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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기고

대통령 탄핵사태, 무엇을 남겼나

국회의 충분한 토론, 명확한 증거 제시, 반론권 보장이 필수

  • 글: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jamta@korea.ac.kr

대통령 탄핵사태,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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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가 헌법재판소의 기각 판결로 막을 내렸다. 국민 다수의 뜻에 어긋나는 정치적 탄핵이었다는 점 외에 소추과정과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법적 미비점은 현행 탄핵제도의 개선 및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사태, 무엇을 남겼나

3월12일 박관용 국회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구두와 명패를 던지며 항의하고 있다.

3월12일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어 5월14일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2개월이 걸렸다. 결코 길다고 할 수는 없는 시간이지만, 그동안 탄핵사태로 인해 정치권과 헌법재판소, 그리고 국민이 겪어야 했던 우여곡절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야당측에서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심각한 찬반 대립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 여론도 분명했다. 그럼에도 야당이 연합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가결시키면서 전국이 이른바 탄핵 후폭풍에 몸서리쳐야 했다.

탄핵 후폭풍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은 탄핵소추를 주도했던 야당들이다.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탄핵소추를 강행했던 야당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다수를 확보해서 탄핵소추를 관철시켰다는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반대여론에 밀려 설자리를 잃게 됐고, 결국 4·15 총선에서 참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물론 탄핵사태의 파장은 정치권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면서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상황이 전개됐고, 정치적·사회적 불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다행히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로 인해 촉발된 국민들 사이의 갈등, 특히 세대간 갈등은 지금껏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법적 책임 아닌 정치적 책임 추궁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현시점에서 탄핵문제를 되짚어보는 것은, 그동안 야기된 여러 가지 상황을 정리하고, 탄핵과정에서 제기됐던 쟁점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 그리고 보완이 필요한 점을 확인함으로써 정치문화 발전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이 그처럼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온 것은, 그리고 당시의 상황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됨으로써 사단이 벌어진 근본 원인은 현행 헌법상 탄핵제도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의 탄핵제도는 하원에서 소추하고 상원에서 의결하는 영국이나 미국의 경우와는 다른 형태로 제도화되어 있다. 즉 국회에서 소추하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성 및 위법성에 대한 엄격한 사법심사를 통해 탄핵결정을 내리도록 한 사법심사형 탄핵제도로서,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한 방편으로는 탄핵을 이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직무행위에 있어서의 위헌성 내지 위법성을 탄핵의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회는 사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탄핵소추를 하는 데 있어 정치적 고려가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결국은 사법적 판단을 통해 탄핵심판이 내려지기 때문에 법적 요건이 주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국회의 탄핵소추과정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책임의 추궁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책임의 추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탄핵사유로 내세운 것들도 선거법위반을 제외하면 사실상 정치적 책임의 추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탄핵소추 의결과정에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이를 받아들일 경우에는 재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탄핵소추가 다분히 정치적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탄핵소추 자체가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정치공세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탄핵소추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시도됐던 것은 헌법상 탄핵제도에 대한 몰이해 내지 무시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야당은 대통령의 명백하고 중대한 직무상의 위법성을 밝혀내지 못한 가운데 탄핵소추로 비롯될 국가적·국민적 혼란과 불안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탄핵소추를 이용했다. 그것이 지난 2개월 동안 온나라를 뒤흔든 탄핵사태의 출발점인 셈이다.

결국 야당이 사법적 심판인 탄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탄핵소추를 강행함으로써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정치적 효과만을 야기했다.

탄핵대상자에게 반론 기회 줘야

헌법상 탄핵제도는 매우 중요한 의미와 비중을 가지고 있다. 탄핵제도는 국회가 정부를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의 하나로, 특히 오랜 독재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독재에 대한 견제수단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탄핵제도의 남용이 가져올 문제점도 적지 않기 때문에 탄핵소추에는 엄격한 의결정족수가 요구된다.

문제는 의결정족수를 충족시킨다고 해서 의결내용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즉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수의 국회의원이 찬성한 탄핵소추라고 해서 무조건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탄핵소추의 정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두 가지 보완 장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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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jamta@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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