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르듯 차근차근
높은 계단을 올라본 적이 있는가. 한 턱씩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세 턱을 한꺼번에 뛰어오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끝까지 오르려면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이 유리하다.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4년 등장한 부동산펀드가 7~8%의 고금리를 제시하자 수많은 투자자가 몰렸다. 2005년 6월말 부동산펀드 수는 106개, 운용자산 규모는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인기가 높다 보니 출시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수천억원이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운용사간 과열 경쟁으로 부도덕한 일이 벌어지고 전문 인력이 부족해 부실하게 운용되자 금융감독 당국이 실태조사에 나섰다.
투자자도 문제다. 부동산펀드에 투자할 때는 분양 가능성, 시공사와 시행사의 경영 건전성,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 등을 파악해야 하지만 실상은 단 몇 분 만에 결정하기 일쑤다. 심지어 펀드가 동이 날지 모른다는 말 한마디에 평생 힘들여 모은 자금을 던지기도 한다.
펀드 투자의 절차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처사다. 펀드 투자를 결정할 때는 집을 지을 때처럼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집터를 다지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어야 한다. 기본적인 단계를 무시하면 처음부터 일을 다시 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투자자는 언론이나 주위 사람이 추천하는 펀드, 혹은 과거에 수익률이 높았던 것만 고른다. 왜 그 펀드에 투자해야 하는지, 본인이 원하는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운용의 위험은 무엇인지 꼼꼼하게 짚어보지 않는다.
펀드투자의 4단계를 알아보자.
▲1단계 : 투자계획 세우기
상품에 치중하지 말고 계획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에서 개인의 자산관리에 영향을 주는 것을 알아봤더니 응답자의 92%가 계획수립과 장기간 투자라고 답했다. 펀드매니저의 영향은 미미했다. 장기 투자계획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투자는 계획수립 단계에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무작정 펀드를 고르기보다는 투자목적을 먼저 찾아야 한다. 은퇴 후 생활비나 자녀교육비, 주택 구입비 마련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세워야 투자기간, 최소 목표수익률,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이 결정된다. 이래야 상황이 돌변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2단계 : 자산 배분 결정하기
계획을 세웠으면 주식, 채권, 부동산 같은 자산의 투자 비중을 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장기적 수익률 예측치를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10%, 채권은 4%, 부동산은 7%의 연평균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향후 고령화 사회가 더욱 진전되면서 부동산 수익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앞서 강조했다. 이처럼 미래의 자산가격을 예측하기에 따라, 또 투자자의 주관적인 견해와 위험성향에 따라 비율은 조정된다. 공격적인 투자자는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12%로 정할 것이고, 보수적인 투자자는 8%로 낮출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이 같은 수익률의 정확성은 떨어질지 모르나 장기간 투자할 때는 훌륭한 방향타가 된다. 그래서 전문 재무설계사들은 자산배분에 심혈을 기울인다.
▲3단계 : 펀드 고르기
‘사과 대 사과의 원칙(apple to apple principle)’이란 것이 있다. 가령 사과와 배는 종류가 다르므로 무게가 같다고 해도 같이 취급하지 말라는 얘기다. 펀드를 고를 때는 반드시 같은 종류(주식펀드, 채권펀드, 혼합펀드, 머니마켓펀드, 부동산펀드 등)의 펀드끼리 수익률과 위험을 비교해야 한다. 펀드의 종류를 파악했으면, 수익률과 위험을 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펀드의 순위와 등급을 확인해야 한다. 펀드의 과거 수익률과 위험을 파악하려면 적어도 과거 3년의 실적을 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오래된 펀드가 많지 않아, 1년이나 2년 수익률을 따져야 할 경우가 많다.
상위 30%에 들어가는 가는 펀드를 고르되 순위가 급등락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펀드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진짜 실력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펀드를 운용할 자산운용회사나 펀드매니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평가해야 한다. 펀드 운용을 담당하는 자산운용회사의 경영 상태, 투자 철학, 고객 서비스 정신, 경영진 구성 등을 알아본다. 특히 펀드매니저는 회사의 투자방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자산운용회사의 경영 상태와 펀드매니저의 자질을 동시에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펀드평가사나 펀드판매회사의 정보를 활용하면 된다.
▲4단계 : 펀드 가입 후 점검하기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성과를 주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누적수익률, 비슷한 펀드의 순위, 기준가격(수익률)의 상대적인 등락폭, 벤치마크(기준수익률) 대비 초과수익률 등을 확인해야 한다.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달성하는 것보다는 장기간 업계 상위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펀드에 투자할 때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자산 분산, 투자 시점 분산, 스타일 분산, 지역 분산, 통화 분산의 다섯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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