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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투성이 특급호텔 음식값

재료비 15~20%, 양주 최고 10배, 특별요리 ‘부르는 게 값’

  • 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거품투성이 특급호텔 음식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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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끼 식사에 30만원을 호가하는 코스 메뉴, 초밥 한 덩이에 1만원인 최고급 일식,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맞춤요리와 특별요리 등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의 특급호텔 고급음식들. 고품격 분위기 연출하기 위한 비용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특급호텔 음식값의 속내를 알아보았다.
거품투성이 특급호텔 음식값

비쌀수록 좋은 음식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특급호텔 음식값을 높이고 있다.

단돈 1달러(우리 돈으로 1200원)는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사람 한 명의 하루 세 끼 식사비로 충분한 돈이라고 한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무료 식사 한 끼로 배고픔을 달래려고 추운 겨울, 길거리에 길게 줄을 선 노숙자가 수백명을 헤아리고, 생활비가 없어 어린 자식과 동반자살하는 비정한 부모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 최근 우리 사회 단면이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선 한 그릇에 2만5000원인 우동, 2만원인 죽, 100만원짜리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고, 한 끼 수십만원 한다는 밥값이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길거리를 나서면 “IMF 사태 직후보다 더 먹고살기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말, 서민들의 입이 딱 벌어질 만한 뉴스가 방송을 탔고 다음날 일간지들은 앞다투어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권노갑씨 호텔서 주 3, 4회 고급식사’ ‘권노갑씨 1인분 30만원 식사 즐겼다’ ‘1인분 30만원 샥스핀·포도주, 권씨 일주일에 3∼4차례 즐겨’ ‘권노갑씨 밥값 億! 샥스핀에 최고급 와인… 1인당 30만원.’ 한 일간지는 ‘권노갑씨 1년 밥값 3억’이라는 제목을 뽑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무수히 쏟아진 기사의 주안점은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으로부터 카지노사업 허가 등의 대가로 200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 기소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5차공판 과정의 증인심문과 현장검증에 있었다. 현장검증은 식사 후 권 전 고문과 정몽헌 회장 중 누가 식대를 지불했느냐, 카드로 결제했느냐, 현금으로 결제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세간의 관심은 정치권력과 재벌기업간 어마어마한 뒷돈거래에 대한 진실이 아나라, 이해하기 힘든 ‘밥값’에 쏠렸다. 이는 공판 과정에서 신라호텔 전 종업원이 한 말이 빌미가 됐다. 그 종업원의 진술을 요약하면 “권 전 고문이 1999년 봄부터 2002년 4월까지 일주일에 서너 차례 중식당에 들렀다. 항상 상어지느러미찜에 매달 바뀌는 이벤트요리와 고급 포도주를 곁들였으며, 이런 식사비용은 1인당 30만원 선으로 4명이 식사하면 부가세 등을 포함해 120만∼130만원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30만원 넘는 트뤼플, 푸아그라, 캐비어



웬만한 고급식당이나 특급호텔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샥스핀(상어지느러미)은 시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1kg에 28만원을 호가한다. 손바닥만한 샥스핀을 주재료로 한 수프 가격은 특급호텔의 경우 1인분에 2만∼3만원 정도다. 권씨가 식당에 올 때마다 먹었다는 상어지느러미찜의 가격은 대략 8만원선. 여기에 그가 반주로 곁들였다는 프랑스산 고급 와인 샤토 보의 병당 가격은 12만∼14만원을 호가한다.

이름조차 낯선 ‘상어지느러미찜’과 ‘한 끼 30만원짜리 식사’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술값이 포함된 가격이라 요금이 높게 나온 것인데, 사람들이 밥값만 수십만원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샥스핀’은 우리나라에 앞서 이미 지난해 홍콩을 한 차례 시끄럽게 만들었던 주범이다. 홍콩관광청이 홈페이지에 상어지느러미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상어 멸종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주도하고 있다”며 맹비난을 퍼부은 것. 이 일로 홍콩관광청과 그린피스는 한동안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샥스핀 외에도 한 끼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특급호텔 코스 메뉴에 사용되는 음식 재료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특급호텔 주방장들이 공통으로 손꼽는 최고의 재료는 ‘세계 3대 진미’로 불리는 트뤼플(혹은 트뤼프라 불리는 송로버섯의 일종, Truffle)과 푸아그라(거위간, Foie gras), 캐비어(철갑상어알, Caviar)다.

‘버섯의 여왕’이라 불리는 트뤼플은 화이트와 블랙 두 종류가 있는데, 블랙 트뤼플은 프랑스 페리고산이 유명하며 화이트 트뤼플은 이탈리아 피에몬테산이 유명하다. 트뤼플은 인공재배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땅속에 숨어서 자라기 때문에 돼지 또는 훈련한 개를 이용해 캐내야 하므로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푸아그라는 말 그대로 ‘기름진 간’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알자스산이 가장 유명하다. 거위를 나무상자에 가둔 채 사육하며 깔때기를 이용해 강제로 사료를 먹여 간만 비정상적으로 키워 얻는 것이 바로 푸아그라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푸아그라는 우유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맛이 기름져 최상급 요리 재료로 손꼽히지만 사육방법의 잔인함 때문에 세계적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호텔을 두루 거친 수십년 경력의 주방장조차 “내 손으로 직접 푸아그라를 요리해보지는 못했다”고 할 만큼 비싸고 귀한 재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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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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