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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명상’ 과학적으로 증명한 장현갑 영남대 교수

“건포도 명상으로 마음의 이두박근, 삼두박근을 키워보세요”

  •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마음챙김 명상’ 과학적으로 증명한 장현갑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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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포도를 관찰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가만히 제 마음에 이는 통증이나 파장을 살펴보면서 물 위에 띄워 보내듯 생각을 흘려보내고 앉아 있으면 굳이 거기서 회피하거나 도피할 필요가 없어진다. 도피나 회피하려는 심리가 바로 통증과 불안과 우울을 만들어내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반드시 위험이 다가왔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두려워하는구나’ 하고 그 생각을 관찰하고 흘려보내는 훈련으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나는 실패했어’라는 생각은 반드시 실패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게 아니다. 화도 마찬가지다. ‘내가 화가 나는구나’ 하고 제 마음을 지켜보면 화는 서서히 가라앉는다. 마음에 흔들림이 없어진다. 특히 폭식환자들이 명상을 하면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 ‘내가 지금 배고프지 않은데도 먹고 싶어하는구나’라며 자기를 들여다보는 자체가 무분별하게 폭식하는 섭식장애 환자들을 다스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생각대로 느낀다

요즘 일요일 저녁 8시, KBS ‘일요스페셜’은 6부작 다큐멘터리 ‘마음’을 방송하는 중이다. 마음이 몸을 지배하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실험하고 분석한 사례들을 영상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난 주일엔 고통 없이 수중 분만하는 산모가 나왔다. 르누아르 그림 속 여인같이 뽀얗고 고운 살결의 산모는 감동에 차서 “오 마이 갓!” 하며 방금 제 몸에서 빠져나온 아기를 받았다. ‘아기를 낳는 것은 힘든 일이다. 작은 질구를 통해 아기의 커다란 머리가 빠져나오다니 아플 수밖에 없다’고 여기는 건 어리석은 초보 과학적 사고다. 여성의 몸은 뱃속에서 아기를 길러 제 몸을 열고 자연스럽게 세상 밖으로 밀어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자연스러운 설계에는 원래 통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문명이 통증을 만들었다. 아기 낳는 고통의 묘사들은 아마도 아기를 한번도 낳아보지 않은, 과학적 사고에 길이 든 남자들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아기를 낳는 것은 죽음과 버금가는 고통이다’라는 미신이 있다. 그 말이 반복되면서 공포감이 더욱 커졌다. 공포 때문에 미리 불안에 빠진 산모는 호흡과 맥박이 빨라지고 근육이 긴장한다. 그러니 산도도 경직된다. 그 경직된 근육을 뚫고 아기가 세상에 나오려니 아플 수밖에 없다.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하여 행복함 속에서 편안하고 즐겁게 출산을 기다리는 산모에게 해산은 고통이 아니다. 출산이 아주 자연스러운 몸의 반응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만 해도 통증은 상당부분 사라진다.



아기 나올 통로가 열리도록 깊게 호흡하며 신화 속 여인같이 누워 있던 다큐멘터리 속 여인은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감격에 겨워 제 몸을 통과한 아기를 받아 안았다. 거의 전쟁처럼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며 아이를 낳았던 나는, 엄마가 되려면 그 정도의 고통쯤은 당연히 견뎌야 하는 줄만 알았던 나는 그 장면에서 충격을 받았다. 저게 바로 마음의 힘이라니!

“심리학이 뭡니까?”

아이같이 천진한 눈을 가진 장현갑 교수를 만나 대뜸 물었을 때 그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심학(心學)과 리학(理學)이 모인 거지요. 리학은 논리를 밝히는 과학으로 130년이 채 안 된 신생 학문이지만 심학은 2500년 전부터 계속돼온 인류의 대명제였어요.”

명상의 효능에 관련한 책을 써서 ‘서양의학을 위기에서 구한 성웅(Saint Soldier)’이라 불리는 하버드 의대 교수 허버트 벤슨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이가 장현갑 교수다. 그는 ‘이완반응을 넘어서’ ‘나를 깨라, 그래야 산다’ 같은 벤슨의 책을 번역해 과학적 분석 없이 오랜 세월 무조건적으로 행해져온 명상의 효능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매사추세츠대 예방 및 행동의학과 교수인 존 카밧진의 책도 처음 소개했고, 그가 개발한 ‘마인드풀니스 메디테이션(Mindfulness Meditation)’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불립문자(不立文字·깨달음은 문자나 말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 언어도단(言語道斷·말로써 나타낼 수 없음)이라고만 표현되던 절대의 세계에 우리 식의 정교한 현미경을 들이대기 시작한 것도 장 교수였다. 명상이란 양자역학, 분자생물학, 신경과학 같은 최신 과학에서 시작해 심리학, 경영학, 종교학, 철학, 신학에 이르기까지 형이하학에서 형이상학을 모조리 아우르는 방대한 영역이었고 온갖 학문이 망라되어 있으면서도 기존의 사고 틀을 깨어야 앞이 보였다. 거기 외롭게 매진했다.

끔찍한 사고

심리학자가 명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불교 집안에서 자라 절에 가서 독송하고 염불하고 참선하는 것을 봐 왔으니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생리적으로 분석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 교수에겐 그렇게만 설명되지 않는 어떤 필연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여느 사람이 상상도 못할 사건을 경험한다. 그를 시험하기 위한 시련이라기엔 입에 올리기도 끔찍한 일이었다.

1997년 그는 애리조나대 객원교수로 초청받는다. 원래는 1년간 단기 출가할 작정이었다. 평소에도 1년에 한두 차례씩 백운산 상연대선원에 가서 보름씩 수행하곤 했지만 그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참선에 몰입하고 싶었다. 그런데 절의 사정으로 그 계획이 어긋나버렸다. 실망감에 애리조나 주립대 게리 슈와르츠 박사에게 그곳에서 연구할 기회를 달라는 편지를 썼다. 이내 초청장이 왔다. 슈와르츠 박사는 장 교수를 한참 바라보더니 자신의 논문을 꺼내주며 크리틱을 좀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다. 그곳에서 카밧진의 책을 번역하고 건강심리학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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