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을 때 불안감을 갖는다. 하지만 몇 번 그 길을 드나들다 보면 불안감은 어느새 사라진다. 은퇴도 마찬가지다. 은퇴생활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막연하게 불안할 뿐이다. 허둥지둥하다 보면 은퇴 자금을 지나치게 높게 가정하거나 반드시 준비해야 할 사항을 놓치기도 한다.
은퇴한 뒤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면 재무 측면에서 몇 가지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자원봉사나 종교 활동 같은 비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준비할 것이 있지만, 우선은 돈과 관련된 준비가 필수다. ‘그림1’을 보자.
은퇴 후 필요한 돈은 부부가 같이 생존하는 동안 필요한 생활비, 남편이 사망하기 전에 필요한 의료비와 사망 뒤 장례비, 남편 사망 후 부인이 홀로 생존하는 기간의 생활비, 마지막으로 부인이 사망하기 전에 필요한 의료비 등 4가지로 구성된다. 이 밖에 생존기간 중 암이나 치매처럼 치명적인 질병이 생겼을 때 소요되는 치료비도 고려해야 한다.
▼ 첫 번째 구성요소 : 부부 생존 기간 필요한 생활비▼ 두 번째 구성요소 : 남편 사망 전에 필요한 의료비▼ 세 번째 구성요소 : 부인 생존 기간 필요한 생활비▼ 네 번째 구성요소 : 부인 사망 전에 필요한 의료비
3단계 은퇴기간
인간은 세상에 태어날 때와 사망할 때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태어날 때는 자신만 울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환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사망할 때는 본인만 미소를 짓고 주위에 있는 모든 이가 운다. 과연 우리 가운데 사망할 때 미소를 지으면서 편안하고 품위 있게 갈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웃으면서 죽을 수 있을까. ‘웃으면서 죽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노후생활이 3단계로 진행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은퇴생활 첫째 단계 : 활동기
60세를 은퇴 시점으로 가정한다면 60세부터 70세까지는 활동기다. 외국에선 ‘Go-Go Years’라고 할 만큼 정열적으로 움직이는 시기다. 이때는 그동안 미뤄왔던 국내외 여행, 골프, 취미활동을 활발하게 즐긴다. 은퇴생활하는 동안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다.
은퇴 후 가장 중요한 활동기를 잘 보내야 노후생활이 빛을 발한다. 너무 일찍 은퇴하면 인생 자체가 지루해지고 고통스러워질 수 있다. ‘은퇴혁명’이라는 책을 쓴 미치 앤서니는 “노년에 대한 환상을 깨라”고 충고하면서, “은퇴 후에 일을 그만둘 생각은 포기하라”고 주문한다. 우리 주위에서도 은퇴 후 일을 전혀 하지 않으면 일찍 늙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이유로 은퇴 후에도 일을 완전히 그만두지 않는 ‘절반의 은퇴(semi-retire)’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은퇴 후 20~30년을 무료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심각한 질병을 앓는 것과 같다. 현재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파트타임으로 컨설팅 업무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꼭 돈을 벌라는 얘기가 아니다. 자원봉사 같은 일을 찾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지금부터라도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생각해보고 준비해야 한다. 해외 여행을 한다거나 자주 골프를 칠 계획이라면 상당한 돈을 쓸 각오를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