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호

‘단독입수’ 이명박 당선자 ‘IT 개혁안’

정통부+문광부+행자부+방송위+통신위… 거대 공룡 ‘정보미디어부’ 뜬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8-01-09 18: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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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광부·행자부·방송위 IT관련 업무, 정보미디어부로
    • 통신위·방송위 IT 규제정책 기능 일부도 이관
    • 청와대에 IT 전담 수석비서관 신설, 국가 CIO 기능 부여
    • 통신위·방송위 합친 방송통신위 신설
    • ‘통신요금 인가제’ 전면 폐지… 요금 인하, 서비스 경쟁 촉발
    • 유비쿼터스 육성, ‘가방 없는 학교’ ‘인터넷 홈스쿨링’ 실현
    • IT 교통정보시스템 구축… 한반도 대운하 계획과 연계
    ‘단독입수’ 이명박 당선자 ‘IT 개혁안’

    이명박 당선자는 후보 시절 ‘IT 정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왜일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IT, 방송통신 관련 정부 부처와 업계에 혁신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이명박 당선자 캠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IT 관련 제도와 정부 기구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댈 예정. 이 당선자측은 “과학 기술의 성과를 시장경제로 확산시켜 나가자면 정책적 지원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신속한 정책 결정으로 시장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나갈 수 있는 법, 제도 환경의 구축이 선결적으로 요구된다”고 밝혔다.

    현재 IT분야는 정보통신부와 산하 통신위원회 방송위원회의 3중 규제와 서로간의 갈등, 휴대전화 요금 인하, 디지털 TV, IP(Internet Protocol) TV 도입과 관련한 다툼 등으로 인해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반환경을 갖췄음에도 새로운 성장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전송망의 광대역화에 힘입어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마당에 전세계적으로 가속화하는 ‘디지털 융합’에 한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대명제 앞에서 탁상공론과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게 우리 정부와 업계의 현실.

    이런 상황에서 ‘신동아’는 이명박 당선자 캠프로부터 ‘IT 개혁’과 관련한 2개의 문건을 입수했다. 이명박 당선자측은 이 문건에서 ‘ICT’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ICT는 정보(Information)와 기술(Technic)에 방송 또는 통신(Communication)을 접목한 것으로, 결국 ‘IT와 방송 또는 통신을 하나로 아우르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당선자 캠프는 ‘IT 개혁안’에 ‘MB 독트린’이라는 별칭까지 붙였다. 이 개혁안은 당초 선거용 공약으로 개발됐으나 관련 업계 종사자와 부처의 반발을 우려해 공식 발표되지 못했다.

    IT 독임(獨任) 부처 탄생

    이 문건에 드러난 IT 개혁안의 골자는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IT 관련 콘텐츠와 정책 입안 기능을 모두 정보통신부로 이관하고 현재 통신위원회가 가진 일부 기능까지 통합해 정통부를 정보미디어부로 확대 재편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국회에 상정돼 갑론을박을 거듭하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방송통신융합기구 개편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침을 내렸다. 대통령 소속의 방송통신위원회를 두되, 이 위원회는 정책과 집행에 관련된 일부 규제정책만 담당하게 한다는 것.



    개혁안 문건에는 또 휴대전화 요금 인하와 관련한 해묵은 과제를 시장기능 회복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방침도 나와 있다. 지금껏 정부가 쥐고 있던 통신요금 승인 권한(통신요금 인가제)을 포기함으로써 경쟁에 의한 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 이외에도 ‘IT와 전통산업의 융합’ ‘IT와 생활, 사회시스템의 융합’ ‘IT를 통한 일자리 창출’ ‘IT 부품 소재 산업 육성’ ‘IT 융합 신산업 개발 지원’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우선 정보미디어부 신설과 관련된 내용을 보자. 이 당선자측은 문건에서 “해외 각국은 방송과 통신을 엄격히 구분하는 칸막이식 규제체제를 혁신하고 낡고 과도한 규제의 내용도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대폭 완화하고 있으며 정책 규제기관을 미래지향적이고 효율적인 기구로 개편하거나 통합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5년간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기구통합을 위한 논의를 벌인 끝에 정통부 산하 통신위원회와 방송위원회의 기능을 ‘단순 통합’하는 내용의 ‘방송통신위원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2007년 1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법률엔 이전투구식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부 부처간, 업계간 밥그릇 싸움을 종식시킬 만한 갈등조정 역량이 부재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

    ‘단독입수’ 이명박 당선자 ‘IT 개혁안’

    유비쿼터스는 ‘가방 없는 학교’와 ‘인터넷 홈 스쿨링’을 가능하게 한다.

    이 당선자측은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방통위원회 설치법안은 구조적인 문제와 방송계의 현실적인 반발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특위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으며 합의 통과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한 뒤 “(한 부처가) 독임적으로 해야 할 진흥업무와 규제업무를 단일기구(방송통신위원회)에 병치함으로써 기형적인 조직구조를 노정하고, 독립성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이 당선자측은 정통부와 방송위원회, 문화관광부에 산재한 정보통신, 방송과 콘텐츠 진흥 기능, 규제정책 기능(독임제 부처가 수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분야)을 통합해 가칭 ‘정보미디어부’(또는 지식정보통신부)를 창설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통신위원회, 방송위원회의 규제정책과 집행 업무 중 전문성과 투명한 절차가 강조되는 분야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신설해 이곳에서 처리하도록 했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행정기관으로 설치키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청와대에 대통령 직속의 IT 전담 수석 비서관을 두기로 했다. 새로 임명될 IT 전담 수석비서관에게는 ‘국가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 기능이 부여되는데, IT 관련 각종 정책과 규제에 있어 분쟁 해결사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측은 신설 정보미디어부에 문화관광부의 콘텐츠산업 진흥 기능과 2003년 행정자치부로 이관된 전자정부 기능을 재통합키로 했다. 또 정통부와 문화관광부에서 수행 중인 규제집행 업무는 방통위로 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IT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거대 공룡’ 부처의 출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이 당선자측은 이를 “IT의 선순환 구조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반박한다. 어찌됐든 업무를 빼앗기는 관련 부서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덩치는 통신보다 작지만 영향력이 더 큰 방송계의 향후 대처도 주목된다.

    이 당선자측은 “여러 부처 기관의 중복 규제로 통신, 방송 사업자들이 이쪽저쪽 눈치를 보느라 부담이 크고 이 때문에 디지털 TV, IP TV의 사례와 같이 세계적 조류인 신규 서비스의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공박한다. 실제 IP TV 서비스 도입을 두고 방송과 통신계가 갑론을박을 벌이는 동안 미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 중국, 홍콩 등 20여 국가에서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을 추진 중이며, IP TV 관련 법제화와 이에 따른 상용화가 늦어짐으로써 하루 3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IP TV는 2013년 기준으로 생산유발효과는 13조원에 달하고 7만명의 고용창출 기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T로 만드는 ‘가방 없는 학교’

    이 당선자측은 정보미디어부와 방통위 신설을 통해 “NW(네트워크 워크맨), AP(무선중계기), SW, 콘텐츠를 IT와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동시에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양면을 보는 균형 잡힌 정책을 수립 집행할 수 있게 됐다”며 “방송·통신 규제 업무 중 핵심 정책 수립에 관한 사항을 제외한 집행업무를 위원회로 통합함으로써 공정경쟁의 감시와 이용자 이익 보호를 위한 투명한 절차와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당선자측은 내부적으로 자신들의 IT개혁안이 “현 정부의 방송-통신 통합안에 반발하고 있는 방송계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IT 개혁안 중 소비자 처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단연 통신요금 인가제의 폐지. 현재 휴대전화 통화요금은 각 통신업체가 올린 요금안을 정부가 심의해 인가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단체는 “정통부가 기업의 입장만 대변해 세계 다른 국가들보다 휴대전화 요금을 턱없이 높게 책정한다”고 비판해왔다. 또 비싼 휴대전화 요금이 IT 신기술과 서비스의 발전을 막는다는 의견도 많다. 이 당선자측은 개혁안 문건에서 “차제에 통신서비스 시장의 불필요한 규제를 전면 철폐하겠다”고 선언한 뒤 이렇게 밝혔다.

    “유선 위주의 통신시장에서 공공요금 인상 억제를 위해 시작돼 휴대전화 등 신규 서비스 시장으로 전이, 후발사업자를 위한 유효경쟁 정책수단으로 기능해온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함으로써 요금 결정을 시장에 맡겨 요금 인하와 서비스 경쟁을 촉진시킨다.”

    휴대전화 통신업자들이 담합만 하지 않는다면 요금인하는 불 보듯 뻔한 상황. 한 IT 전문가는 “지금껏 요금 인가제를 무기로 통신업체로부터 반사이익을 얻었던 정통부의 내부 반발이 극심할 것인데, 이 당선자가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며 “요금 체계뿐 아니라 서비스와 기술에 대한 규제도 철폐돼야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이 당선자측은 IT 개혁안 문건에서 “휴대전화 요금 인가제뿐 아니라 (통신사업으로의) 진입, M·A, 주파수, 번호 부여 등에 관한 규제를 사업하기 좋고 이용자 이익에 맞게 대폭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IT 개혁안은 또 유비쿼터스 교육을 통해 ‘가방 없는 학교’, ‘인터넷 홈스쿨링’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건은 “IT를 통해 우수교사가 부족하고 교육설비가 열악한 도시 서민 거주지역, 농어촌과 저소득층,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교육격차를 줄이는 다양한 계획을 실행해 가난의 대물림을 방지하겠다. 이를 위해 인터넷 디지털 교과서의 개발과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웹 교과서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안은 유비쿼터스를 보건의료와 식·의약품 정보관리로 확대해 의료비를 절감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다는 방침. 또 ‘서류와 종이 없는 행정서비스’의 실질적 실현으로 정부 인력과 예산을 각각 10%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IT로 실업자 10만명 구제

    IT 개혁안은 이 당선자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계획과 IT 기술의 접목을 시도한다. 전국의 하늘 길, 물길, 철도, 도로에 IT를 기반으로 한 교통정보시스템을 구축해 물류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더불어 전국에 산재한 교량과 붕괴위험 도로, 가스, 상하수도관 등 각종 지하시설물을 온라인으로 모니터링해 재난을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밖에 이 당선자측은 IT 개혁안에서 5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 현 정부의 ‘공공근로 DB 구축사업’의 부실을 지적하면서 “취업지원 예산 중 10% 이상을 IT분야 전문인력 양성 사업으로 전환해 매년 10만명 이상에게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회 전반의 효율과 안전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와 관련해서는 현재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구조를 소프트웨어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이 당선자측은 “조선, 항공, 군수, 자동차 등 중공업 제품, 통신장비, 휴대전화는 소프트웨어 구성비가 평균 30~40%를 넘고, 특히 고급 자동차는 ‘달리는 소프트웨어 제품’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소프트웨어가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소프트웨어 산업화에 필요한 고급 인력의 절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산학 연계와 맞춤형 학사 프로그램을 적극 유도하고 인도와 국가간 교류협정을 맺어 우수 인력 유치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IT 개혁안은 IT 부품소재산업 육성의 한 방안으로 혁신형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고 IT 융합 신산업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지능형 로봇의 개발과 생체정보시스템 등 비교 우위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과연 각종 규제와 제도에 발목 잡힌 ‘IT 강국의 꿈’은 새로운 엔진을 달고 세계로, 우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 당선자가 내놓은 IT 개혁안의 로드맵대로라면 한국은 이미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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