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호

옛 활자에서 묻어나는 어머니의 香

  • 글: 여승구 (주)화봉문고 대표이사 사진: 지재만 기자

    입력2004-05-27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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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활자에서 묻어나는 어머니의 香

    23년 전 출판전시회를 열면서 고서 몇백권을 입수한 것이 고서 수집의 시작이었다.

    무엇이든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쌓아놓는 사람을 수집가라 부른다. 수집의 경지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일과 가정에 영향을 미칠 만큼 열중한다면 마니아라 할 것이다.

    필자는 고서 수집가이자 고서 마니아다. 23년 간 꾸준히 수집한 고서들을 정리해 필자의 호를 딴 ‘화봉(華峰) 책 박물관’을 열려고 준비하고 있다. 오는 7월쯤이면 개관기념 전시회를 통해 그간 모아온 고서들을 좀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인쇄출판은 한민족이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문화유산이다. 1400년대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서양 최초로 인쇄기술을 개발했지만, 우리는 그보다 200여년 앞서 금속활자를 이용해 책을 찍었다. 서양 학자들 사이에는 중국의 제지술과 한국의 금속활자 제조기술이 독일로 건너갔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인쇄문화는 ‘코리아 브랜드’로 발전하지 못했고, 오히려 지난 수천년간 주변 강대국의 침략으로 인쇄문화의 결정체인 고서들이 유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필자가 우리나라 고서를 수집하고 보존했던 것도 더 이상의 유실을 막는 것은 물론 훌륭한 문화적 자산을 보존하고 연구함으로써 한민족이 인쇄문화의 최고봉으로 다시 서기를 바라서다. 이는 ‘화봉 책 박물관’을 개관하려는 참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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