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을 받는 한 남성이 병원 관계자의 조언을 듣고 있다.
이처럼 비싼 검사료를 내면서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확도가 높고 시설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대형 병원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중대형 자가용을 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형차를 선택하든 소형차를 선택하든 차를 구입할 때는 운전 습관과 여러 가지 개인적 상황을 예상하고 옵션을 선택한다. 건강검진 항목을 정하는 것도 이와 같다. 개인의 특성에 맞게 실속 있고 현명하게 골라야 한다.
건강검진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무증상자(無症狀者)가 대다수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없는 수검자라면 꼭 필요한 검사가 피검사, 내시경 검사, 초음파 검사 정도라고 권고한다. 피검사를 통해 빈혈과 백혈병 등 조혈계 질환과 간염과 간 기능 이상, 혈당, 신장기능, 갑상선 질환, 에이즈, 매독, 류머티즘 관절염을 살펴볼 수 있다.
복부 초음파 검사로는 간, 담도, 췌장, 비장 등의 암을, 내시경 검사로 위와 십이지장, 대장의 암을 발견할 수 있다. 폐암의 경우 흉부 X-레이 촬영으로는 미세한 암세포를 발견할 수 없어 CT와 MRI를 선별적으로 추가할 수도 있다. 골다공증을 진단하는 골밀도 검사는 폐경 여성이면 받는 것이 좋다.
기본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CT, MRI, PET 같은 첨단장비 촬영을 반드시 해야 할 이유가 없다. 가령 위암 진단에서는 위 내시경 검사와 위 조영술이 더 정확하다. 대장암을 찾는 데도 대장 내시경이면 된다. 자궁경부암은 세포진 도말검사(PAP)가 가장 정확하고, 폐렴과 폐결핵의 경우 X-선 촬영만으로 충분하다.
PET만 해도 그렇다. PET는 암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에 방사선표지자를 주입, 그 물질에 암을 모이게 해서 미세한 암과 잠복 암을 발견한다. 하지만 PET는 암 재발 추적에는 용이해도 암 초기 단계는 기대만큼 잘 파악하지 못한다. 대장암의 시초인 용종만 하더라도 PET보다 대장 내시경에서 주로 발견된다.
또 하나, 혈액만으로 질병을 찾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혈액검사는 특정 암을 의심할 수 있는 종양표지자를 찾아낼 수 있을 뿐이다. 종양표지자는 암세포가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물질로 암이 진행되면 혈중농도가 올라간다. 방광암, 전립선암, 간암, 대장암, 췌장암, 난소암, 유방암이 종양표지자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암을 의심할 수 있는 검사일 뿐, 정확하게 조사하려면 초음파와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술고래’는 소화기 암 검사해야
자신에게 맞는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을 경우 가족력과 건강위험인자를 고려해 기본검사에 추가 항목을 정하라고 권고한다. 비만, 스트레스, 술, 흡연 등 개인별 건강위험인자와 스트레스 정도와 체력, 영양상태 등에 따라 정밀검사 항목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흡연자는 X-선 촬영과 폐기능 검사를 매년 받아야 하고, 골초들은 저선량 CT를 찍으면 좋다. 술을 많이 마신다면 복부 초음파를 통해 간 기능 검사와 소화기 암을 추적해야 한다. B형·C형 간염 보균자는 복부 초음파와 복부 CT를 정기적으로 촬영해야 한다.
과로나 혈압이 들쑥날쑥하다든지 과음 하거나 흡연량이 많다면 심장초음파검사와 초음파를 이용한 혈관촬영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평소에 두통이 있다면 뇌졸중과 고혈압을, 손발이 저리다면 말초혈관 폐쇄증을 추적해야 한다.
특히 질병에 있어 가족력은 매우 중요하다. 가족 중에 당뇨환자가 있다면 다른 가족들도 당뇨가 발생할 확률이 30∼40%는 된다. 남자는 대장암, 여자는 부인암(난소암 자궁경부암)이 가족력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