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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블라인드 스팟’

보이는 게 전부라는 착각!

  • 구번일 서울여대 강사·비교문학 bunilee@hanmail.net

‘블라인드 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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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자신의 결점이나 능력의 한계를 알기 위해서 저자는 내가 안다고 확신하는 사실들이 정말 확실한 것인지 자문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자신의 무지를 깨닫지 못하는 맹점에서 벗어나려면 모르는 것을 열심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인이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또한 자신이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배울 만한 가치가 없다는 듯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런 태도를 무지에 대한 자기 방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모르는 것에 대해 묻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모르는 것을 물어올 때조차 조롱하는 식으로 대답하게 마련이다.

저자는 이런 경우에 대처하는 요령까지 일러준다. 모르는 것을 물었는데 상대가 당연한 걸 묻는다고 멍청이 취급을 하면,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혹은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아셨죠?”라고 되물음으로써 상대방 역시 그 정보를 태어날 때부터 안 게 아니라 배워서 알게 됐다는 점을 일깨워주라는 것. 이렇게 하다 보면 사람들은 제각기 관심분야가 다르고 그에 필요한 지식이나 재능도 다르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된다. 한 사람이 모든 지식을 알고 있을 수 없으니, 모르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저자가 지적하는 맹점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중 하나가 범주화해서 사고하는 방식이다. 이는 전체를 놓치고 부분만을 보는 맹점과 관련이 있는데, 저자는 이를 ‘패턴 안의 갇힌 사고, 패턴 밖의 열린 사고’라고 표현한다. 범주화는 본질적으로 대상을 단순화하는 방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우리 사고의 큰 맹점일 수밖에 없다.

범주화는 대상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대상이 지닌 복잡한 차이를 무시하고 한두 가지의 특징에만 초점을 맞추므로 개별적인 특징은 모두 무화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사고의 위험성이 특히 개인을 집단적인 범주로 구분할 때 생긴다고 지적한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임의로 분류한 집단에 명칭을 붙이고 그 집단 구성원들의 복잡한 특성을 간단한 명칭으로 대체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사람들은 집단의 특성으로 자신이 단순하게 범주화되는 것에는 반대한다.



범주화의 위험성

범주화의 맹점 때문에 특정 집단에 대한 오해가 마치 그들의 본질적인 특성인 것처럼 굳어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범주화의 맹점이 얼마나 위험한지 강조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세르비아인들이 학살을 저질렀다’ ‘영국인들이 몰살시켰다’ ‘아랍인들이 거부했다’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무의식중에 그 집단에 속한 사람을 하나로 뭉뚱그려 그들을 ‘집단 범죄, 집단적인 행동과 의견’을 가진 것으로 묘사한다.”

특히 정치적인 사안에서 이런 식의 범주화는 국가나 민족 전체에 대한 감정적인 적대나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저자가 지적하는 여러 가지 맹점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때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맹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 책을 통해 여러 가지 사실을 새로 알았거나 혹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기만족이나 자기 위안을 삼는 데에 그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거나 확인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런 사실을 통해 자신의 맹점을 보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저자 역시 ‘지혜는 경험을 통해 정보를 얻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를 통해 변화할 때만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동아 200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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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번일 서울여대 강사·비교문학 buni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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