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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행

아프리카 말리의 젠네·도곤 마을을 가다

초자연적 생명력 ‘냐마’에 순응하는 오지(奧地)의 순수

  • 글: 유종현 전 주(駐)세네갈 대사·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아프리카 말리의 젠네·도곤 마을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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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말리의 젠네·도곤 마을을 가다

도곤족의 춤.

흙기둥 건축양식은 비단 대사원뿐 아니라 젠네 주민의 일반 가옥에까지 옮겨졌다. 사하라 가장자리의 삭막한 불모지에 위치한 젠네는 특이한 건축양식으로 스스로를 신성하고 우아한 요람으로 만들었다. 이런 영향으로 젠네 사람들은 옛 전통에 의지하여 가뭄, 정치적 혼란, 외침 등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오늘날까지 굳건히 살아 남았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새벽부터 대사원으로 달려가 촬영에 열을 올렸다. 지평선 너머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은 건축물은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촬영은 장소를 옮겨가며 각도와 원근을 달리하여 2시간 동안 계속됐다. 어디선가 코란을 읊는 구슬픈 가락이 울려퍼진다. 그러나 젠네 사람들은 자신들이 비록 이슬람 교육을 받고 코란을 암송하고는 있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땅은 이슬람이 전래되기 이전부터 신성하며 초자연적 생명력인 냐마가 살아 숨쉬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이와 같은 저력 덕분에 젠네는 주변의 여러 왕국, 여러 제국보다도 더 오래 존속해 흙과 인간의 의지가 이룩해낸 도시로 우뚝 선 것이다. 젠네의 미래에 관하여 한 젊은 이슬람 수도사는 “사람들은 젠네가 가치를 잃게 되고, 주민들이 버릴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젠네의 인구는 예전보다 늘 것입니다. 미래의 젠네는 곧 과거의 젠네입니다”라고 말한다. 또한 최근 현지를 답사한 서양인 캐런 E. 랭은 “젠네의 생존과 미래는 과거의 정수(精粹)를 보존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이 도시는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영원한 것을 지켜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젠네를 지속시켜주는 궁극적인 힘 냐마다”라고 나름대로 냐마의 생명력을 평가했다.

흥미로운 외형과 구조

대사원의 구조는 흥미롭다. 우선 사원이 위치한 자리는 길이 400m, 너비 150m의 장방형 광장이다. 건축물이 서쪽 깊숙이 들어앉아 동편에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남아 있다. 이 광장에 한 면이 70m 가량인 정사각형 토대가 마련되어 그 위에 건물이 서 있다. 토대는 지면에서 4∼5m 높이로 조성됐고 광장에서 정면과 양 옆, 그리고 뒷면 네 방향으로 둘러서 있다. 정면과 양 옆면에 이 토대로 오르는 널찍한 진흙 계단(10여 개의 층디딤판)이 놓여 있다.



본 건물에 접근하려면 일단 이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을 다 오르면 널판지로 만든 문짝 2개가 출입을 통제한다. 마치 우리나라 시골의 사립문처럼 엉성하지만 빗장을 달아 안쪽에서 잠그게 돼 있다. 건물 둘레에 넓은 테라스가 있는데, 그 가장자리에 꽤 높은 흙담장을 울타리처럼 쌓아놓았다. 테라스는 4면으로 이어져 있어 어느 계단으로 오르더라도 본 건물의 어느 출입문에나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출입문은 광장에 면한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왼편 남쪽 날개의 모퉁이를 끼고 돌면 문이 하나 있고, 오른편 북쪽 날개에는 모두 네 군데에 문이 있다.

북편 테라스 한가운데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바로 눈앞에 쌍으로 된 출입문 2개가 나타나고 거기서 왼편 정면 동쪽 날개 쪽으로 맨 끝에 또 하나의 문이 있어 출입을 막는다. 여기서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서쪽 날개의 회랑으로 통하는 비밀통로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출입문의 바로 위 이마부분에는 붉은색으로 칠한 아담한 파사드(Facade)가 장식돼 있다.

사원 내부는 크게 3개 공간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동쪽 정면 테라스의 반지하에 많은 기둥을 세워 만든 큰 홀로, 이곳은 남성들이 예배하는 공간이다. 둘째는 건물의 북쪽 오른편 비밀통로로 지붕 덮인 회랑을 따라가면 나타나는 넓은 정원을 낀 공간이다. 셋째는 이 회랑 끝 서쪽 날개 안의 밀폐된 공간인데, 여기는 여성들의 예배장소다.

동서남북이 각기 다른 형태

대사원의 외형을 살펴보면 동쪽 정면과 남북쪽 양 측면 그리고 서쪽 뒷면의 구조가 각기 다른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각 날개에 나 있는 출입문과 파사드 역시 조금씩 차이가 있다.

광장에 면한 정면 동쪽 날개는 한가운데에 밀합(Mirhab)이란 첨탑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밀합 탑은 양 옆에 탑신이 보다 좁고, 첨탑 높이가 약간 낮은 두 개의 탑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중앙의 세 탑신은 진흙 토담을 네모꼴로 쌓아올린 것이며, 이들 사이에 각각 5개의 원통형 흙기둥이 나란히 서 있다. 정면 날개의 양 모서리에는 이보다 훨씬 작고 낮은 네모꼴 탑신을 세워 남서쪽 양 날개를 잇는다. 이렇게 연결된 벽면의 외형은 요철(凹凸)의 조화를 이룬다. 즉 네모꼴 탑신들은 앞으로 튀어나오고 원통형 기둥 벽들은 뒤로 물러선 형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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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종현 전 주(駐)세네갈 대사·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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