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진대 학생 열 명 중 네 명이 장학금을 받는다. 이는 국내대학 중 최고의 장학금 수혜율.
- 경기도 포천의 63만평 대지에 자리잡은 대진대는 열린 교육을 내세우며 대진 차이나캠퍼스, 테크노파크, 우수신입생 해외체험 등을 통해 발전 가능성을 넓혀나가고 있다.
대진대는 1992년 3월 개교한 이래 빠르게 발전하는 학교로 주목받고 있다. 63만평 대지에 들어선 자연친화적 캠퍼스에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대학, 공과대학, 예술대학 등의 학부과정과 일반대학원, 교육대학원, 경영대학원, 법무행정대학원, 통일대학원, 문화산업정보대학원 등 6개 대학원이 모여있다. 재학생은 총 8000여명.
개교 이래 지난 10년간 장학금 수혜율이 평균 75.3%으로 약 280억원이 장학금으로 지출됐다. 등록금 의존도가 40%에 불과하고 부채가 없는 3대사학(私學) 중 하나일 만큼 재정이 든든하다. 학생들 사이에 ‘장학금 한번 못 받으면 대진대 학생이 아니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
이렇듯 튼튼한 재정을 바탕으로 대진대는 도서관과 기숙사, 실험실습실, 멀티미디어실, 원스톱서비스센터 등 학생을 위한 첨단교육환경 만들기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이 때문이었을까. 외환위기(IMF) 때를 능가한다는 ‘취업 불가능’의 시대에 대진대 졸업생의 취업률은 약 70%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지상 6층 규모의 중앙도서관. 100만권 이상의 장서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이 도서관은 4500명이 동시에 몰려도 자리다툼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여유 있는 좌석을 갖추고 있다. 편리한 자료이용을 위해 디지털시스템을 갖춘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500억원을 들여 건설중인 실내종합체육관도 규모가 상당하다. 올해 완공 예정인 이 체육관은 연건평 9000평에 1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양최대 규모. 수용인원을 이 숫자로 계획할 것은 한반도에 흩어져 있는 1만2000개 봉우리를 상징하기 위함이다. 이 건물에는 ‘통일시대에 남북한 주민이 함께 모여 체육대회를 벌일 초대형 멀티플렉스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고 한다.
한 학기동안 중국에서 공부
“학생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개교했다”는 홍기형 총장은 “그만큼 대진대학은 멀리 내다보고, 한반도의 중심에 우뚝 선 대학이 되기 위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다. 내실 있는 사학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대진대는 21세기 ‘동북아네트워크 거점대학’을 실현한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대진대학교 차이나캠퍼스’ 설립이다. 이에 대해 홍 총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앞으로는 한국, 중국, 일본을 포괄하는 동북아시장이 모든 면에서 세계최대, 최고의 시장으로 부상할 겁니다. 대학교육도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전략과 시스템을 특성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진의 차이나캠퍼스 설립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대진대 차이나캠퍼스는 방 몇 칸을 빌려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어학연수를 하거나 학술교류, 학생교류를 하는게 아니다. 1학년 학생 전원과 학과당 1명의 교수가 함께 중국으로 건너가 한 학기동안 현지에서 숙식하며 수업을 마쳐야 중국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한 학기 수업이 끝나야 국내로 돌아와 전공과목 수업에 들어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 학교측 구상이다.
지난해 ‘차이나캠퍼스 설립위원회’가 만들어진 이래 책임자인 배규환 국제통상학과 교수 등 위원들이 수차례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하얼빈의 4개 권역, 9개 대학을 방문해 사전조율을 하고 있다. 수도사범대학, 난카이대학, 푸단대학, 쑤저우대학, 저장대학, 칭다오대학, 중국해양대학, 하얼빈사범대학, 하얼빈공업대학 등 중국 내 명문대와 대진대를 연계하는 각종 프로그램과 캠퍼스 설립을 상의하고 있는 것.
대진대는 권역별로 1개 대학을 우선협상대학으로 선정해 실무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앞으로 캠퍼스가 완공되면 내년 신입생부터는 ‘차이나캠퍼스’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학교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활발한 세계화 프로그램
한인희 대외협력실장은 “차이나캠퍼스는 단순한 분교 형태가 아니라 국제 교육프로그램의 새로운 캠퍼스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한중 양국 학교가 갖고 있는 교육자원과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공유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는 중국현지 학생도 차이나캠퍼스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재학중인 학생의 경우에는 중국수업을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여름이나 겨울 보충학기 수업을 차이나캠퍼스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 실장은 “중국학생과 대진대 학생들이 함께 중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고 두 학교에서 두 개의 학위를 받는 ‘투 플러스 투’제도를 도입하면, 중국이나 한국 어디서든 취업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때문에 중국대학들도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미 총장 두 명이 한국을 방문한 바 있고 대학유치를 위해 중국 고위층이 직접 대진대를 찾아올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한다.
국제화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대진대의 정책적 노력은 해외탐방 프로그램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올해만 해도 수시모집 2학기 우수신입생이 7박8일간의 일정으로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지역을 돌아보며 안목을 키우고 돌아왔다.
신입생뿐 아니라 재학생을 위해서도 특별한 세계화프로그램을 가동중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방학기간 한 달 동안 3인1조로 떠나는 해외체험 프로그램. 유럽, 미주,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세계 어느 곳이든 가고 싶은 지역을 골라 탐방주제를 잡고 보고서를 써내면, 학교측은 심사를 통해 그 가운데 우수작을 채택한다. 보고서가 채택되면 왕복비행기표, 체재비는 모두 학교에서 지원한다.
해외체험 프로그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나라의 사회, 문화, 경제를 생생하게 체험한 후 귀국해 보고서를 써내는데 선정된 우수보고서에 대해 별도로 300만원 규모의 장학금을 수여한다.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 돈으로 여행도 하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는 기회여서 경쟁률이 치열하다.
특히 인기가 높은 미주, 유럽지역의 경우 지난해 경쟁률이 18 대 1이었다. 올해 이 프로그램에 투입된 자금은 1억5000만원 정도. 경쟁률이 높은 지역에 보다 많은 학생을 보내기 위해 내년에는 예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학교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의 사카대, 미국의 미주리세인트루이스대, 일본 간사이외국어대, 중국 운남민족대학, 광서민족대학, 하얼빈사범대학 등과 자매결연을 맺고 학생들에게 이 곳으로의 유학이나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언어와 현지문화를 익혀 국제감각을 키운 인재육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유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지대학에서 획득한 학점은 대진대에서 인정해주는 제도도 마련해 두었다.
200업체 입주하는 ‘테크노파크’
63만평의 부지에 40개 교사동(棟)을 갖춘 대진대는 캠퍼스 규모로는 국내 세 번째다. 47개의 학과 중 특히 이공대학에 전자공학과, 건축공학과, 신소재공학과, 생명과학과 등 19개 학과가 집중되어 있을 만큼 이공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매년 20억원 이상을 이공대에 투자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각종 실험 및 실습장비 확보 등 아낌없는 지원을 펼친 결과 12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대진대는 ‘이공계 신흥사학’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자체평가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기, 전자, 재료, 기계분야에서 각종 기술지원과 창업지도를 아끼지 않은 결과 지난 2002년 9월에는 대진대학교 산학연 컨소시엄이 전국 197개 산학연 컨소시엄 중 3대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또 대진대는 그 해 열린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특히 대진대 환경연구소는 관련 단체들과의 협력하에 경기북부지역의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해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대진대의 한 관계자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려면 무엇보다도 산학연계가 중요하리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인식하에 대진대가 준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이 바로 ‘대진 테크노파크’ 조성사업. 2006년까지 대진대 안에 있는 10만여㎡의 부지에 생명공학, 정보통신, 환경에너지, 관광벤처,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각 분야 200여 업체가 입주하는 인적·물적 집합공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출연금 규모는 대략 570억원. 홍기형 총장은 “테크노파크가 캠퍼스 내에 조성되면 대진대는 명실공히 경기북부지역 지식산업의 거점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기 북부권에 있는 경쟁력있는 벤처산업들이 테크노파크로 집적되면 신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낙후된 경기북부의 경제활성화가 촉진될 것이란 이야기다.
협력학교 지정으로 우수 신입생 유치
현대는 홍보의 시대다. 자기 안에 보석을 갖고 있다 해도 널리 알려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가깝다. 최근 몇 년 사이 지원자가 줄어들어 지방대학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진대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라고 학교측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그 이유는 뭘까.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남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다른 전략’의 핵심은 ‘예스, 대진(YES, DAEJIN) 워크숍’. 대학홍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는 시점에서 ‘예스, 대진 워크숍’은 양질의 대진대를 이룩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활동이라는 게 홍기형 총장의 설명이다.
“대진대학교는 시설이 남아돌 정도로 교육환경이 풍부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허황된 과장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캠퍼스 규모나 시설, 이를 운영하는 각종 시스템도 충분히 구비되어 있다고 자부합니다.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10~15분 간격으로 스쿨버스를 운영하고, 통학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2000실 규모의 기숙사를 마련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문제는 이를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 어떻게 알리느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해마다 우리 학교에 많은 학생이 진학하고 있는 고등학교를 협력학교로 지정해 교사들의 연수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협력학교’의 영어표기는 ‘feeder school’. 직역하자면 대진대의 ‘젖줄’이 되는 학교라는 뜻이다. 대진대에 진학한 학생들의 출신학교를 조사한 결과, 30여개 고등학교 출신이 입학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들을 협력학교로 지정해 교장·교사들과 함께 대학과 고교간 새로운 협력모델을 마련하자는 의도에서 마련된 것이 ‘예스, 대진 워크숍’이다. 일종의 ‘유니버시티 파트너십’인 셈.
지난해 여름 내몽고지역에서 열린 ‘예스, 대진 워크숍’. 대진대와 협력고등학교 교사들의 유대강화를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워크숍 프로그램은 주로 중국지역 탐방으로 이루어진다. 1차는 서안지역, 2차는 하얼빈·내몽고지역, 3차는 크루즈를 이용해 양쯔강을 다녀왔으며, 올 여름에 열릴 4차 워크숍은 실크로드 지역탐방이 될 것이라고. 한인회 대외협력실장은 “단순한 관광성 행사가 아니라 직접 중국내륙으로 들어가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는 장으로 개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민족에 대한 고민은 대학의 의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진대는 대순진리회가 설립·지원하는 종립학교다. 대순진리회가 토속민족종단이면서도 다소 폐쇄적인 특성을 지녀, 진학을 앞둔 일부 학생들이 대진대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홍기형 총장의 단언이다. 종교와 관련된 수업은 단 한 시간도 없기 때문에 입학 후에 종교적 갈등 문제를 빚을 소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학교생활이나 교육활동 전반에 종교를 이유로한 아무런 차별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종교재단이 설립한 대학 중 가장 종교성이 희미한 학교가 대진대학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내에서 는 기독교서클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느 것만 봐도 일각의 우려는 근거 없는 것임을 알 수 있겠지요.”
민족정신과 전통에 뿌리내리고 설립된 학교인 까닭에 통일과 통일이후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작업도 대학의 의무라고 학교 관계자들은 말한다. 학교 북방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각종 통일관련 연구도 세계화 속에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구현하기 위해 실천가능한 방안들을 다각도로 모색해가는 노력의 하나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 선양에서 요녕사회교육원과 공동주최로 ‘동북아시아 국제안보레짐형성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세미나를 통해 동북아국가간 정치·경제협력의 양상과 가능성, 그리고 이것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검토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색했다”는 홍 총장은 앞으로도 동북아시아의 상호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해 관련사업을 꾸준히 추구해갈 계획이라고 한다.
“대학의 기능은 단순히 학생을 길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봅니다. 겨레와 나라의 앞날을 위해 깊이 고민하고 만만치 않은 국제적 환경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 비전을 마련해나가는 것도 당연히 대학이 맡아야 할 몫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학교는 통일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겨레대진’이라는 학교의 슬로건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