의 쇼핑몰 제휴마케팅에 대한 BM 특허 또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식 BM 특허 자체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슷하게 통용되는 사업방식에 대해 이리저리 말만 바꾼 BM에 대해 특허를 남발한다는 비난이다. 그러나 BM 특허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어려운 여건에서 BM을 개발한 후발업체가 자금력을 무기로 무분별한 ‘베끼기’에 나설 대기업에 대응할 방패가 없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BM 특허는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일 것(신규성), 기존 기술이나 개념보다 발전된 기술이나 개념일 것(발전한 기술), 실제로 상업상 이용 가능한 기술이나 개념일 것(상업적 실현가능성)이란 3대 요건을 충족시켜야 인정된다.

    이 기준에서 애드링의 ‘통신 단말기 및 이를 이용한 광고방법’ 특허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이동통신 3사는 애드링의 특허가 이 3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애드링은 충분히 갖췄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애드링의 특허가 ‘광고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신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애드링은 “한국은 물론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등록한 것은 신규성을 전세계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고 반박한다.

    둘째, 이동통신 3사는 “애드링의 특허는 사업자가 통화연결음을 가입자에게 보내주는 방식을 말하고 있지만, 현재 서비스하는 컬러링의 경우 가입자가 자신이 원하는 음원을 선택해 발신인에게 들려주는 방식이므로 서로 특허 범위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애드링은 “우리의 특허는 착신자가 전화를 받는 시점까지 이용되는 신호채널을 통해 통화연결음을 보내주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므로 컬러링도 이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셋째, 이동통신 3사는 “이미 ARS나 114 전화안내와 같이 착신자가 직접 받기 전까지 음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므로 신규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애드링은 “ARS나 114 전화안내는 이미 통화가 연결된 상태에서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통화연결음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SKT에 2000억원 배상 요구

    양쪽의 대결은 특허분쟁을 넘어 감정적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초 애드링이 사업 제안을 했지만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해서 거절했다”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비즈니스모델 특허를 들고 대기업을 상대로 크게 한 건 해보자는 것 아니냐”며 저의에 대해 의혹을 내비쳤다. 사실 SK텔레콤이 물러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애드링이 SK텔레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요구한 액수가 자그마치 2000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반면 박 사장은 “당초 사업을 제안했을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나중에 소송에 들어가니 슬쩍 마스터 콘텐츠 프로바이더(mcp)를 제공하더라. 그러나 원천특허를 보유했는데 굳이 통신사업자의 하청업체로 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당당하게 대등한 위치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애드링은 한편으로 일말의 타협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애드링 법무대리인을 맡고 있는 특허법인 원전의 손태식 이사는 “이동통신 3사가 지금이라도 애드링의 특허권을 인정한다면 합리적인 특허권료를 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31개국에서 특허출원이 이뤄졌기 때문에 국내에서 망 사업자가 특허권을 인정하면 여타 국가에 공동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SK텔레콤은 가입자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밖이다. 애드링의 최종목표는 SK텔레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특허분쟁이 어떻게 결론지어지든 특허등록 심사에 대한 논란이 연이어 터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애드링 특허가 인정될 경우 SK텔레콤이 특허료를 내고 있는 위트콤 특허에 대한 인정 여부가 도마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이동통신 3사는 물론, 다날 등 컬러링 관련 사업을 하는 모든 사업자들도 그동안 밀린 특허료를 애드링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그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반대로 애드링의 특허가 무효로 판명될 경우 타국가 통신사업자들에 의해 우리가 보유한 기타 국제특허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컬러링을 둘러싼 이번 사안을 단순하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BM 특허 등록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넓다는 것이 특허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해외특허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심 없이 특허료를 지불하면서, 국내 중소기업이나 개인의 특허에 대해서는 일단 사용한 다음 침해 논란이 일면 끝까지 진위여부를 물고 늘어지는 대기업의 대응방식도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특허권자와 사용자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일관된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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