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콜레스테롤과의 전쟁

  • 조홍근 교수 연세대 노화과학연구소

    입력2006-02-16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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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레스테롤 관리는 ‘생명 관리’

    콜레스테롤과의 전쟁
    콜레스테롤과 혈압은 ‘생명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둘 다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심혈관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콜레스테롤은 심혈관질환의 주범이다. 1910년대 러시아의 한 학자는 “콜레스테롤이 없으면 죽상동맥경화증도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고지혈증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 중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죽상동맥경화증.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에 플라크가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의 흐름에 장애가 생기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더욱이 고지혈증은 자각증상이 거의 없는 데다 대부분 죽상동맥경화증으로 진행되고 합병증이 발생한 이후에야 알게 되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죽상동맥경화증 가운데서도 산소와 영양분을 심장으로 공급하는 동맥의 혈관이 좁아지는 관상동맥 협착증은 심근경색증 같은 치명적인 질병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

    대부분의 병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더 심각한 질환을 초래하지만, 고지혈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미국·유럽 등 서구에서는 심장질환의 하나인 심근경색증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고지혈증 관리야말로 ‘생명 관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프레밍험 연구에 따르면, 40세 이하에서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정상인보다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MRFIT(Multiple Risk Factor Intervention Trial) 연구에서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mg/dl 이상인 남성은 200mg/dl 미만인 남성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3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이 10% 감소하면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20% 정도 낮아지고, 심근경색증 발생률도 17% 정도 낮아진다. 아울러 심근경색증,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관상동맥경화증 관련 사고도 23% 저하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고지혈증 위험인자!

    1)유전인구 500명 중 1명은 유전으로 인한 가족성 고지혈증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성 고지혈증이란 유전자 이상에 의한 LDL 수용체 결핍으로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원활하게 제거하지 못해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이런 환자의 경우 30대에 심장병이 발병하며,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사망하게 된다.

    2)음식음식에 들어 있는 포화지방산이나 콜레스테롤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심장질환의 발생을 조장한다.

    3)몸무게과체중은 중성지방 농도를 많이,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조금 높인다. 몸무게를 줄이면 중성지방 농도는 낮아지고, HDL 농도는 높아진다. 아시아 기준을 참조한 한국인의 비만기준에 따르면 BMI(체질량지수)가 25kg/m2(키를 미터의 제곱으로 환산한 뒤 체중과 비교) 이상이거나 허리둘레가 남성 90cm, 여성 80cm 이상이면 비만이다. 그러나 이 기준이 실정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아 최근 대한비만학회가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는데, 허리둘레가 남성은 90cm, 여성은 85cm로 여성의 기준이 조금 느슨해졌다.

    4)운동규칙적인 운동은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인다. 그러나 그 효과는 제한적이며 식사조절이 운동보다 효과가 월등하다. 예를 들어 라면 한 그릇의 열량은 500~600kcal인데 이 열량을 소비하려면 대략 3시간을 뛰어야 한다. 따라서 운동의 효과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

    5)나이와 성성별을 불문하고 60~65세가 될 때까지 혈액 중 콜레스테롤 농도는 높아진다. 폐경기 이전의 여성은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보다 총콜레스테롤 농도가 낮다. 그러나 여성이 폐경을 겪게 되면 콜레스테롤 농도가 비슷한 연령대의 남성보다 훨씬 높아진다. 설상가상으로 죽상경화증을 일으키는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고 방어작용의 지표인 HDL 콜레스테롤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6)음주알코올은 HDL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기는 하지만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출 수는 없다. 과음하면 간이 손상되고, 고혈압 증상을 악화시키고, 중성지방 농도가 상승한다. 술을 심장병 예방 목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

    7)스트레스여러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스트레스는 콜레스테롤과 무관하게 심장병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평소 명상이나 요가 등을 규칙적으로 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한국인에 맞는 치료기준 따로 있다!

    콜레스테롤과의 전쟁
    고지혈증은 소리 없이 진행되는 질병으로 증상이 없으면서도 혈관 벽을 손상시켜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뇌혈관질환이나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위험하다.

    2004년 미국 보건성이 발표한 국립 콜레스테롤 교육프로그램 3차 보고(Third Report of National Cholesterol Education Program·NCEP)에 따르면 총콜레스테롤 200mg/dl 미만, LDL 콜레스테롤 100mg/dl 미만, HDL 콜레스테롤 60mg/dl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인종마다 신체의 특성이나 성향이 다르듯, 정상적인 콜레스테롤 기준 또한 다르게 정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2005년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와 노화과학연구소 조홍근 교수가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지에 발표한 ‘허혈성 심질환 발생예측모형’에 따르면 한국인은 총콜레스테롤 수치를 190mg/dl 미만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30세부터 79세까지의 한국인 남녀 93만1466명(남자 47만1491명, 여자 45만9975명)을 대상으로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 동안 총콜레스테롤, 혈압, 공복혈당 결과를 추적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 연구에 따르면,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같더라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서양인보다 한국인이 상당히 높으며,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허혈성 심질환을 예방하려면 남녀 모두 총콜레스테롤 수치를 190mg/dl 미만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최소 5년에 한 번 검사해야

    콜레스테롤 검사는 20세 이상인 경우 최소 5년에 1회 정도는 받는 것이 좋다. 직장인의 경우엔 정기 건강검진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주부나 노인은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을 기회가 적으므로 주의하자. 특히 45세 이상 남성, 55세 이상 여성은 고지혈증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반드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흡연이나 음주를 즐기는 사람,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는 사람도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심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고지혈증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일찍 폐경을 맞은 후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은 여성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갑자기 높아질 수 있으니 신경을 써야 한다.

    고지혈증은 자각증상이 전혀 없으므로 다른 어떤 질환보다 검사가 중요하다. 검사방법은 간단하다. 12시간 금식한 후 혈액을 채취해 확인하는데,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을 측정하며, LDL 콜레스테롤도 확인할 수 있다.

    치료 목표는 심혈관질환 예방

    고지혈증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다. 고지혈증 조절을 통해 뇌졸중과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질환의 발생을 낮추는 데 있다. 고혈압 조절의 목표가 단순히 혈압의 하강이 아니고 심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하는 데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고기를 거의 입에 대지 않는 종교인이나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고지혈증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고지혈증이 단지 운동과 식사조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는 식사를 통해 흡수되는 콜레스테롤보다는 간에서 생성되고 분해되는 콜레스테롤의 상태에 더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데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 만큼 약물치료와 운동요법, 식사요법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1990년대 시장에 선보인 스타틴계 약물은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물로 평가받는다. 스타틴계 약물은 죽상동맥경화성 심장병을 예방하는 ‘새로운 아스피린’이라고 하는 콜레스테롤 저하제다. 이 약물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춤으로써 죽상동맥경화증을 억제하고 혈관 기능을 정상화하며 염증을 억제하는 여러 가지 효능을 지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스타틴계 약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각각 효과와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약간씩 다르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뒤 복용한다.

    식사조절과 운동

    콜레스테롤과의 전쟁

    고지혈증 치료제 중 하나인 ‘리피토’.

    고지혈증은 단시간에 해결되는 질환이 아니므로 꾸준한 약물치료와 함께 식사조절이 필요하다. 고지혈증을 예방하려면 채소, 과일, 정제되지 않은 곡물,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올리브유, 카놀라 기름, 등푸른 생선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반면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동물의 내장, 간, 알 등은 피하고, 육류 중에도 붉은색이 많이 도는 소고기, 돼지고기 섭취를 줄여야 한다. 튀긴 음식도 피하는 것이 좋다. 식물성 식용유를 쓰거나 채소 튀김이라 해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곡류만 너무 섭취하면 당뇨병의 전조 증상인 인슐린저항성이 발생하며 중성지방 농도가 상승한다.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이나 지방 섭취도 하루 총 열량의 25~35%로 유지해야 한다.

    고지혈증 환자는 하루 30분 정도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또한 혈압과 혈당치를 낮추며, 체중감량에도 효과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걷기는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운동은 매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부득이하게 하지 못하는 날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운동 강도는 숨이 다소 차되 옆 사람과 짧은 대화가 가능하고, 땀이 조금 나며, ‘약간 힘들다’고 느끼는 정도가 적절하다. 걷기가 익숙해지면 수영, 춤추기, 자전거 타기와 같은 운동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종일 앉아서 일하거나 활동량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고지혈증뿐 아니라 죽상동맥경화증과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담배는 H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므로 당장 끊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생활, 금연이 정상인에게 권할 만한 고지혈증 예방 및 관리법이다.

    콜레스테롤 필수 검진자

    ● 45세 이상 남성 / 55세 이상 여성
    ● 흡연자
    ● 만성 음주자
    ● 고혈압 환자



    曺 洪 根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 노화과학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 국내 고지혈증 분야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성인병 예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죽상동맥경화증과 지질대사’ ‘대사증후군’(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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