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1위의 화장품 기업, 2003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 20위.
- 로레알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이라는 꿈을 팔아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었다. 로레알의 눈부신 성장 비결은 효율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 지속적인 연구개발 그리고 인재경영에 있다.
하긴 140개국에 진출해 있고 전세계적으로 5만5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이 글로벌 기업 앞에 프랑스니 유럽이니 하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모이라 타일러퍼 본사 인사담당 이사에게 “혹시 직원들의 국적이 몇 개나 되는지 아느냐?”고 묻자 정확한 대답이 돌아온다. “현재 56개 국가, 96개 국적”이란다(물론 숫자는 수시로 바뀐다). 국가와 국적 수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예를 들어 국적은 한국이라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로레알에 입사한 경우, 아프리카계나 아랍계로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로레알에서 일하는 경우 등 다양한 케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타일러퍼 이사는 캐나다인이지만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프랑스 매니지먼트 스쿨을 졸업하고 로레알에 입사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1984년 로레알의 최고경영자 겸 부회장이 됐고 1988년 회장직에 오른 린제이 오웬 존스도 영국 리버풀 출신이다. 그는 프랑스 대기업에서 외국인으로 회장 자리에 오른 유일한 인물일 뿐 아니라, 로레알의 고급스러운 프랑스 이미지에 글로벌 색채를 입힌 경영의 귀재다. 1907년 프랑스 화학자 유젠 슈엘러가 머리 염색약을 팔기 위해 설립한 로레알은 이제 국적과 국경을 잊은 세계 뷰티산업의 선두주자로 우뚝 서있다.
경이로운 성장률
랑콤, 비오템, 로레알 파리, 헬레나루빈스타인, 슈에무라, 메이블린, 비쉬 등 17개의 ‘로레알’ 브랜드(글로벌 브랜드)는 여자들에겐 아름다움의 세계로 인도하는 ‘마법의 주문’이지만 아직도 지구상의 남자들은 그 이름에서 염색약을 떠올리는 수준이다.
그러나 전세계 화장품 시장의 15%를 점유하며 연간 매출이 140억유로(약 19조6000억원)에 이른다면, 또 이 회사의 순수익이 1984년부터 2003년까지 19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면, 매년 4억8000만유로(약 6720억원)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저력을 지녔다면, 연간 39억개의 화장품이 생산되고 초당 130개씩 팔려나간다면, 이 경이로운 숫자 앞에 남자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물을 것이다. 도대체 로레알이 무엇을 하는 기업이냐고.
로레알 창업자 유젠 슈엘러(좌).<br>4대 회장 린제이 오웬 존스.(우)
로레알 염색제는 1910년대에 유럽시장에 수출됐고 1920년대 미국에 이어 1940~50년대에는 남미·러시아·중동·아프리카까지 시장을 넓혀갔다.
1957년 슈엘러가 세상을 떠나자 프랑수아 달이 뒤를 이었다. 달 회장은 23년간 로레알을 이끌면서 1964년 로레알 최대 브랜드인 랑콤 인수에 성공했고 지속적으로 가르니에, 비오템, 비쉬 브랜드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고 새로운 브랜드 로레알 파리를 출범시켰다.
한편으로 그는 기업의 소유구조 다각화에 주력했다. 그때까지 로레알은 슈엘러의 딸 릴리안 베탕쿠르 여사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한 1인 대주주 회사였으나, 제스파랄(Gesparal)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해 제스파랄이 로레알 지분의 약 54%를 소유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공개 매각했다. 제스파랄의 지분은 베탕쿠르 가문과 식품회사 네슬레가 51 대 49로 양분했다.
이 구조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다 올해 초 양대 주주는 회사의 자본구조가 너무 복잡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직접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로 바꾸어 기업의 투명성을 높였다(베탕쿠르 가문 27.5%, 네슬레 26.4%).
3대 샤를르 즈비악 회장(1983~88년)은 창업자에 이은 두 번째 화학자 출신 총수로 그룹내 연구인력 1000명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어 4대 린제이 오웬 존스 회장이 20년 가까이 장기 집권을 하면서 로레알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알려진 오웬 존스 회장은 1989년 헬레나 루빈스타인과 피부보조 치료 화장품인 라 로슈-포제를 인수하고 1993년 레드켄, 1996년 메이블린, 1998년 소트프신, 2000년 키엘, 2001년 카슨 등 미국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했다. 2003년 슈에무라(일본)와 미니널스(중국)에 이어 올해 들어 중국의 고급 브랜드인 위에사이를 인수하는 등 각국의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로레알의 지붕 아래로 끌어들였다.
그 사이 그룹 매출은 매년 2배 이상 늘어났고 미국 P&G나 네덜란드 유니레버 등 경쟁사를 물리치고 세계 화장품 업계 1위에 등극했다.
또한 이 시기 전체 그룹 매출의 86%를 해외시장에서 벌어들여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10여 년 전만 해도 로레알 매출의 75%가 유럽, 그것도 대부분 프랑스에서 얻어진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지난해 로레알 매출에서 전통적인 서유럽 시장의 비중은 52.7%에 머물렀다.
‘무공해 산업현장’을 목표로 하는 로레알 ‘라 바비에르’공장 연못에는 오리가 노닌다. 상자 안은 파리 클리시에 있는 로레알 본사로 건물과 건물 사이에 정원을 꾸며놓았다.
먼저 로레알의 화려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자. 마이크 럼스비 그룹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는 로레알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7개의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각 브랜드가 가격과 유통경로에서 미세하게 차별화됨으로써 시장에서 자사 제품끼리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로레알의 ‘유니크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염색제에서 먹는 화장품까지
로레알 브랜드는 유통경로에 따라 헤어살롱, 시판, 백화점, 약국·병원 등 4개 사업부로 나뉜다. 이 중 헤어살롱사업부는 염색제에서 출발한 로레알의 전통을 이어가는 분야다(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 레드켄, 케라스타즈). 염색제, 헤어 케어, 퍼머약, 각종 헤어스타일링 제품 등 미용실에서 필요한 모든 제품을 갖추고 있다.
시판사업부는 로레알 파리, 가르니에, 메이블린 뉴욕 등 대중적인 브랜드를 갖추고 있고 화장품전문점, 대형할인점, 슈퍼마켓에서 주로 팔린다.
백화점사업부에는 랑콤, 비오템, 헬레나루빈스타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랄프 로렌, 카샤렐, 기라로슈, 팔로마 피카소, 키엘, 슈에무라 등 로레알이 자랑하는 일류 브랜드가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백화점이나 향수전문점과 같이 선별된 유통망을 통해 판매된다.
약국·병원사업부에는 메디컬 개념의 브랜드 비쉬와 라 로슈-포제가 있다.
이 대목에서 럼스비 이사는 2003년 시판돼 화제를 일으킨 붉은빛 알약 ‘이네오브 페르메테’를 보여주었다. 로레알이 식품회사 네슬레와 손잡고 개발한 이 알약은 바르는 화장품이 아니라 먹어서 피부에 탄력을 주는 제품으로 전세계에 ‘먹는 화장품’ 붐을 일으켰다.
헤어살롱, 약국, 슈퍼마켓, 화장품전문점, 백화점, 면세점, 통신판매, 인터넷 등 각기 다른 유통경로에 따라 다양한 컨셉트와 가격대의 제품을 갖춰 놓고 세계 어느 곳, 어느 계층 누구라도 로레알을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 일명 ‘카멜레온 전략’이다. 로레알은 밀라 요보비치브(로레알 파리 모델)를 앞세워 프랑스의 이미지를 홍보하다가도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미국식 라이프스타일’(랄프 로렌, 할리 데이비슨, 메이블린) 혹은 ‘라틴계 라이프 스타일’(아르마니)로 변신한다. 이런 ‘카멜레온 전략’은 곧 로레알의 ‘세계화’ ‘현지화’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로레알은 새로운 시장(국가)을 개척할 때 먼저 랑콤을 대표선수로 내보내 로레알의 인지도를 높이고, 로레알 파리와 같이 대중적인 브랜드로 저변을 확대하며, 마지막에 지역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나 브랜드를 내놓아 시장을 석권하는 3단계 전략을 쓴다.
예를 들어 오웬 존스 회장이 미국 지사장을 맡고 있던 1980년대 초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로레알이 미국 브랜드인 에스티 로더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오웬 존스는 우선 백화점 매장을 집중 공략해 1983년 한 해 동안 미국 내 랑콤 판매량을 25%나 끌어올렸다.
다음은 로레알의 눈에 띈 미국 토종 브랜드 메이블린이다. 로레알은 저가에 다소 촌스런 이미지를 가진 메이블린을 ‘색조’의 대명사로 바꾸어놓았고 ‘뉴욕’이라는 세련된 이미지를 추가해 미국 밖 시장을 두드렸다.
곧 전세계 소녀들이 메이블린 원더 컬 마스카라와 볼륨 익스프레스(마스카라)에 열광했고, 2001년 출시된 워터 샤인 다이아몬드 립스틱은 촉촉한 입술을 선호하는 동양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재 메이블린 뉴욕은 세계 1위의 메이크업 브랜드이며 90여개국에서 팔리고 있고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 밖에서 올리고 있다.
현지화가 곧 세계화
로레알은 1998년, 2000년 각각 인수한 소프트신과 카슨(헤어케어 전문 브랜드)을 합병해 미국 흑인을 파고들었다. 두 브랜드를 인수할 때 오웬 존스 회장의 머릿속에는 이미 연간 10억 달러에 달하는 아프리카 시장이 그려지고 있었다.
소프트신, 카슨은 현재 남아프리카 헤어제품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를 거점 삼아 아프리카 북쪽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로레알은 “프랑스 패션을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로레알 파리를 외면할 수 없다”(시판사업부 총괄 사장 파트릭 라방)고 자신감을 피력하면서도 “우리는 전세계에 서구적인 미(美)의 기준을 강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오웬 존스 회장)고 할 만큼 신중하다. 규모 면에서 세계 화장품시장의 7~8위를 차지하며, 1인당 화장품 사용 개수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 1인 당 색조화장품 사용 개수는 1위인 한국은 로레알 입장에서 보면 까다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시장이었다.
모스크바의 로레알 입간판. 로레알 브랜드는 140여개국에 진출했다.
이처럼 로레알의 브랜드들은 현지화와 동시에 세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오웬 존스 회장은 로레알이 앞으로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우리는 급속히 개방되고 있는 새로운 시장에서의 소비 지출 증가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유럽과 북미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잠재 소비자가 존재하는 아시아에서 우리 브랜드들은 이미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동유럽과 라틴아메리카는 빠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미 인도와 아프리카에 사업기지를 건설했다. 이 새로운 시장들은 다가올 미래에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화장품은 과학이다
로레알 본사는 보랏빛 외관, 아담한 로비와 라운지, 아기자기하게 꾸민 정원 등 화장품 회사다운 친근함과 세련미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 사무직원 2500명, 연구인력 1500명이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건물홍보 담당자인 마리 조세 토마스씨는 1~2층에 마련된 소비자테스트센터(흔히 헤어살롱이라고 불리는 각종 제품 테스트 장소)로 기자를 안내했다. 얼른 보기에 대규모 미용실 같은 이곳이야말로 제품의 생명과 타입을 좌우하는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
18개의 부스마다 머리에 염색을 하거나 퍼머세팅을 하고 있는 사람, 감거나 말리고 있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이곳에서 90명의 헤어드레서와 400명의 테스트 모델이 일한다. 토마스씨는 “시즌마다 파리에 거주하는 사람 가운데 지원자 400명을 뽑아 이들을 대상으로 신제품을 테스트하고 모니터링 결과를 컴퓨터에 기록해 마케팅 담당자와 연구자들이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테스트센터 내에 태양과 비슷한 인공조명 시설이 있어 날씨에 관계없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같은 건물 3층에 ‘화장품과 피부과학연구소’가 있지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멀리 유리창 너머로 볼 수밖에 없었다. 평가센터를 비롯 모든 R&D관련 시설에서는 촬영이 금지됐다.
화학자가 창업한 회사답게 로레알은 연구개발 분야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화장품 과학을 독자적인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로레알그룹은 매년 총 매출액의 3%(2003년 4억8000만 유로)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전대륙에 걸쳐 17개의 연구소(프랑스 6, 미국 2, 일본 2)에 2900여명의 연구원이 있으며 이들이 매년 3000여개의 새로운 성분을 만들어낸다. 로레알은 2003년 한 해 동안 515개의 특허를 냈다. 특허수로만 보면 프랑스 내 연구소 중 두 번째 순위다.
지난 40년 동안 로레알이 특허를 낸 120개의 새로운 ‘분자’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세라마이드R, 멕소릴SX, 멕소릴XL, 피부모델, 나노벡터가 있다.
실험실에서 안정성과 효과에 대한 테스트를 마친 새로운 성분은 12개국(유럽 외에 미국, 멕시코, 브라질, 일본, 중국, 한국)에 흩어져 있는 평가센터로 보내져 ‘현지화’ 가능성을 다시 테스트한다. 2002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피부학회에서 로레알은 중국인 여성 2000여명을 표본집단으로 5년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주름과 잡티의 생성, 기후·영양상태·담배와 같은 환경적 요인의 영향, 중국인의 민감성 피부에 대한 자료를 포함한 피부의 유형별 분류까지 완벽한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 이는 흑인, 동양인, 유럽인, 라틴아메리카인의 인구대비 민감성 피부의 비율을 측정하기 위해 수행된 다른 두 연구 결과와 함께 ‘과학적인 화장품’ 개발의 기초 자료가 된다. 이밖에도 모발연구팀은 흑인 모발의 부서짐 정도, 파괴 강도, 건조도 등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 유색인을 위한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4월22일 기자가 파리 로레알 본사를 방문했을 때 마침 ‘로레알 이-스트래트 챌린지(e-Strat Challenge)’ 최종 경선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스트래트 챌린지’란 일종의 온라인 비즈니스 게임으로 참가자는 인터넷상에서 가상의 다국적 화장품회사 CEO가 되어 회사를 운영하고 그 결과(SPI라는 주식지수로 환산)를 가지고 경합을 벌인다. 3인1조로 참가하며 전세계를 7개 지역으로 나누어 대학팀과 MBA팀이 따로 경합을 벌이는데 올해는 800여개 대학에서 1000여개 팀이 참가해 두 달여 동안 치열한 지역예선을 치렀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생존한 14개팀(대학생 7팀, MBA 7팀)이 파리 로레알 본사에서 최종 라운드를 치르는 날은 참가학생들뿐 아니라 지도교수, 각국 기자들, 로레알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성황을 이룬다. 아쉽게도 올해에는 한국팀이 최종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본선행사는 즉석 추첨에 따라 순서를 정하고 한 팀씩 프레젠테이션(PT)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국제행사답게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 각 팀의 PT가 끝나면 심사위원들이 허를 찌르는 질문을 퍼붓는다.
4월22일 열린 ‘로레알 이-스트래트 챌린지’ 최종 결선. 인도네시아대학팀의 프레젠테이션 모습이다.
필요한 만큼 뽑고 최대한 기회 준다
프랑수아 바쉐 인사담당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핵심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로레알의 전략”이라며 “이-스트래트 챌린지를 통해 잠재적 인재들이 제한된 상황과 극심한 경쟁 속에서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고 실제 비즈니스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이 게임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스트래트 챌린지는 로레알의 인재 ‘입도선매’ 작전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로레알은 이 외에도 매년 ‘마케팅 어워드’라 불리는 대학생 대상 국제마케팅 전략대회를 치르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침 이-스트래트 챌린지 행사장에서 로레알 본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신명아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파리에 머무는 동안 로레알 인턴십에 도전했다. 영어, 불어에 능통한 신씨는 본사 국제커뮤니케이션 파트에서 인턴십을 하는 동안 로레알과 유네스코가 공동 수여하는 ‘세계여성과학자상’ 프로젝트와 ‘이-스트래트 챌린지’ 등 주요 국제행사에 참여해 많은 경험을 쌓는 행운을 누렸다.
로레알은 인턴에게 단순 사무보조 업무가 아닌 고유의 프로젝트를 진행토록 해 실무경험을 쌓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씨는 한국에 돌아가면 꼭 로레알코리아에서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로레알코리아에는 인턴사원 모집 때마다 1300여명의 지원자가 몰리는데 그 중 평균 5명은 외국인이다. 지난번 인턴십 지원자 중에는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중국인도 있었다.
모이라 타일러퍼 인사담당 이사는 로레알의 ‘젊은 인재 선발’ 방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모이라 타일러퍼 인사담당 이사.
타일러퍼 이사는 로레알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한다. 회사는 필요한 만큼 뽑고, 최대한 기회를 준다(개인별 맞춤형 개발제도라 한다). 그래서 회사를 옮길 때마다 몸값을 높여가는 미국식 커리어 관리와는 사뭇 다르다. 로레알에는 이 회사가 첫 직장이거나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많다. 그럼에도 정체되어 있지 않고 매우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회사가 수십 년째 성장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났고(매년 27% 이상의 매니저가 승진하며 평균 7.5년 만에 각 부서 책임자가 된다), 140여개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답게 전세계를 무대로 일할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매니저급 직원의 8%가 출신국가 외의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다(약 1500명). 타일러퍼 이사도 학교 졸업 후 로레알에 입사해 10년 동안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 4년 전 인사부서로 옮겨 새로운 커리어를 쌓고 있다. 오웬 존스 회장도 1969년 로레알에 입사한 후 세일즈맨으로 출발해이탈리아지사장, 미국지사장을 거쳐 그룹 회장 겸 최고 경영자에까지 올랐다.
1년 예정으로 영국지사에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로레알코리아의 김도형 대리는 “나이, 국적, 인종, 성별에 관계없이 그 자리에 필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는 것이 로레알의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영국지사에서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 마케팅부 제품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영국 헤어살롱에 로레알 제품을 팔기 위한 전략을 짜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 그의 주업무다.
김 대리는 “영국은 한국시장보다 5배 나 크고 성숙한 시장이기 때문에 배울 점이 많다”면서 “영국지사에서 일하지만 동료 중에는 미국이나 다른 유럽국가 출신이 워낙 많아 말 그대로 다국적 기업임을 실감한다”고 했다.
2003년 8월 시카고에 설립된 ‘인종별 모발과 피부연구센터.’
로레알 본사에서 자동차로 30여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라 바비에르 공장(주로 가르니에 제품 생산)을 방문하고 기자는 그 이유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쾌적한 근무환경과 오리가 노니는 연못. 로레알은 지난 10년 동안 모든 산업현장(공장, 사무실, 연구소, 물류센터)에서 물과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고,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천해 오고 있다. ‘제로 매립’이라는 목표는 전세계 로레알의 산업현장에서 공히 실천되고 있으며 현재 45% 달성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로레알 제품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웬 존스 회장은 지난해 4월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화장품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로레알의 미래를 이렇게 설명했다.
“20년 전부터 사람들은 성장의 한계와 시장의 포화를 예측해 왔다. 하지만 화장품 산업은 그런 상황과 거리가 멀다.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20~50세의 여성들에게 제품을 판매했다. 이제 우리는 15~75세의 여성에게 제품을 팔고 있다. 미래 우리의 고객은 13~93세로 넓어질 것이다. 게다가 남성 화장품시장은 아직도 초기 단계에 있으며 개발도상국에는 어마어마한 수요가 잠재돼 있다. 또 우리는 품질 향상이라는 지속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모든 점을 고려했을 때 화장품시장은 포화상태와는 거리가 멀다.”
‘당신은 소중하니까’(로레알 파리 슬로건)를 외치는 기업 로레알은 성장의 한계를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