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관에 동맥경화 덩어리가 생겨 자라나면서 서서히 혈관이 좁아지는 과정은, 마치 새 수도관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내부에 녹이 슬어 관이 점점 좁아지고 막히는 것처럼, 수십년에 걸쳐 일어난다. 결국 40∼50대 이후에 혈관이 75% 이상 좁아지면 혈관 내 혈류가 부족하여 심장으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협심증이 발생하게 되고, 좁아진 부분의 동맥경화 덩어리가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지면서 핏덩이가 엉겨 붙어 혈관을 완전히 막으면 심장의 근육이 죽는 급성 심근경색증이 일어난다.
우리 주위에서 40∼50대 전후의 사람이 갑자기 심장병으로 입원했다거나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대부분 동맥경화가 그 원인이다. 동맥경화로 인한 심혈관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가파르게 높아진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매우 빠르게 노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약 7%에 도달했고, 25년 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도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심혈관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더욱 늘어나고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여러 질환

콜레스테롤과 동맥경화의 진행 과정.
또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생기면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증이 발생하는데, 보통 운동을 할 때 가슴이 아프거나 조이는 느낌이 들고 혈관이 막혀 일어나는 심근경색에 이르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따른다.
신장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없애고 체내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맞추며 혈압을 조절하고 빈혈을 예방하는 중요한 물질을 만드는 기관이다. 만일 신장의 동맥이 좁아져 그 기능이 떨어지면 고혈압이 생기고 신부전이 발생해 혈액투석을 해야 한다.
사지동맥에 동맥경화가 심하게 발생하면 다리근육으로 흐르는 피가 모자라 다리가 저리고 잘 걷지 못하며 자꾸 쉬어야 하고 심하면 다리가 끝에서부터 썩을 수도 있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
문제는 동맥경화 자체는 암과 마찬가지로 진행되는 동안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혈관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동맥경화증이 극도에 달해 동맥 지름의 70∼80 % 이상이 막혔을 때에야 그 말초부위의 혈류가 감소하여 피가 모자라 비로소 증상을 느끼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혈관이 딱딱해질수록 유연성이 떨어져 혈압을 쟀을 때 수축기 혈압이 많이 올라간다든지(단독 수축기 고혈압), 안저(眼底) 검사로 혈관의 경직 여부를 직접 관찰한다든지 하는 경우 동맥경화 상태가 관찰될 수 있다. 그러나 동맥경화는 이러한 징후들이 없다 해도 얼마든지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 증상이 없다고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금물이다.
예방이 최선
동맥경화는 오랜 세월에 걸쳐 생기는 현상이므로 일단 혈관이 좁아질 정도로 발전하면 이를 하루아침에 건강한 혈관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따라서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요인을 피하는 것이 동맥경화를 최대한 예방하는 길이다. 불행하게도 나이를 먹는 것은 어쩔 수 없으므로 노화에 따른 동맥경화를 피할 수는 없다. 늦어도 남자는 40대, 여자는 50대부터 흡연, 고혈압, 당뇨병과 더불어 고지혈증이 생기지 않도록 몸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