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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사주간지‘뉴요커’가 폭로한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실상

벌거벗기고 성추행하고 폭행하는 미 헌병에게 “Good Job!”

  • 번역·정리: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美 시사주간지‘뉴요커’가 폭로한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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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말 미 언론이 미군이 자행한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사진을 공개하자 전세계적으로 미군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몇 장의 학대 사진이 미국의 도덕성에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힌 가운데, 기소된 6명의 헌병은 군 정보당국이 수감자 학대를 조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미 헌병이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자행한 학대 실상을 전한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의 시무어 허쉬 기자의 기사 전문을 싣는다(편집자).
美 시사주간지‘뉴요커’가 폭로한 이라크인 수감자 학대 실상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32km 떨어진 아부 그라이브(Abu Ghraib)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교도소였다. 5만여명의 죄수들을 수감했던 이 교도소에서는 고문이 일상적으로 벌어졌고 매주 사형이 집행됐다.

미군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하면서 버림받은 이 거대한 교도소를 수리했다. 문, 창문, 벽돌 등 제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제거하고, 대신 바닥에는 타일을 깔고 화장실과 의료실을 지었다. 이제 아부 그라이브는 미군의 수용소로 쓰이게 됐다.

현재 아부 그라이브에 수감된 이들은 대부분 민간인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여성과 청소년을 포함해 수천명이 이곳에 수감되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고속도로 검문소에서, 혹은 군사적 혼란 상태에서 끌려왔다. 미군은 수감자를 막연하게 세 종류로 나누었다. 일반 범법자, 미 동맹국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보안범, 반란군의 지도급 용의자.

노골적이고 외설적인 학대행위

이라크전에 참전한 유일한 여성 사령관 재니스 카르핀스키 미군 준장이 미군의 이라크 수용소에 대한 책임을 맡은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카르핀스키 준장은 특수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1991년 걸프전쟁에도 참전한, 경험과 지성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는 수용소를 관리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 어쨌든 카르핀스키는 지난해 6월부터 이라크에서 세 개의 거대한 수용소, 8개 대대,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수용소에서 일해본 적 없는 3400명의 예비군을 통솔해왔다.



다섯 살 때부터 군인이 되기를 꿈꿨던 그녀는 새로운 일에 열정적이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영자신문 ‘성 페테르부르크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아부 그라이브의 시설은 이라크 가정집보다 형편이 나은 편”이라며 “이라크인들이 아부 그라이브를 떠나려 하지 않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카르핀스키 준장의 권한은 조용하게 정지됐다. 그리고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 리카르도 산체스 중장의 지시하에 미군이 관할하는 수용소에 대한 조사가 비밀리에 진행됐다. ‘뉴요커’가 입수한 총 53쪽짜리 보고서는 2월말 안토니오 타구바 미군 소장이 작성한 것으로 원래 비공개 문건이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참혹하다. 타구바 소장은 2003년 10~12월에 아부 그라이브에서 벌어진 ‘가학적이고 노골적이며 외설적인 학대행위’의 수많은 사례를 밝혀냈다. 이라크 정치범들에 대한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학대를 저지른 장본인은 미 372 헌병중대 소속 병사들과 미 정보관리들이다. 타구바 소장이 보고한 이들의 범죄행위는 다음과 같다.

。화학전구를 깨뜨려 액체상태의 화학물질을 머리에 쏟아 붓기。알몸의 수감자에게 차가운 물 붓기。빗자루 손잡이와 의자로 구타하기。강간하겠다고 협박하기。감방 벽에 내동댕이친 다음 상처 쑤시기。화학전구와 빗자루 손잡이를 항문에 집어넣기。군용견을 풀어 수감자들 위협하기(실제로 최소 한 명 이상의 수감자가 군용견에 물어 뜯겨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알몸 피라미드와 미소짓는 미군

이러한 미군의 범죄는 사실로 보인다. 타구바 소장은 보고서에 증인들의 상세한 진술과 생생한 사진 자료를 첨부했다. 그러나 타구바 소장은 병사들이 수감자를 학대하는 행위를 찍은 사진과 비디오 자료는 보고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는 “극도로 민감한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28일 미 CBS의 ‘60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바 있는 몇 장의 사진은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만한 것들이었다. 알몸 상태로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라크인 수감자들과 이들을 빈정대고 있는 심술궂은 미군 병사들. 사진에 등장하는 6명의 용의자는 불법공모, 직무태만, 수감자에 대한 잔학행위, 학대, 폭행, 음란 행위 등의 혐의로 지난 3월 이라크에서 기소됐다. 이들은 모두 예비군 헌병으로, 이반 프레드릭, 찰스 그레이너, 자발 데이비스, 메간 암불, 사브리나 하먼, 그리고 제레미 시비츠이다. 7번째 용의자 린디 잉글랜드 이병은 임신중이어서 미 노스캐롤라이나의 포트 브래그로 전출된 상태다.

사진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린디 잉글랜드 이병은 담배를 입에 문채 의기양양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녀의 손가락은 머리에 모래주머니를 뒤집어쓴 젊은 이라크 청년의 성기를 가리키고 있다. 그녀는 청년에게 자위행위를 하라고 명령한다. 두건을 쓴 알몸 상태의 이라크인 수감자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가리고 있다. 잉글랜드 이병과 찰스 그레이너 상병은 팔짱을 낀 채 히죽 웃으며 수감자들의 뒤에 서 있다. 알몸의 수감자들은 무릎을 꿇은 채 피라미드 모양으로 꼴사납게 포개어져 있다.

이라크인 수감자들로 만들어진 피라미드 사진은 한 장 더 있다. 그레이너 상병은 수감자들 주변에서 팔짱을 낀 채 미소를 지으며 서 있고, 한 여성 병사가 허리를 구부린 채 웃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머리에 두건을 쓴 이라크인 수감자들 앞에서 한 여성 병사가 사진을 찍고 있다. 알몸의 이라크인 수감자가 무릎을 꿇은 채 동료에게 성행위를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 사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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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정리: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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