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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놀라워라, 생명의 의외성

옥수수 색깔도, 암세포와 HIV도 ‘전이인자’의 장난?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놀라워라, 생명의 의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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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석연료 문제를 해결할 대체연료로 각광받던 옥수수가 뜻밖에도 식량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생명은 들여다볼수록 새롭고 오묘하며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염색체의 전이인자가 유전체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인간이 그런 복잡성을 제대로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진화하려면 더 강력한 전이인자의 자극과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놀라워라, 생명의 의외성
옥수수는 오랫동안 인류에게 식량과 뻥튀기라는 간식거리를 제공했고, 최근 들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연료 공급원으로 각광 받고 있다. 그런데 환경주의자들에게 찬사를 받던 이 바이오 연료 때문에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용 옥수수 재배가 수익이 나자 식량으로 쓰일 옥수수가 줄어들었고, 콩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던 밭까지 연료용 옥수수 재배에 잠식되면서 각종 곡물 가격 상승에 한몫을 하고 있다. 게다가 옥수수 생산을 위해 비료와 물을 쏟아 붓고 있으니 환경친화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에 이르렀다.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옥수수는 또 다른 측면에서도 의외성을 보여준다. 수십년 전에 그 의외성에 주목한 과학자가 한 명 있었다. 바버라 매클린톡인데, 공교롭게도 그의 연구가 학계에서 인정을 받기까지 걸린 세월에서도 의외성이 엿보인다.

그는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에 옥수수의 염색체를 염색하는 법 개발, 옥수수 염색체 지도 작성 등 새로운 세포유전학 연구 성과들을 잇달아 발표함으로써 학계에서 인정을 받아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1940~50년대에 걸쳐 좀 뜬금없다 싶은 색다른 연구 결과들을 내놓아 과학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보기에 그의 연구는 난해하고 복잡했다. DNA의 구조가 밝혀지기 전인데 논문이 주로 세포유전학 용어로 서술되어 있었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 법도 하다. 어쨌든 그 결과 그는 자신의 연구 대상인 옥수수와 함께 학계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옥수수 실험



옥수수 껍질을 벗기면 연노랑 낟알들이 드러난다. 그런데 간혹 자주색이나 보라색 등 색깔이 다른 낟알들이 섞여 있다. 바늘로 콕콕 찔러 넣은 듯이 색깔이 점점이 묻은 낟알도 있고, 거의 전체가 색깔을 띤 낟알도 있다.

매클린톡은 오랜 세월 옥수수를 재배하면서 색깔이 나타나는 양상에 주목했다. 그 양상은 대단히 복잡했다. 그는 그것이 유전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임을 간파했고, 초파리 같은 다른 생물에서도 본질적으로 똑같은 양상이 나타난다고 봤다.

그는 옥수수를 자가교배시키면서 발생 초기의 배아세포 염색체를 현미경으로 살펴보는 등 다년간 실험을 계속했다. 너무나 다양한 변화가 나타났다. 관찰 결과가 워낙 방대해 그는 그 현상의 특성을 간단히 설명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염색체 일부가 잘려서 다른 염색체에 붙기도 하고, 일부가 뒤집혀 붙기도 하고, 염색체의 양끝이 붙어서 고리 모양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는 그것이 염색체가 끊겼다가 붙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염색체의 특정 부위가 끊겼다가 잘못 붙곤 하면서 그런 복잡한 양상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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