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본 체제 유지돼야
- 삼성전자 해외 이전 검토한 적 없어
- 삼성생명 상장, 법대로 하자
- 정치자금은 100% 이건희 회장 돈, 그러나 회장은 몰랐다
- 채권 행방 밝힐 이유 없다
- 대학에 돈 주는 것보다 정당에 돈 주는 게 휠씬 이득이었다
- 불법 정치자금 제공, 지금까진 죄의식 없었다
- 회장에 누 끼칠까봐 웬만한 건 내가 알아서 처리
- 부산상고·고려대 동문회 한 번도 안 나갔다
●1946년 경남 밀양 출생 ●부산상고·고려대 상대 졸업 ●1971년 삼성그룹 입사 ●제일모직 관리부장, 제일제당 이사 ●삼성 회장비서실 재무팀장·재무담당 전무 ●삼성화재 사장 ●삼성 회장비서실장 ●삼성 구조조정본부장(1998년∼)
삼성은 지난해 121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해 우리나라 예산(111조원)보다 10조원이 더 많은 규모다. 세전이익은 10조3000억원을 기록, 지속된 불황에도 2년 연속 10조원대 이익을 실현했다. 삼성은 올해 1·4분기에도 이미 세전이익 5조원을 달성, 이대로 가면 연말에는 이익 20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이 1년간 낸 세금 6조5000억원은 국가 조세예산의 6.3%에 이른다.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 기업을 거느리고 있기에 삼성 계열사들의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 4월 현재 126조원으로 재계 2∼15위 대기업의 시가총액을 더한 것보다 많으며, 국내 전체 상장회사 시가총액의 31.2%에 해당한다.
삼성의 지난해 수출액은 2002년보다 21% 신장한 377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했다. 무역수지에서는 20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우리나라 총 무역수지 흑자가 150억달러쯤 되니 삼성이 없으면 한국은 곧장 무역수지 적자국으로 전락할 판이다. ‘삼성이 한국을 먹여살린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이건희의 분신
삼성의 이같은 성장동력은 이학수(李鶴洙·58) 부회장이 본부장을 맡고 있는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에서 나온다는 게 삼성 스스로의 분석이다. 삼성 구조본은 이건희(李健熙·62) 회장을 그림자처럼 밀착 보좌하며 그룹의 관제탑(Control Tower) 노릇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와 재벌 사이에 구조본 해체 논쟁이 빚어진 이래 상당수 대기업이 구조본을 폐지하거나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삼성 구조본은 변함없이 건재하다. 각 계열사에서 엄선된 100여명의 ‘엘리트’들이 재무·인사·경영진단·홍보·비서·법무·기획 등 7개 팀에 소속돼 활발하게 뛰고 있다.
삼성 구조본은 한계사업 정리와 계열사간 중복사업 조정을 주도한다. 각 계열사의 국내외 지사 등으로부터 최신 정보를 수집하고, 계열사의 재무·인력구조 분석을 통해 경영상태를 진단하는 컨설팅 기능도 수행한다. 사장단 및 임원들에 대한 인사와 업적평가 또한 구조본의 주요 업무. ‘돈줄’과 인사, 정보를 모두 장악한 구조본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해체된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못지않게 막강한 조직이다.
그런 구조본을 7년째 이끌고 있는 이학수 본부장은 이건희 회장의 분신과도 같은 인물이다. 1982년부터 회장비서실에서 근무한 이 본부장은 1987년 이 회장이 취임한 이래 그를 가장 오래 보좌한 현역 임원이다. 이 본부장은 주로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업무를 챙기는 이 회장을 수시로 독대하고 직언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 가운데 하나다. 이 회장 가족과도 가끔씩 식사를 하고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는 등 가까운 친지처럼 지낸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 회장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으로 꼽힌다.
이학수 본부장의 집무실은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맨 꼭대기층의 이 회장 방과 붙어 있다. 그의 그룹내 위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본부장은 1997년 말 이래 외환위기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대기업과도 극단적으로 대조가 될 만큼 탁월한 성과를 거둬 이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위기 때마다 삼성의 안전경영을 뒷받침했다 해서 ‘삼성 지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외환위기 이후 그는 계열사들의 현금 흐름을 하루 단위로 주도면밀하게 관리해 고금리와 자금난의 파고를 비껴나갔고, 부실사업을 과감하게 걷어들이는 등 이른바 ‘선택과 집중’에 주력함으로써 고속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최근 5년 동안의 수익이 1938년 삼성그룹 창업 이후 1998년까지 60년간의 수익보다 6배 정도 많다”고 설명했다. 1997년 366%에 이르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56%로 현저하게 줄었다.
더욱이 이 본부장은 1980년대 후반 비서실 재무팀장 시절부터 그룹 전체의 재무관리와 경영전략 및 사업구상은 물론, 이병철(李秉喆)-이건희-이재용(李在鎔·36·삼성전자 상무)으로 이어지는 그룹 승계과정의 지분관리, 그리고 이건희 회장 일가의 재산관리에도 깊이 관여해왔다. 이 회장의 신임이 웬만큼 두텁지 않고서는 맡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검찰에서 불법 정치자금 제공혐의로 수사를 받은 그는 “삼성이 정치권에 준 자금은 이 회장의 개인 돈”이라며 비자금 조성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이 회장은 정치자금 제공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대기업 오너의 ‘실세 대리인’들이 대개 그러하듯, 이건희 회장의 ‘그림자’를 자임해온 이 본부장도 그간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기피해왔다. 그룹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 같은 자리가 아닌, 본격적인 인터뷰에 응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 초부터 1년 넘게 이 본부장측과 접촉한 끝에 어렵사리 그와 마주할 수 있었다. 워낙 치밀하고 신중하기로 소문난 인물이라 고도로 우회적인 화법을 구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는 대부분의 질문에 소탈하게 느껴질 만큼 직설적으로 답변했다. 다만 검찰 수사와 관련된 대목에서는 말을 아꼈다.
-삼성이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성과를 가능케 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삼성은 올해 1·4분기에 매출 33조원, 세전이익 5조원을 초과했습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경영실적도 세전이익이 20조원에 이르는 등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런 성과는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과 외환위기 이후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 바탕 위에 인재중시 경영, 과감한 선행투자 및 관계사간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해온 결과라고 요약할 수 있죠. 특히 핵심 우수인력의 확보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경쟁력도 담보할 수 있으므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사가 현재의 성과에 안주해 ‘성공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지속적인 혁신과 구조조정을 독려한 구조본도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가 국가적 현안이 됐습니다. 이와 관련, 삼성에 거는 기대가 큰데 올해 채용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대졸 신입사원은 7000명 정도 채용할 계획입니다. 그 가운데 여성이 30%(2100명)가 넘을 겁니다. 1500명 가량은 7∼8월에, 나머지는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입사하게 됩니다. 전자 관계사의 신규 투자가 많다 보니 전문대와 실업계 고교를 졸업한 생산현장 인력 채용규모도 전년도보다 30% 이상 늘어난 7200명 정도가 될 겁니다.”
-최근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는 “삼성이 지난 8년간 세계 1위를 지켜온 D램 반도체는 PC시장의 정체와 더불어 한물가고, 일본이 강한 디지털 가전과 시스템 반도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 임원으로 근무했던 한 일본인은 주간지 ‘아에라’에 “삼성은 질보다 양을 중시하며 기초 기술연구에 소홀하다. 지금 잘되는 사업은 언젠가 중국에 뺏길 분야다”고 썼습니다. 이른바 ‘삼성전자 거품론’인데, 이는 “5년, 10년 후에 뭘 해서 먹고 살지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고 한 이건희 회장의 우려와도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은 계속 강화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PC뿐 아니라 모바일 및 디지털 컨슈머 분야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어 상당 기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울러 제품의 융·복합화와 네트워크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는 반도체, LCD, 통신, 디지털 미디어 등을 포괄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미래의 신상품,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봐요. 삼성은 늘 위기의식을 갖고 자신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나가면서 미래에 대비하는 ‘준비경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에 대한 여러 말씀은 방심하지 말고 더 잘하라는 충고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구조본이 필요한 이유
-외환위기를 잘 극복한 데다 요즘처럼 좋은 실적을 내는 상황에도 구조본을 지금까지와 같은 체제로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까.
“삼성은 ‘상시 구조조정체제’로 전환해 지금도 군살을 빼고 있습니다. 다이어트해서 살 뺀 뒤 다시 포식하면 살이 더 찌잖아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잠깐 방심하면 2류로 처지고 3류로 추락하죠. 그래서 구조본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각사에 접목, 상시 구조조정을 촉진합니다. 이와 함께 계열사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면서 시너지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노트북 컴퓨터, 디지털 가전 등의 세트 제품을 일류로 만들어낸 데는 부품, 소재 등 여러 부문의 계열사간 협력이 큰 역할을 했어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구조본이 ‘6시그마’ 같은 신경영 기법을 도입해 그룹 전체로 확산시켜온 점입니다. 계열사들이 제각기 선진 제도나 기법을 도입하면 돈도 많이 들고 시행착오도 생기지만, 저희는 한두 회사에서 먼저 해보고 검증된 모델을 만들어 그룹 전체에 적용합니다.”
-옛 회장비서실과 지금의 구조본은 어떻게 다릅니까. 재무, 인사, 정보를 쥐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게 아닌가요?
“과거에는 비서실이 각사의 의사결정에 일일이 관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각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지금은 훌륭한 CEO들이 있고 우수한 인재들도 많습니다. 또 경영이 시스템에 따라 돌아가고 있기에 구조본이 각사 경영에 끼여들 필요가 없어졌어요. 다만 각사가 당장에 소출을 늘리겠다며 화학비료를 써서 좋은 땅을 망치지는 않는지 살펴보고, 좀 힘들더라도 퇴비를 쓰도록 권장하는 정도가 구조본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비서실장들이 철저하게 회장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관리형 참모’였던 데 비해 이 본부장은 상당한 ‘대리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경영형 참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글쎄요. 제가 일하는 환경이 선배 실장들 때와는 좀 다릅니다. 과거엔 그룹 경영이 일사불란해야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계열사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입니다. 의사결정도 빨라지고 있고요. 그렇게 되니 경영진들이 책임과 권한을 더 갖게 된 거죠. 구조조정본부장이라는 자리도 참모라기보다는 여느 회사의 사장 자리와 다를 바가 없어요. 각사가 하는 일을 연결하고 조정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결정하고 집행해야 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무한책임을 갖고 일하고 있죠.”
이학수 본부장은 이건희 회장의 심중을 꿰뚫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br>지난 1월2일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서 이 회장(왼쪽)이 이 본부장과 함께 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삼성은 하는 수 없이 4월30일 공정위에 지주회사 전환신고를 했지만, “에버랜드는 지주회사가 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주회사가 되면 2년 안에 삼성생명 지분을 50% 이상(현재 19.4%) 보유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2조7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더욱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은 보유한 자회사 지분들을 처분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게 된다.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상무이며, 삼성은 에버랜드가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가 지주회사 요건을 벗어나려면 자산을 크게 늘려 삼성생명 주식가액 비율을 자산의 50% 이하로 떨어뜨리거나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해야 할 텐데, 전자는 비용부담 때문에, 후자는 적대적 M&A(인수·합병) 우려 때문에 쉽지 않을 듯합니다.
“(요건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되나 하고 다각적인 방안을 연구하곤 있지만, 규모나 방법, 법적 제한사항 등으로 인해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봅니다.
저희로선 참 답답해요.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을 산 게 1998년입니다. 이미 6년 전에 취득한 거예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경영이 잘 돼 이익을 많이 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고 삼성생명 주식가치도 덩달아 올라간 겁니다. 그 바람에 에버랜드가 엉겹결에 지주회사가 됐지, 지주회사가 될 의도는 전혀 없었거든요.
이런 경우까지 지주회사로 엮는 것은 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봐요. 자의가 아니었다면 구제해주는 보완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주식의 취득원가를 따질 수도 있을 것이고(에버랜드는 1998년 삼성생명 주식을 1주당 9000원에 매입했는데, 최근 장외시장에서는 25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경과연수를 고려해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이처럼 불합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관련 법이 조속한 시일 안에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생명 상장, 정부에 달렸다
최근 삼성생명은 정부의 법인세 부과에 불복해 국세심판을 청구했다. 삼성생명은 1989∼90년 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 법인세를 면제받았으나 상장이 미뤄지면서 여러 차례 납부를 유예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말 상장이 완전 무산되자 국세청은 3140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고, 삼성생명은 올 초 세금을 냈다. 삼성은 “상장이 무산된 것은 정부가 업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조율하지 못해 상장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삼성생명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장이 연기된 만큼 법인세를 물린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납부한 3140억원 중 3분의 2 가량은 상장 연기로 인한 가산세다.
-삼성생명 상장은 이제 완전히 물 건너 간 겁니까.
“합리적인 기준만 마련되면 조속히 상장을 실시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실 기업 상장은 상장요건만 충족되면 그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생명보험사만 상장 차익에 대해 계약자의 몫을 주장하는 등 불합리한 논쟁에 휩싸여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사실상 상장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생보사가 지금까지는 한 해의 경영실적에만 근거해 계약자 몫을 배분했기 때문에 지난 수십 년 동안 계약자가 생보사의 재산형성에 기여한 공로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따라서 상장 차익 일부가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는데요.
“은행 돈은 예금자 돈입니다. 그런데 은행이 상장하면 예금자에게 상장 차익을 나눠줍니까? 차입금이 많은 기업이 상장하면 돈 빌려준 은행에다 상장 차익을 나눠줍니까? 아니잖아요. 생보사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느냐, 아마 일본의 경우를 보고 그러는 것 같아요. 일본 생보사들은 상호회사에서 출발했습니다. 상호회사가 주식회사로 바뀔 때는 지금 우리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계약자들에게 이익을 나눠줬어요. 상호회사에선 계약자가 주주나 사원과 마찬가집니다. 회사에 대해 권리도 있고 책임도 있으니 이익을 배분하는 건 당연하죠.
그렇지만 우리나라 생보사는 주식회사로 출발했습니다. 주식회사 돈이 계약자 돈이라는 건 말이 안 돼요. 제일생명이나 대한생명이 무너질 때 계약자들이 책임졌습니까? 주주들만 책임졌잖아요. 만약 삼성생명 경영이 어려워져서 회사를 청산하게 되면 계약자가 손실을 떠안습니까? 우리는 법대로 하자는 겁니다. 같은 주식회사인데 왜 생보사만 돈을 내놓아야 합니까. 처음엔 우리더러 주식도 내놓고 공익사업에도 돈을 내라고 하더군요. 결국 우리가 한 발 물러나 ‘주식 내놓으라는 건 터무니없고, 공익사업엔 돈 내겠다’고 했어요. 병원을 짓겠다고 했죠. 병원을 짓되, 계약자들이 우선적으로 진료받게 하고 수익은 한 푼도 가져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얼마를 내놓느냐, 기간을 언제까지로 하느냐를 놓고 금감위 등과 조율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가 위법을 했다며 세금을 부과한 겁니다.”
-시민단체들은 삼성전자가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삼성카드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도 당기순이익이 2002년보다 1조원 이상 감소한 것은 삼성카드 지분법 평가손이 7000억원을 넘었기 때문인데, 그러고도 삼성카드에 추가 출자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삼성전자 이사회엔 사외이사가 회사측 이사보다 많습니다. 그런 이사회에서 경제적 효익 등을 충분히 검토한 끝에 증자에 참여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에게 득이 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삼성카드가 유동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업종 전망은 밝다고 본 것이죠. 카드사들의 과열경쟁으로 부작용이 초래되기도 했지만, 이젠 거의 다 정리됐잖습니까. 그러니 유동성을 확보해 회사를 안정시키면 분명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봤습니다. 삼성카드 유상증자 발행가액(8000원)이 삼정KPMG의 평가가액(1만3696원)이나 2개월 평균 장외가격(9905원)보다 저렴하기도 했고요.
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삼성카드는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금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아져 지난 4월말 회사채 1000억원을 좋은 조건으로 발행했고, 장외시장 주가도 75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9000∼1만원대로 올라섰습니다. 삼성카드가 작년에는 평가손이 났지만, 과거엔 평가이익도 많았어요. 지금까지의 평가손과 평가이익을 다 합치면 아마 비슷한 규모가 될 겁니다.”
-만에 하나 삼성카드 경영이 악화됐다면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았을 텐데요.
“만약 그랬다면 삼성전자가 금융거래에 제약을 받았겠죠. 금융기관에 ‘신용불량회사 관련인’으로 등록되면 삼성전자는 수출금융 네고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삼성카드 증자에 참여하되, 장기적으로 지분을 일정 수준까지 줄이기로 하고 일부 실권해 증자 전 61.0%이던 지분율이 증자 후엔 46.0%가 됐습니다. 대신 삼성생명이 34.5%를 갖게 됐고. 다음에 한 번 더 증자하면 지분율은 더 떨어지겠죠.”
-최근 삼성전자 임원이 삼성전자의 적대적 M&A와 미국으로의 본사 이전 가능성을 제기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공정위에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압니다. 그 내용 중에 과거 삼성전자 IR에서 일부 외국 주주들이 ‘삼성전자가 본사를 외국으로 이전하면 주가가 대폭 상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부분이 있으나, 회사 내부적으로는 본사 이전을 검토한 바 없습니다.”
-지난 3월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지분 5.0%를 취득해 단일 지분으로는 최대주주가 된 데 이어 며칠 전에는 호주계 투자기관 플래티늄이 5.83%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이들이 ‘제2의 소버린’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헤르메스는 소버린과 달리 삼성이 배후 조종하는 ‘백기사’라는 소문도 들립니다.
“4월말 현재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45.7%에 이릅니다. 삼성은 주주가치 중시와 투명성 제고를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 선상에서 헤르메스 등 해외 투자자들과 성의 있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갈 것이므로 소버린과 같은 사례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소버린의 SK(주) 경영권 탈취 시도 이후 국내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국내 기업은 출자총액한도, 계열금융사의 의결권 제한 등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어요. 이런 규제들을 완화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합니다. 헤르메스가 삼성의 ‘백기사’라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헤르메스는 브리티시 텔레콤 계열의 연기금 공모 펀드예요. 공모 펀드의 성격상 삼성을 위해 ‘백기사’로 나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왜 ‘700억’인지 몰라
-불법 정치자금을 수사중인 검찰은 삼성이 2002년 대통령선거 직전 2년간 700억원대의 채권을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채권의 행방과 구입자금의 실체에 세간의 관심이 온통 쏠려 있습니다.
“채권 구입자금은 100% 이건희 회장 개인 재산입니다. 회장 재산을 운용할 목적으로 채권을 샀으니까요. 우리는 대선 직전 2년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회장 재산을 운용하기 위해 비실명 채권을 사고 팔았습니다. 비실명 채권은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합법적인 투자수단이잖아요. 다시 말해서 정치권에 줄 목적으로 채권을 산 게 아니라는 거죠. 일각에선 ‘삼성이 다른 기업처럼 현금으로 주지 않고 채권으로 준 것을 보면 애초에 불법적인 용도로 쓰려고 채권을 산 게 아니겠냐’고 넘겨짚지만, 우리는 단지 그렇게 많은 돈을 현금으로 줄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갖고 있던 채권으로 줬을 뿐입니다.”
이 본부장은 “정치권에 제공한 자금은 100%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재산”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우리는 700억원이라는 액수부터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됐는지 알지 못합니다.”
-얼마가 됐든 삼성이 구입한 비실명 채권 총액의 행방만 밝히면 의혹이 다 풀리지 않겠습니까.
“다시 말씀드리지만 삼성이 사들인 비실명 채권은 이회장 개인 재산입니다. 합법적인 재산 운용을 해온 것인데, 왜 전체 내역을 공개해야 합니까. 가령 다른 기업은 여러 대주주로부터 현금을 갹출해 정치권에 전달했다는데, 그렇다고 그분들이 지난 수년간 통장에 예금이 얼마나 있었고, 인출은 얼마나 했고, 정치권에 주고 남은 돈은 어디에 썼는지를 밝혀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채권도 현금과 다를 게 없습니다.
또 이런 문제도 있어요. 채권은 발행시점, 거래시점에 따라 시장금리에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래서 정확한 거래가격은 우리도 잘 몰라요. 중개인이 얼마를 주고 샀다고 하면 그대로 믿는 수밖에 없죠. 골동품이나 미술작품 거래하는 것과 비슷해요. 예컨대 우리가 현금 50억원을 주고 중개인에게 채권 매입을 의뢰하면 중개인은 중간상으로부터 채권을 52억원어치 받아올 수도 있고, 55억원어치를 받아올 수도 있어요. 더 받아온 채권은 중개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거죠. 이렇게 발생하는 ‘오차’를 10%로만 잡아도 700억원이면 70억원에 이르는데 이걸 우리가 어떻게 규명할 수 있겠습니까.”
-채권을 사면 채권번호를 기록해둘 것 아닙니까. 그걸 추적해보면 될 텐데요.
“채권번호가 없어요. 적어놓지를 않았대요.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담당임원에게 왜 안 적었냐고 물었더니 ‘배신할 의도가 있다거나 채권 받은 사람한테 시비 걸 목적이 없는 한 번호는 안 적습니다’ 이럽디다. 또 사채시장에선 신용이 생명이라 한 번이라도 위조 채권을 유통시킨 게 드러나면 장사를 못한답니다. 그래서 지금껏 채권이 대량 위조된 사례는 없었대요. 굳이 번호를 적어둘 이유가 없었다는 거죠.”
비자금 조성 꿈도 못꿔
-삼성이 정치권에 건넨 330억원이 모두 이건희 회장의 개인 돈이라는 삼성측 주장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습니다.
“모 그룹 회장을 구속되기 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분이 ‘요즘 정말 죽겠다’고 합디다. 회사에서 임직원을 내보내려고 하면 ‘회사에 이러저러한 비리가 있는데, 날 내보내면 다 폭로하겠다’고 협박한다는 거예요. 삼성에선 외환위기 이후 사장부터 사원까지 약 3분의 1이 회사를 나갔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이젠 계열사에서 돈을 받아올 수가 없습니다. 비자금을 만들려면 우선 우리 구조본에서 계열사 사장한테 얘기해야 합니다. 사장은 경리책임자에게 얘기해야 하고 그러면 담당실무자도 알게 됩니다. 구매파트 같은 데선 현업에 얘기해야 하고 현업 쪽에선 협력업체로부터 협조를 받아야 해요. 수십 명이 관여하게 되는 거죠. 요즘 이런 짓 했다가는 다 죽습니다. 사장부터가 하라고 시켜도 안해요. 구조본이 시켜서 했다고 해도 나중에 들통나면 자기가 감옥 가는데 말을 듣겠습니까.
삼성이 작년에 120조원어치 물건을 만들어 팔아서 이익을 10조원 남겼습니다. 그러면 110조원은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얘깁니다. 종업원들이 인건비도 가져갔고, 은행들이 이자도 가져갔고, 주주들이 배당금도 가져갔고, 대학들이 기부금도 가져갔습니다. 이렇게 가져간 것은 합법적이니 문제 될 게 없죠. 하지만 정치자금은 한도가 넘게 받아가면 불법입니다.
그렇다고 그걸 안주면 어떻게 됩니까. 우리한테 여러 가지 불이익이 생기죠. 삼성이 지금까지 서울대에 기부한 돈이 1000억원이 넘습니다.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을 우리가 지어주는데, 300억원쯤 들어요. 그런데 깨놓고 말씀드리면 대학에 돈 주는 것보다 정치권에 갖다주는 것이 기업에겐 훨씬 이득인 게 우리 현실이었습니다.
회사가 불이익을 당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개인은 회장입니다. 정치권에서 돈을 요구하는데 회사에서 돈을 걷을 수는 없으니 회장이 내놓는 수밖에요. 모르긴 해도 우리 회장 재산이 조 단위일 텐데 200억, 300억 아껴서 화를 자초하겠습니까. 이건희 회장은 1999년 삼성자동차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평가액이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내놓겠다고 결심하는 데 10분도 안 걸렸던 분입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정치자금 제공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는데, 이것도 보통 사람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겁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수백억원이나 되는 개인 재산이 건네졌다면 사전에 이 회장의 양해를 구했거나 최소한 사후 보고쯤은 있었을 듯한데요.
“일반인의 잣대로 보면 우리 회장의 캐릭터를 잘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재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병철 회장 때는 비서실 재무팀장이 매달 재산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후에는 6개월에 한 번씩 하라고 했어요. 그러더니 얼마 후엔 1년에 한 번씩 하라고 했습니다. 요즘은 1년에 한 번도 하지를 못해요. 지금이 벌써 2004년 5월인데 아직 2002년 상황도 보고하지 못했습니다. 연초에 해외에 나가서 몇 달씩 머무르실 때가 많거든요. 회장 생각은 ‘내 재산이야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가면 늘고 내려가면 주는 건데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냐. 지분율이나 좀 오르내리고 뭘 사고 파는 것도 빤한데, 그런 것 시시콜콜 보고할 것 없다’는 식입니다. 그러고는 통장이며 인감도장 다 우리한테 맡겨놓고 삽니다. 외환위기 무렵에는 회장 몰래 회장 재산으로 계열사에 4조원쯤 보증을 섰다가 가슴을 졸인 적도 있어요.
이건희 회장은 제가 재무팀장일 때 회장에 취임했는데, 처음엔 저도 ‘어디에 축의금 내실 일이 있습니다’ ‘회장님 이름으로 임원들에게 격려금 좀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면서 일일이 보고를 했어요. 이 회장은 그럴 때마다 ‘알았다’고만 했어요. 그러더니 언젠가는 ‘그런 걸 왜 자꾸 얘기하냐. 당신이 좀 알아서 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된 지가 벌써 수년이 됐습니다. 물론 불법 정치자금 주는 것까지 알아서 하라고 하신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당신을 해롭게 하거나 사심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아니까 믿고 맡기신 거죠. 본인이 별 관심이 없으신 데다, 저도 행여 나중에 회장께 누가 될까봐 웬만한 건 귀띔 안 하고 알아서 합니다.”
-불법 정치자금 수사로 곤욕을 치르셨는데, 어쨌든 이를 계기로 정치권의 자정(自淨) 의지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을 겁니다. 그러나 정치권과 재계가 수십년 묵은 구습과 관행을 단번에 떨쳐낼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는 게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솔직히지금까지는 별로 죄의식이 없었어요. 별 고민 없이, 이건 당연히 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하고 보니 아, 내가 이거 정말 잘못했구나 싶더라고요. 관행이라고 해서 계속 할 게 아니고 잘못된 건 바뀌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시점에선가 좋은 계기가 있어서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맺고 끊으면 정치권과 기업이 피차 편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장 지난 4·15 총선부터 확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제가 보고받기로는 지난 총선 때 삼성한테 돈 달라고 한 정치인이 한 사람도 없었어요.”
‘지방고 1년 선후배의 일반적 교분’
-부산상고 1년 후배인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삼성에서는 “‘재경 지방고 출신 1년 선후배의 일반적 교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표현하더군요. 하지만 부산상고 동문들은 주로 영남권 금융기관이나 기업으로 많이 진출했을 테니 재경 동문들의 교분은 상당히 끈끈하리라 짐작됩니다.
“한국은행에 이성태 부총재가 계십니다. 부산상고 출신인데, 서울대 상대에 수석으로 입학했고 한국은행에도 수석으로 입행한 동문 선배입니다. 제가 1학년 때 그분이 3학년이었는데, 작년에야 처음 뵈었습니다. 지난 대선 때 부산상고 출신이라며 그분과 제 이름이 하도 신문에 오르내리길래 제가 전화를 드려서 ‘2년 후배인데 이제야 연락드려 죄송하다. 요즘 우리 이름이 계속 같이 나오던데 식사나 함께하자’고 해서 반갑게 만났습니다.
제 기억으로 저는 부산상고 동창회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고려대 상대를 나왔지만 고려대 동창회에도 가본 기억이 없습니다. 모교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동문이 불행한 일을 당했다거나 부산상고 야구부가 서울에 올라오면 잊지 않고 챙깁니다. 그렇지만 삼성이 가장 자랑하는 게,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자랑이 아닐 수도 있지만, 학연이나 지연에 일절 얽매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처럼 비서실에서 18년을 근무한 사람은 이 원칙에 더욱 철저합니다. 삼성 전체에서 부산상고 나온 사람은 둘밖에 몰라요. 그것도 같이 근무한 적이 있어서 알게 된 겁니다.
노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뵐 기회가 있었지만 자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모르는 사이는 아니지만 학연을 통해 뭔가를 도모하려 한 적은 없습니다. 노 대통령이 ‘삼성차 살리기’에 나선 적이 있지만, 그것은 본인의 정치적 기반이 부산이라 자발적으로 벌인 일이지 우리가 삼성차를 도와달라고 부탁해서 그랬던 건 아닙니다. 더욱이 당시 그분은 정부의 중요한 직책에 있지도 않았고 현역 의원도 아니었습니다.”
-여러 계열사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하려면 평소 체력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월·수·금 3일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저녁약속을 하지 않고 6시부터 9시까지 헬스클럽에서 보냅니다. 체조, 스트레칭, 조깅, 웨이트 트레이닝을 낮은 강도로 골고루 합니다. 주말엔 골프를 치고요.”
-삼성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이 6시에 퇴근해 3시간을 헬스클럽에서 보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데요.
“회사가 잘 되니까요(웃음). 요즘은 통신수단이 발달해서 제가 회사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큰 차이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