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담 사이로 보이는 녹우당 사랑채. 녹우당은 조선왕조 17대 왕 효종이 스승이던 고산에게 하사한 집이다.
명당이 되려면 우선 현무에 해당하는 뒷산이 좋아야 한다. 덕음산(德陰山)이라 불리는 이 집의 뒷산은 해발 200m로,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덩치이다. ‘덕음’이란 이름은 ‘덕의 그늘’이란 뜻.
다음으로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좌청룡 우백호의 맥을 보아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방풍(防風)이 약하면 바람에 기(氣)가 흩어지기 때문에 그런 터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보았다. 청룡·백호가 집터를 겹겹이 막아주면 풍수적으로 더욱 좋다. 덕음산에서 내려온 청룡·백호는 윤선도 고택을 세 겹으로 둘러싸고 있다. 방풍으로서는 최고인 셈이다.
안산(案山)이라 불리는 주작을 살펴보자. 안산은 좌정하고 앉았을 때 정면으로 마주보는 산을 말하는데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안 된다. 너무 높으면 위압감을 주고, 너무 낮으면 허한 감을 주기 때문이다. 윤선도 고택의 안산은 그 높이가 적당하다.
이렇듯 사신사가 완벽하게 집터를 둘러싼 윤선도 고택은 ‘유교적 만다라’가 구현된 곳이라 부를 만하다. 사신사가 둘러싼 한가운데 있는 집터는 우주의 중심을 의미한다. 이 집에 들어가면 우주의 자궁 안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유교적 성스러움을 갖춘 집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