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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의 골프생각

드라이버와 퍼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김영민

드라이버와 퍼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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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과 끝 중에 어느 쪽에 신경을 더 많이 쓸지는 물론 개인의 선택이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이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퍼트, ‘비거리’라는 단어를 끌어안고 모든 골퍼가 평생고민하는 티샷. ‘시작이 반이다’와 ‘끝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 당신은 어느 쪽에 더 끌리는가.
드라이버와 퍼터,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골프게임은 티잉그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린 다음 스루더그린(through the green)을 지나 퍼팅그린에 있는 홀컵에 볼을 홀인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골퍼들은 하나같이 스루더그린에서의 플레이는 별로 주목하지 않고 티샷과 퍼트 플레이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필자가 보기에 이런 현상은 골프 경기가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같다. 카메라가 티샷이나 퍼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스루더그린이 광역이라 촬영에 어려움이 있는 데 비해 비교적 손쉽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인 듯하다.

골프 경기가 텔레비전으로 중계되지 않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스루더그린에서의 플레이에 비교적 관심이 적었다. 스루더그린은 갤러리들이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며 관전하기 어려운 반면 티잉그라운드와 퍼팅그린에서의 플레이는 지켜보기가 용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릇 세상 모든 일에서 시작과 끝이란 왠지 중간과정보다 중요하게 느껴지는 법 아니겠는가. 골프에서 티샷은 시작이요 퍼트는 마무리이니 관심이 더 가는 것도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골프가 인생을 닮았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도 진실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티샷을 할 때 파3홀이거나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드라이버라는 클럽을 사용하고, 퍼팅그린에서는 퍼터를 사용한다. 정규 홀이 18홀이고 규정 타수가 72타인 통상의 골프장에서 일반적으로 드라이버의 사용횟수는 14번이고 규정 퍼트 수는 36이 된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만 살피자면 골프게임에서 퍼터의 중요성은 드라이버보다 월등히 크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더욱이 골프 경기를 중계하는 텔레비전 카메라는 티잉그라운드 주변보다는 퍼팅그린 주변에 훨씬 더 많이 설치된다. 그래서 퍼팅그린 장면이 훨씬 자주 화면에 등장한다. 이 때문에 시청자는 골프 경기의 승패가 퍼팅그린에서 어떤 플레이를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처럼 여기기 일쑤다.

‘드라이버샷은 쇼(show)고 퍼트는 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역시 골프 경기에서 퍼팅그린 플레이가 가장 중요하다고 암시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윌리 파크 주니어는 “퍼트에 뛰어난 사람은 언제나 승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성(球聖)’으로 불리는 보비 존스는 “골프 게임 안에 있는 또 다른 게임인 퍼트는, 골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그 외에도 퍼트가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필자는 그중 백미는 하비 페닉의 다음과 같은 일화라고 생각한다.



미국 골프계 최고의 문필가로 알려진 허버트 워렌윈드가 어느 날 하비 페닉을 찾아가 “골프백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클럽을 순서대로 꼽아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벤 호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그는 드라이버, 퍼터, 웨지 순이라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하비 페닉은 “퍼터, 드라이버, 웨지 순”이라고 답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처럼 설명했다.“드라이버는 정규 라운드에 많아야 14번을 사용하지만, 퍼트는 컨시드를 제외하더라도 23~25번에 이른다. 1m50cm의 퍼트도 한 타요, 270야드의 드라이버샷도 한 타다.”


그러나 필자는 하비 페닉의 견해보다는 벤 호겐의 대답에 공감한다. 벤 호겐이 왜 퍼트보다 드라이버샷이 중요하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필자는 퍼트보다는 티잉그라운드에서의 플레이가 골프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고 믿고 있다. 그 이유를 들자면 대략 아래와 같이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너무 멀고 험한 산, 퍼트

우선 골프에서는 경기력 못지않게 정신적인 측면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플레이어의 심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퍼트보다는 티샷의 호불호다. 퍼트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은 쇼트퍼트에 실패할 경우 플레이어가 다음 홀에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염려한다. 물론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쇼트퍼트에 실패했다고 부가타를 받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티샷에 실패하면, 즉 티샷이 OB가 나거나 해저드에 처박히게 되면 부가타를 받는다. 그뿐이 아니다. 연속해서 세 번쯤 OB를 냈다고 상상해보라. 그 플레이어는 캐디백을 챙겨서 집에 가버리고 싶어질 것이다. 즉 쇼트퍼트의 실패가 다음 몇 홀에 영향을 끼친다면 티샷의 실패는 그날의 게임을 아예 포기하게 만들어버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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