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팀은 사진가로 이름 높은 김중만 선생 부부와 그를 돕는 스태프, 기획사 MEDIX KOREA의 다큐멘터리 제작팀장인 최동인 PD, 카메라맨과 보조, 그리고 이번 답사 촬영사업을 기획사와 공동주관한 아프리카미술박물관(서울 동숭동 대학로 소재)의 한종훈 관장으로 구성되었다.
일행이 파리를 경유하여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 도착한 것은 7월29일 밤 10시경이었다. 바마코 국제공항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무질서와 후진성,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지만 출발에 앞서 조일환 주(駐)세네갈 대사를 통해 바마코 주재 한인회의 김치년 회장을 소개받아 사전준비를 부탁한 덕분에 큰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
바마코에서 최종 목적지인 도곤 마을까지는 700km. 그러나 도로포장 상태와 검문소를 감안하면 2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때문에 일행은 중간지점인 첫 방문지 젠네에서 2박하며 그곳에 있는 대사원을 촬영하기로 했다.
젠네 대사원의 독특한 흙기둥 건축양식
젠네는 인구 약 2만의 작은 도시다. 그러나 세계적인 이슬람 대사원으로 널리 알려진 명승지다. 12∼13세기경 이슬람교가 사하라 사막을 넘어 남으로 전파되면서 이 사원이건조됐다고 한다. 사원 앞에는 빛바랜 하늘색 페인트 간판 2개가 나란히 서 있었다. 하나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사원의 약사(略史)를 프랑스어로 기록한 표지판이었다. 우리말로 옮기면 ‘1280년 젠네 제26대 왕 코이 콤보로(Ko Komboro) 건립, 1834년 9월 세쿠 아마두(S kou Amadu)가 폐쇄, 1905년 10월 재건’이라는 내용이다.
표지판의 내용과 같이 젠네 대사원의 운명은 그리 평탄하지 못했다. 1815년 당시 젠네 통치자 세쿠 아마두는 대사원 부지에 학교를 건립하고 1834년 사원을 폐쇄했다. 이후 사원은 70여 년 동안 폐쇄되었다. 20세기 초반 들어 학교 건물을 철거하고 현재의 대사원을 다시 건축했다고 한다.
대사원의 건축양식은 독특하다. 진흙벽돌로 쌓아올린 건축물로 그 특이함과 희귀성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높이 약 20m, 가로 세로의 길이가 각각 55m인 건물의 웅장함은 말할 것도 없고 외벽 군데군데에 세로 1.5m, 가로 0.6m 정도의 간격으로 총총히 박혀 있는 나무토막이 인상적이다. ‘토론’이라 불리는 이 나무토막은 서부아프리카 사헬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건축양식이다. 토론은 팜(종려나무)의 가지나 둥치를 세로로 쪼개 다발로 뭉친 것이다.
토론은 해마다 대사원의 내외벽에 진흙옷을 입히는 크레피사주(cr럓issage) 작업 때 발판으로도 사용된다. 크레피사주 작업에는 주변 무슬림들이 자원봉사로 참가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작업이지만, 그들은 힘든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행사를 참가자 상호간의 경쟁이자 즐거운 축제로 여긴다. 이 연례행사는 오늘날 젠네 주민의 전통문화로 자리잡았다.
유럽의 한 건축미술사학자는 “토론이야말로 대사원 유지보수의 핵심이다. 크레피사주 역사가 계속되는 한 이 건축물은 완료형인 동시에 영원한 진행형으로, 아프리카인들의 믿음과 같은 것”이라 평가했다. 젠네 사람들의 믿음에는 ‘냐마’라고 하는 초자연적 생명력이 있다.
대사원의 건축양식을 두고 관련학계에서는 사하라 이남과 북아프리카 양식이 절충된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학자는 이슬람교가 이곳으로 전래되기 전인 BC 250년경 형성된 고대유적지 젠네제노(Djenn?Dj뢮o, 젠네에서 3km 거리)에서 유래된 고유양식이라고도 한다. 젠네제노 유적지 역시 대사원과 묶어 1988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여하튼 1890년에 젠네 대사원을 처음 본 한 프랑스인은 “이 지역에 와서 인간이 만든 작품에 감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까지 말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