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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특집 | ‘핵 왕따 위기’ 한국외교의 초상 |

김일성 | 싱가포르 부러워한 老정객… “개혁·개방하려 해”, 김정일 | ‘아버지 짓누르고’ 제 살길 찾은 ‘美國바라기’, 김정은 | “서울 단숨에 타고 앉겠다”는 담대한 전략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核전략 어떻게 다른가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김일성 | 싱가포르 부러워한 老정객… “개혁·개방하려 해”, 김정일 | ‘아버지 짓누르고’ 제 살길 찾은 ‘美國바라기’, 김정은 | “서울 단숨에 타고 앉겠다”는 담대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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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 일으킨 김정일·네오콘

1992년 여름부터 상황이 뒤바뀐다. 그해 7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결과와 북한 신고 내용이 어긋나면서 특별사찰 문제가 대두된다. 평양이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라는 강수를 두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당시 통일부 장관이던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는 아버지 부시(조지 H W 부시), 행정부 국방장관이던 딕 체니,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도널드 럼스펠드 등 미국 네오콘과 북한 강경 군부 세력이 상황을 파국으로 치닫게 했다고 본다. 1992년 10월 미국은 팀스피리트 훈련을 이듬해 3월 재개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이던 도널드 그레그 태평양세기연구소 회장은 회고록 ‘역사의 파편들’에서 “(네오콘에게) 완전히 기습당한 꼴이었다”고 썼다. 미국 네오콘 탓에 평양의 강경 군부가 힘을 얻었다는 게 한 전 장관 주장이다.

“팀스피리트 군사훈련 재개 결정으로 가장 큰 힘을 얻은 것은 북한 강경 군부 세력이었다. 그 세력 뒤에는 이미 권력을 장악한 김정일이 있었다. 북한 군부는 김정일이 장악하고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 취임사에 감동받은 김일성이 왜 강경 군부를 관리하지 못했는지 언뜻 이해할 수 없었으나 북한의 실권은 김일성에서 김정일에게로 넘어갔음을 곧 실감할 수있었다.”(한완상,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에서 발췌 인용)

‘한미 군사연습 축소 또는 중단을 검토하면서 핵 동결을 출입구로 삼아 핵 폐기 및 평화협정으로 나아가자’는 취지의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견해는 팀스피리트 훈련을 일시 중단한 1992년 상황을 2017년에 원용한 것이다. 핵 능력이 초보 수준이던 당시와 달리 평양이 완성 단계에 도달한 핵을 포기하려 하지 않으리라는 점에서 문 특보 주장은 비판을 받는다.  

YS는 1993년 2월 25일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면서 김일성에게 대화를 제의한다. “세계는 대결이 아니라 평화와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민족과 국가 사이에도 다양한 협력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습니다. 어느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14대 대통령 김영삼 취임사에서 인용)





김정일 ‘3대 전략’의 딜레마  

요컨대 1994년 상황은 남북 모두 공유하는 민족주의 정서가 현재보다 강했으며 김일성은 싱가포르가 이뤄낸 성취를 부러워하면서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려 했는데, 김정일이 강경 군부와 함께 김일성을 짓누르고 제 갈 길을 갔다고 재구성해볼 수 있다.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다. 김정일에겐 정치적, 생물학적 생존이 중요했다. 다음은 자오 전 교수 설명이다.

“김일성은 나라가 잘되는 방향으로 바꾸고 죽을 수 있었으나 민주적, 평화적으로 통일이 이뤄져 선거한다면 김정일은 어떻게 되겠나. 김일성이 죽은 다음 제(祭)를 지낸다며 3년을 보낸 후 내놓은 게 선군(先軍)정치다. 선군정치는 생존전략이면서 국내 정치전략이다. 당도 내각도 믿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치 위기를 차단하는 위기관리 조치로 선군정치를 택한 것이다. 선군정치가 국내용 생존전략이라면 대외용이 핵 개발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으로 미국을 업었으며 중국은 믿을 수 없었다. 경제 전략으론 7·1 조치(2002)를 내놓는다. 7·1 조치는 중국 개혁·개방 초기보다 더 깊은 개혁이다. 개인 투자까지 허용했다. 이발소, 식당 이런 게 다 허용됐다. 문제는 3대 전략(선군정치, 핵 개발, 7·1 조치)이 서로 마찰 관계라는 점이다. 경제를 개발하려면 평화로워야 하는데, 평화로워지면 선군정치가 정당성을 잃는다. 투자가 들어와야 하는데 핵을 개발하면 외자 유치가 불가능하다. 3대 전략이 마찰하면서 북한이 악순환에 빠진다.”

그는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 노선’도 김정일의 ‘3대 전략’과 비슷한 딜레마에 처했다고 본다.

“김정은 통치 이후 북한 경제성장률이 연간 4%에 달한다고 본다(7월 21일 한국은행은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을 3.9%로 추정했다). 경제가 개선돼 자신감이 넘치는데, 그게 한계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기면 ‘우리나라는 기름과 고무 빼곤 모든 자원을 다 가졌습니다. 자력갱생(自力更生)이 가능합니다’다. 북한 과학기술이 기초연구에 매달려왔는데, 과학자들을 응용과학으로 돌리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자신감을 김정은이 가졌다. 그런데 북한처럼 군수산업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일본이 6·25전쟁으로 살아나고, 한국이 베트남전 덕을 봤다. 군수산업이 돌아가려면 외부에서 전쟁이 일어나 군수품 수요가 늘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북한 공산품은 품질이 좋지 않은 데다 생산력도 떨어진다. 북한 경제가 더 개선되긴 어렵다. 이런 상황인데도 김정은은 자신감이 넘친다.”

자오 전 교수는 김정은은 중국이 압력을 가한다고 무릎 꿇을 상대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무아마르 카다피(전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죽음은 북한엔 피부에 와 닿는 일이다. 미국에 덤벼 안 자빠진 놈이 없는데 힘을 가져야만 살아남는다는 게 북한 논리다. 현재는 ‘핵을 갖고 강국이 됐다, 감히 나를 못 건드린다, 경제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진 상황이다. 핵 포기는 그들이 보기에 죽는 길이다. 저 사람들, 무릎 안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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