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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보복 선언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테러의 심장부인가 민족독립의 횃불인가

  • 글: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피의 보복 선언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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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이 또다시 들끓고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연이은 자살폭탄 테러와 팔레스타인 지도자 암살사건이 반복되면서 이·팔 사이에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대(對)이스라엘 강경투쟁의 한가운데에는 무장단체 하마스가 있다. 하마스는 올 봄 두 명의 지도자를 잃었다. “자살폭탄 테러는 열세에 놓인 팔레스타인의 공포전술”이라고 주장하는 하마스는 과연 어떤 단체인가.
피의 보복 선언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중동은 대폭발로 가는가. 올 봄 하마스 지도자의 잇단 피살은 중동이라는 화약고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하마스의 정신적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3월22일 피살)과 가자지구의 새 지도자 압둘 아지즈 란티시(4월17일 피살)가 이스라엘 헬기가 쏜 미사일에 맞아 숨지자 중동 하늘엔 다시금 먹구름이 덮였다. 이스라엘군의 ‘표적살해’ 전략에 잇달아 지도자를 잃은 하마스는 “1000배의 복수를 하겠다”고 외쳐댔다.

아리엘 샤론 수상이 주도해온 이스라엘의 강공책과 이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의 ‘인티파다(봉기)’는 2000년 9월 이후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5월5일 현재 사망자는 3898명(팔레스타인 2993명, 이스라엘 905명). 1 대 3.3으로 팔레스타인 쪽 희생자가 3배에 달한다.

현재 중동에는 정치협상이나 평화협상은 사라지고 군사적 대결구도만 남은 형국이다. “정치는 사라지고 총구만 남았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 주변의 평화협상파는 할 일이 없어졌다. 아라파트의 측근이자 평화협상 대표였던 사에브 에레카트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부시여 내 일자리를 돌려다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부시의 친(親)이스라엘 강공책이 평화협상을 실종시켰다고 비난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하마스 정치위원회를 이끌어온 칼레드 마슈알도 “야신과 란티시의 암살로 중동평화협상은 끝장났다”고 선언했다.

3년반에 걸친 유혈투쟁에서 하마스는 대(對)이스라엘 투쟁의 중심축으로 확실한 자리매김했다. 지금껏 벌어진 총 104건의 자살폭탄공격 가운데 56건이 하마스가 벌인 일이다. 이 공격으로 300명이 넘는 이스라엘인이 죽었다. 미 국무부는 매해 봄 발표하는 ‘글로벌 테러리즘 유형’ 보고서에서 하마스를 ‘테러단체’라고 낙인 찍었다. 그동안 중동문제에 비교적 동정적 태도를 보여온 유럽연합(EU)도 2003년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했다.

그러나 2002년 현지 취재중 만난 하마스 지도자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과 압델 아지즈 란티시는 하마스의 저항은 ‘테러’가 아닌 ‘순교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국가테러와 팔레스타인 강점정책에 맞서는 약자에게 자살폭탄 공격은 유효한 투쟁전술이란 논리다. 그들은 “하마스는 테러리스트 조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히 야신은 필자에게 “당신의 나라 한국도 일본의 식민 통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선 저항운동가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느냐?”고 되물었다(‘신동아’ 2004년 5월호 ‘21세기 국제정치 화두 테러리즘’ 참조).



인티파다 기간에 하마스가 줄기차게 무장투쟁을 벌여온 것과 대조적으로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쪽은 이렇다 할 저항을 벌이지 못했다. 오히려 아라파트는 샤론의 강공책과 압력에 밀려 하마스를 겉치레로나마 단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아라파트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동족에 대한 ‘배신’으로 비쳐졌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눈에 비친 하마스는 부패와 거리가 멀고, 지도자 스스로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 조직이다. 이에 비해 아라파트는 그렇지 못하다고 여겨졌다. 2001년 12월 PA 보안군이 야신을 체포하려 했을 때 주민 수백 명이 길목을 막아 야신 체포 시도를 꺾은 일은 하마스에 대한 민중의 지지가 어느 정도인가를 잘 보여준 사건이다.

“정치는 사라지고 총구만 남았다”

인티파다 과정에서 하마스의 지지도는 크게 올라갔다. 아라파트의 무기력한 모습에 실망한 민중은 하마스의 강경투쟁에서 희망을 찾았다. 서안지구 정치중심 도시인 라말라의 여론조사기관인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소’가 야신 피살 직전인 3월 중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주민 1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대일 면접조사 결과 응답자의 66%가 중동평화협상의 이정표(road map)가 붕괴됐다고 여겼고, 3명 중 2명은 평화협상보다 무장투쟁이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조사에서 하마스 지지율은 20%로 나타났다. 이는 인티파다가 일어나기 전인 1999년에 비해 곱절이나 높아진 것이다. 이에 비해 아라파트의 직할 정치조직인 파타(Fatah, 팔레스타인 민족해방운동)에 대한 지지율은 40%에서 27%로 크게 떨어졌다. 아라파트 개인에 대한 지지도도 38%에 그쳤다. 여러 정치세력 가운데 아직까지는 파타의 지지도가 가장 높은 편이지만,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하마스가 가까운 시일 내에 지지율을 역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 지지도가 27%로 23%에 그친 파타보다 더 높았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팔레스타인 리서치문화센터’가 지난 4월 하순 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하마스 지지율은 31%로 나타났다. 이는 27%에 그친 파타 지지율을 앞선 최초의 조사결과이다. 하마스 지도자의 잇단 피살로 분위기가 격앙돼 조사에 영향을 미쳤음을 감안하더라도, 지지율에서 하마스가 파타를 앞선 것은 올 봄부터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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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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