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호

神의 손으로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 융프라우

  • 입력2004-06-02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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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神의 손으로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 융프라우

    클라이네 사이테크에서 바라본 멘히봉.

    저녁노을에 비친 알프스만큼 조물주의 오묘한 솜씨를 제대로 보여주는 경치는 드물다. 끝없이 펼쳐진 빙하, 긴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이름 모를 들꽃, 크고 작은 마을들이 연출하는 목가적인 풍경. 그 경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알프스가 매년 엄청난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으리라. 프랑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 걸쳐 있는 광대한 알프스 산맥 가운데 유일하게 인류 자연유산으로 선정된 곳이 바로 중부 알프스의 보석이라 불리는 융프라우(Jungfrau)다.

    만년설 녹아내린 에메랄드빛 호수

    베르너 오버란트로 향하는 길에 펼쳐지는 풍광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잔잔한 호수를 배경으로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고성(古城)이 그렇고 능선을 따라 옹기종기 들어선 아담한 마을 또한 그렇다. 베른, 스피츠, 인터라켄을 지나서 만난 그린델발트(Grindelwald)의 느낌은 한마디로 푸근함이다. ‘녹색의 숲’이란 뜻을 가진 그린델발트에 이르면 아이거봉과 베터호른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영험한 산 융프라우에 오르는 거점으로도 유명한 그린델발트는 전통적인 목조가옥인 샬레를 비롯해 푸른 빙하터널과 산악박물관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그린델발트 역에서 출발하는 등산열차를 타고 만년설 봉우리가 늘어선 융프라우봉으로 향하는 길에선 창 밖으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떼가 관광객을 맞는다. 산을 오르던 열차가 방문객을 모두 내려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간 기착지는 클라이데 샤이데크. 그린델발트와 융프라우 중간지점에 위치한 이곳에 서면 베르너 오버란트의 3대 명산인 융프라우, 멘히, 아이거의 웅장한 경관이 코앞에 와 닿는다. 간이역과 자그마한 음식점, 산촌(山村)의 독특한 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호텔은 언제나 방문객들로 붐빈다.

    등산열차의 종착점은 융프라우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융프라우요흐. 열차 문이 열리자 갑자기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든다. 옷깃을 여미고 열차에서 내리니 ‘Top of Europe’이라는 커다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알프스는 유럽의 지붕이요, 융프라우요흐는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기차역인 까닭이다.



    神의 손으로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 융프라우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큰 빙하지역인 알레치 빙하. 길이가 무려 22㎞에 달한다.



    神의 손으로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 융프라우

    클라이데 샤이데크 들판 가득 피어 있는 야생화. 멀리 만년설로 뒤덮인 융프라우봉이 보인다.

    역과 쉼터를 연결하는 터널을 지나자 지금까지 본 풍경과는 전혀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알프스의 여러 빙하군(群) 중 가장 길고 크다는 알레치 빙하군을 비롯해 베르너 오버란트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 유리벽에 이마를 바짝 붙이고 주변을 서너 차례 둘러보다 스핑크스 전망대행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관람객을 시샘이라도 하듯 전망대 꼭대기에서 맞는 융프라우의 바람은 매섭고 거칠다. 난간을 따라 만들어놓은 발코니전망대에서는 융프라우 정상과 끝없이 펼쳐진 빙하군이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약 7000만년 전에 형성되기 시작한 알프스 조산대는 길이 1200㎞, 폭 100~200㎞에 이르는 거대한 산맥이다. 아프리카대륙과 유럽대륙이 충돌하면서 솟아오른 알프스산맥은 미세하긴 해도 아직 융기현상이 진행중이다. 이곳에서 만나는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산악 빙하. 남극이나 북극의 빙하는 낮은 지역에 형성된 데 비해 융프라우의 빙하는 빙설이 형성된 지점이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알프스 빙하지역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1200개에 이르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크다는 알레치 빙하는 길이 22㎞에 폭 2~5㎞다. 알레치 빙하로 대표되는 융프라우 인류유산지역의 가장 큰 장점은 해발 3000m가 넘는 고지대지만 케이블카와 등산열차를 이용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 원한다면 등반장비와 기구를 이용해 더 자세히 둘러볼 수도 있다.



    神의 손으로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 융프라우

    쉴트호른 전망대에서 바라본 융프라우봉(오른쪽)과 멘히봉.

    방문객 대부분은 다시 열차를 이용하여 하산하지만 스키를 타거나 빙하 위를 걸어 하산하는 마니아들도 있다. 열차로 하산하는 경우에도 긴 터널을 빠져나온 뒤 도착하는 아이스 메아 지역에서 내려 비교적 안전하게 빙하 위를 걸으며 알프스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빙하 위를 걸어 조금만 이동하면 알프스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암벽을 자랑하는 아이거를 만날 수 있다. 수직에 가까운 경사면, 얼음 위로 곧장 솟아 있는 1000m가 훨씬 넘는 거대한 바위는 전망대에서 바라보았던 모습과는 다른 알프스의 속살을 선사한다.

    클라이데 샤이데크에서 아이거 봉우리 입구까지 이어지는 산길은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만한 등반코스다. 트레킹에 적합한 경사면을 따라 걷다 보면 들판의 야생화를 원없이 감상할 수 있다. 알프스를 상징하는 야생화 에델바이스, 어디서든 쉽게 눈에 띄는 ‘알프스의 장미’ 알핀로제, 얼른 봐서는 풀인지 꽃인지 구별이 안 되는 엔치안 등등. 아쉬운 점은 이들 야생화가 초여름에 해당되는 6월부터 7월 사이에만 순박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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