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상 같은 상명하복, 권위로 똘똘 뭉친 카리스마가 CEO의 요건이던 시대는 지났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 이제 CEO에겐 부드럽고 감성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끌어안고, 보듬고, 격려하고, 준비시킴으로써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그것이다. 승승장구하는 CEO들의 성공 리더십 밀착 분석.
“사장님, 오래간만이여요. 아직도 여전히 싸이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군요. 전 아무래도 싸이 체질은 아닌가벼. 게을러서 거의 안하고 있거든요. 요즘 피곤해 죽겠슴다. 한번 만나서 왕수다 하시죠. 잘 지내셔요.”(직원2)
“PC 고장으로 요즘은 사무실에서만 잠깐 잠깐, 몰래 몰래 싸이질 하고 있지요. 왕수다는 언제든지 좋지요. 언제 날짜 잡아서 연락하지요.”(회사 대표)
‘母性 리더십’
화장품 회사 클라란스 코리아의 박남희(朴男姬·42) 사장과 직원들이 싸이월드에서 주고받은 대화다. 대화를 나눈 사람들의 관계가 대화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지만 실제로도 그런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장과 직원들이 나눈 얘기로 보기엔 믿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다. 직원들이 ‘결재 처리를 많이 해 수고했다’ ‘요즘 피곤해 죽겠다’는 말을 사장 앞에서 대놓고 털어놓는 광경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이 회사가 매월 매출액 신기록을 갱신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면 사장이 어떤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클라란스는 19개국에 지사와 현지법인을 두고 연간 1조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프랑스 화장품 회사다.
클라란스 코리아 박남희 사장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직원들은 ‘박 이사에게 인정받아야 유능한 사원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더욱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1998년 세계적인 피부보호용 화장품 비오템을 맡은 그는 두 아이의 어머니답게 자녀를 키우듯 직원들을 대하는 ‘모성 리더십‘으로 4년여 만에 매출을 10배 이상 신장시켰다. 그는 “일이 되게 하려면 내 위와 아래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게 결정한 다음에는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6월 클라란스 코리아 대표로 발탁된 뒤에도 이런 리더십은 효력을 나타냈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직원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데 진력한 것. 최근엔 개인의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싸이월드에 자신의 사이버 룸을 만들어놓고 마치 언니나 이모처럼 다정다감한 글을 남겨 직원들의 방문을 유도한다. 또한 직원들이 개설한 싸이월드 방에 들어가 글을 남겨놓기도 하고, 방을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을 선물로 사주기도 한다. 자신의 월급을 털어 커피 자판기를 구입, 회사에 기증해 직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클라란스 코리아 양혜라 대리는 “사장님이 너무 다정해서 때론 내가 회사 대표와 얘기하고 있는 건지, 가족과 대화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고 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경영자는 한 손에는 물뿌리개를, 다른 한 손에는 비료를 들고 꽃밭에서 꽃을 가꾸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박 사장에게서 그런 모습이 떠올려진다.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라”
이메이션 코리아 이장우 사장
이메이션은 1996년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3M에서 분사한 기업이다. 3M의 사업분야 가운데 디스켓 저장장치 사업군을 떼어내 독립한 이메이션은 세계 60곳에 현지법인을 둔 다국적 기업.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디스켓과 CD 등은 대부분 이메이션 제품이라 국내 시장점유율은 단연 1위다.
전세계 60개 현지법인 중에서 이메이션 코리아는 가장 빨리 성장하는 법인의 하나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지만 이장우 사장은 인원감축 없이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이후 최근 4∼5년 동안 그는 매출액 증가율, 순이익 증가율 등 성장성을 나타내는 지표에서 60개 현지법인중 상승률 3위에 올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해마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다 보니 미국 본사에서도 한국법인만큼은 경영에 간섭하고 있지 않다. 이 사장은 한국법인이 설립된 1996년 이후 줄곧 CEO 자리를 지켜왔다.
이 사장은 ‘비욘드 어워드(Beyond Award)’라는 독특한 포상제도를 운영한다. ‘∼을 넘어’라는 ‘beyond’의 뜻대로, 상상을 뛰어넘는 발상과 행동을 보인 직원들에게 주는 상이다. 매달 1명, 그리고 연간 1명을 선정하는데 1997년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상이 처음 제정될 무렵에는 직원들이 이를 단순히 판매율을 높이기 위한 독려 차원으로 이해, 자신의 성과를 추천하거나 다른 직원을 추천하는 데 주저했다. 하지만 이 사장이 매달 직접 수상자를 챙기다 보니 지금은 자신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평가받으려 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해 일을 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미국 본사와 다른 나라 현지법인에서도 이런 보상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싶다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사우나에서도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찾는 이 사장은 쉴새없이 공부하는 경영자다. 경희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사장 재직중이던 1998년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고, 이후 경희대에서 경영학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틈만 나면 6개월짜리 최고지도자과정을 듣는데, 앞으로는 디자인대학에서도 공부할 계획이다. 공부를 계속하는 한편으로는 숙명여대, KAIST 등에 출강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가르치고, 배우고, 이를 토대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그것을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 이 사장의 일과다. 그에게 비즈니스는 새로운 생각을 조각조각 맞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디자인과도 같다.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이건산업 박영주 회장
박 회장은 직원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으로 인식돼 있다. 그는 직원들과 소외된 이웃들을 초청해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이건음악회를 15년째 고집스레 계속해왔고, 솔로몬 군도 조림지 매입 당시 현지 주민들에게 “나무를 베는 만큼 새로 심겠다”고 한 약속도 지켰다.
이건음악회는 박 회장이 국내외 유명 음악인들을 불러 해마다 한 차례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하는 음악회다. 록 가수 한대수씨와 이종사촌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해 머나먼 솔로몬 군도에서도 음악회를 열고 있다.
박 회장이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열겠다고 공표한 1990년 초, 직원들은 목재업과 음악이 무슨 관련이 있냐며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조차 거르지 않고 음악회를 연 결과 직원들의 자부심과 회사 이미지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이건산업 하면 음악이란 이미지가 떠오르고 이것이 문화기업으로 인식되는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사람에게 이로운 목재를 공급하는 게 목재회사인 만큼 사람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안정감을 주는 음악 같은 무형의 혜택을 사회에 베풀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박회장의 사업철학이다. 이처럼 호흡을 길게 하는 그만의 독특한 경영철학이 열매를 맺어 최근 2~3년 동안 회사 매출은 증가일로에 있다.
선배 설득하는 후배
한국존슨앤존슨 최승한사장
최 사장은 “처음부터 내 생각을 관철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사나 부하직원에게 반감을 사지 않으면서도 내 의견을 계속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고 조언했다.
최 사장이 정의하는 리더십은 꼭 상사가 후배를 설득시키는 것만이 아니다. 후배가 선배를 설득시킬 수 있다면 이것 또한 훌륭한 리더십이며 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부하직원이 상사의 성향이나 접근방법을 알고 있다면 자신이 추구하려는 일을 좀더 수월하게 할 것”이라며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대화, 그리고 모나지 않으면서도 집요한 설득으로 조직을 움직이는 최 사장은 유니레버 코리아에서 근무할 때도 이런 자세를 바탕으로 도브 비누의 시장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린 바 있다. 또한 유니레버 말레이시아 법인에서는 세탁세제 시장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렸다.
이레전자 정문식 사장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주변에서는 정 사장이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남달랐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회사는 대기업 부럽지 않은 복지제도를 갖췄다.
이레전자는 해마다 전직원에게 김장을 담가주는가 하면 명절에는 직원들 얼굴이 환해질 만큼 푸짐한 선물을 나눠준다. 상여금은 물론, 직원 자녀의 학자금도 지급하고 유급휴가도 제공한다. 5년 이상 근속한 직원 자녀들에겐 1인당 325만원을 지급, 3주간 해외 어학연수까지 시켜준다. 겨울에는 사원 자녀들을 위해 스키장에서 겨울캠프를 열기도 한다.
정 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대기업에 비해 임금은 적은 편이지만 갖가지 복지혜택이 많아 생산성도 높고 이직자도 거의 없다”며 “삼성, LG 등 대기업의 생산부문 담당자들이 회사를 방문해 비결을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직원들의 김장을 담가주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 여러 해 전 정 사장은 출근하면서 부인이 김장을 담그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았다. 특히나 배춧값 등 물가가 많이 올라 한숨 짓는 다른 직원들의 가정도 사정이 비슷하리라 여기고 아예 회사에서 김장을 담가 나눠주면 어떨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 일을 계기로 직원들은 생산과 기술개발 등 회사 일에 좀더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이를 풀어주는 것이 장사꾼의 숙명이듯, 정 사장은 직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야말로 회사가 발전하는 데 필수임을 잘 안다. 정 사장은 ‘직원감동경영’을 위해 해마다 1억~2억원의 사재를 털기도 한다.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외부 고객을 감동시켜야 하고, 그 출발점은 직원 만족에 있다”는 소신을 펼치는 그는 “적은 돈을 들여 큰 돈을 벌 수 있는 게 직원감동경영”이라고 말한다.
“나 때 좀 밀어줘”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이성이 됐든 동료가 됐든,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살아가는 기쁨을 맛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인생의 행복을 느낀다.”
윤 회장은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랑’이다. 한국인에게는 신기가 있어서 신이 날 때는 자신이 가진 능력의 몇 배를 발휘한다는 것이 윤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반대로 기분이 언짢으면 맡은 일을 제대로 못할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큰 손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직원들의 신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서로 사랑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슬로건이 ‘또또사랑’이다. 윤 회장에 따르면 또또사랑이란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또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그는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살아 있는 기운이며 이를 북돋워주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윤 회장은 회사에 출근하면 직원들의 표정부터 훑어본다. 그들의 낯빛을 보면 걱정이 있는지 혹은 좋은 일이 있는지 대번에 안다. 그 중에 좀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있는 직원이 있으면 윤 회장은 그 직원을 오전 11시에 서울 남대문의 한 대중목욕탕으로 불러낸다. 서로 때를 밀어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 뒤 1000원짜리 된장찌개를 함께 먹고 돌아온다. 윤 회장의 경험으로는 자신과 때를 함께 민 직원은 성과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윤 회장은 임원이든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든 자신의 방, 혹은 목욕탕으로 불러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듣는 경영자로 잘 알려져 있다.
윤 회장의 리더십은 평범한 사람을 위인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그는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마련한 강연에서 독특한 위인전기를 출판해 성공한 비결과 경영철학을 재미있게 소개했다.
“기존의 위인전을 살펴보자. 위인전에 실린 위인, 열사들은 하나같이 너무 잘생겼다. 미남이 아니면 위인이 될 수 없단 말인가. 또 대개 어릴 때부터 천재적 능력을 발휘했다는데, 그렇다면 위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인가. 단칼에 사람의 목을 베는 장군이 아이들 교육에 과연 좋은 것인가. 그래서 웅진은 평범한 얼굴의 위인을 그려갔고, 천재가 아닌 사람의 성장과정과 노력을 찾았다. 장군, 정치가, 열사(烈士)가 아니라 분야별 전문가를 위인으로 발굴했다. 유능한 직원을 발굴해 성장시키는 것도 같은 방법이다. 본래 유능한 직원은 없다. 저마다의 독특한 소질을 경영자가 발견해주고 격려해주면 유능하게 된다.”
나도 독립할 수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사장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의 가게 운영을 살펴보면 0%의 상품 재고율, 대기업 못지않은 직원 급여수준, 입사 2년 후 해외연수 프로그램 지원 등 놀랄 만한 요소들이 발견된다. 또한 사원들이 독립된 점포를 가질 수 있도록 이 사장이 직접 목 좋은 가게터를 봐주고 점포 개설 지원도 아끼지 않아 직원들은 ‘나도 언젠가는 독립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일한다. 이러다 보니 일에 대한 직원들의 열정은 뜨겁기만 하다.
이 사장은 대학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전공하고 여러 회사를 전전하다 자신의 일을 하고 싶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강변에서 만난 오징어 장수를 따라다니며 장사하는 법을 배웠고, 50여종의 물건을 팔아보다가 결국 야채와 과일을 주력 판매제품으로 골랐다. 그는 1억원을 투자해 야채가게를 열었는데, 최고 품질의 야채와 과일을 사기 위해 야채·과일상자의 위 아래를 칼로 터서 상태가 같은 것만 사들였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칼잡이’다. 과일 맛을 정확하게 가늠하기 위해 즐기던 술과 담배는 물론 커피까지 끊었다.
그는 동네에서 반상회가 열리면 무료로 과일을 보내 주부들에게 입소문이 퍼지도록 하는가 하면, 직원들에게 여자손님은 ‘어머니’, 남자손님은 ‘아버지’라고 부르게 해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직원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오늘은 머리 모양이 바뀌셨네요” “옷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등의 말을 건네면 가게 안은 어느새 이야기 꽃이 만발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 CEO’에서 감성리더십을 진행하는 정진홍 박사(커뮤니케이션학)는 “최고의 상품과 친밀함, 그리고 즐거움을 함께 판 것이 이영석 사장의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개그콘서트’의 성공경영학
성공하는 조직에는 그 조직을 이끌어가는 독특한 철학이 있게 마련이다. 이는 꼭 기업 경영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KBS TV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일명 ‘개콘’)에서도 유능한 PD의 경영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개콘’은 지난해 평균 시청률 26.2%(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박준형 정종철 임혁필 등 뛰어난 연기자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만든 일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책임 프로듀서인 강영원 CP와 김영식 PD다.
이들은 무명의 개그맨들에게 늘 열려 있는 진입구조를 만들었는데, 바로 이것이 ‘개콘’의 성공비결이다. 매주 금요일 12시부터 3시까지 열리는 ‘개콘’ 리허설에는 다른 방송국 개그맨은 물론, 개그맨이 되고 싶은 사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박준형도 이 리허설에서 뻐드렁니로 무를 가는 연기로 합격했고, ‘박준형의 생활사투리’에서 뜬 김시덕·이재홍도 금요일 리허설을 통해 ‘개콘’에 들어왔다.
리허설엔 PD는 물론 ‘개콘’의 전 개그맨이 다 참석한다. 이곳에선 ‘빽’도 통하지 않고, ‘로비’도 소용없다. 무조건 웃겨야 한다. 재미있는 개그는 단번에 통한다.
탤런트보다 개그맨 되기가 더 힘든 이유는 바로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웃겨야 하기 때문이다. 웃음이 터져나오는 구조는 명료한 수학공식 같아서 웃기면 다들 웃고, 그렇지 않으면 다들 웃지 않는다. 답이 명확하다.
‘개그콘서트’는 무명 개그맨들에게 ‘진입장벽’을 없애고 선후배간의 군대식 위계질서를 없앰으로써 신선한 아이디어가 넘쳐나도록 유도했다.
‘개콘’ PD들은 연습실에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의도적인 ‘연출’을 했다. 과거 개그맨들 사이에선 군대식의 위계질서가 있어 선배와 후배의 관계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한번 주역을 맡은 선배 개그맨은 언제까지나 주역을 맡았다. 예컨대 박승대씨는 늘상 곰 역할만 했다. 고참인 심형래씨의 펭귄 역할은 꿈도 못 꿨다.
그러나 ‘개콘’은 그렇지 않다. 선배는 후배가 마음껏 까불도록 내버려둔다. 두 PD는 개그맨들이 알아서 놀도록 내버려둔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까부는 것이 용인되는 분위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D는 개그맨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대신 한 가지만 강조한다. “관객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 있는 스피디한 개그여야 한다. 판정은 PD들이 하지 않는다. 관객이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해나가고 회사가 역동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CEO들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결국 이들은 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전은 우리말로 ‘기회’다. 좀더 나은 미래를 구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CEO만이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토대로 회사를 일취월장 키워나갈 수 있다. 사업가는 남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사람들 아닌가. 고객뿐 아니라 직원들의 고민도 해결해주는 사업가가 진정한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