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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무책임·무감동…日 골칫덩이 ‘하류세대’

10년 후 한국 ‘386’ 자녀들의 초상?

  • 김지룡 문화평론가 dragonkj@chol.com

무기력·무책임·무감동…日 골칫덩이 ‘하류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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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류층 붕괴와 하류 등장

무기력·무책임·무감동…日 골칫덩이 ‘하류세대’

일본의 ‘하류’ 문화는 유행처럼 36세 이하 젊은이를 파고든다. 그들은 남과 어울리기 싫어하고 조직에 속하는 것을 증오한다.

1980년대 이전의 일본 사회는 ‘결과평등사회’라고 불렸다. 학력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소득 수준이 결과적으로는 비슷하다는 말이다. 대학입시나 직장 내의 출세 경쟁이 격렬하기는 하지만, 좋은 학벌과 직책이라는 일종의 ‘명예’를 얻기 위한 것이지 그것이 소득 수준에 큰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았다.

1990년대 초반에 시작된 장기 불황, 흔히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경기 침체기를 겪으면서 일본 사회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이 시기에 경제가 ‘케인스 식’에서 ‘하이에크 식’으로 바뀌었다고 요약하기도 한다. 국민의 생활을 정부가 책임지고 ‘결과평등’을 지향하는 시대가 끝나고, 각 개인의 역량이 각자의 소득 수준을 결정하는 사회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소득 격차가 확산되면서 ‘중류층 붕괴’라는 말이 등장했다.

일본에서는 우리와 달리 ‘중산층’이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중류층’이나 ‘미들층’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중류층’이 플로(flow·소득, 수입) 기준의 개념이라면 ‘중산층’은 스톡(stock·자산, 재산) 기준의 개념이다. 1980년대 후반 버블 경제가 한창일 때 일본인의 중류의식은 90%에 달했다. 그래서 전 국민의 대부분이 중류층이라는 ‘1억 총 중류층’이라는 말도 나왔다.

일본은 그 어느 사회보다 샐러리맨의 비중이 높다. 패전(敗戰) 직후에 태어나 이제 은퇴 시기를 맞은 50대 이상 세대조차 전체 취업자의 81%가 샐러리맨이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기업 사회에 종신고용과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정착됐다. 한번 취직하면 한 직장에서 평생을 일할 수 있고, 나이가 들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 속에서 경제활동을 해 왔다. ‘중산층’보다 ‘중류층’이란 말이 많이 사용되어온 것은 이 때문이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형 임금으로 거의 평생을 보호받는 한, 근로소득이 얼마인지가 문제일 뿐 어느 정도 재산을 갖고 있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경제 구조가 ‘하이에크 식’으로 바뀌면서 구조조정이 일반화됐다. 절대로 도산할 리 없다던 은행이나 증권회사가 도산하는 일도 발생했다. 연봉제도 도입되고, 파견사원이나 계약직 사원 등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샐러리맨이 나날이 늘고 있다. 소득원이 불안정해지면서 ‘중류층 붕괴론’이 등장했다.

하지만 ‘하류사회’에서 말하는 ‘하류’는 소득 수준에 따른 통상의 상류, 중류, 하류의 분류와는 의미가 많이 다르다. 미우라 아쓰시가 말하는 ‘하류’는 단지 현재의 소득 수준이 낮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는 ‘하류’란 커뮤니케이션 능력, 생활능력, 일할 의욕, 배우는 의욕, 소비의욕이 낮은 것, 즉 전체적으로 삶에 대한 의욕이 낮은 것을 말한다. ‘하류’는 평생 소득이 높아지지 않을 것이며, 결혼도 못하고 미혼인 채로 살아갈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들 중에는 ‘하루하루 마음 편히 살고 싶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단지 그것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미우라 아쓰시는 “‘하층’이란 아무리 일을 해도 풍요롭게 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고, ‘하류’란 중류가 되겠다는 의욕이 없는 사람”이라는 독특한 논리를 펼쳤다. 현재의 직업이나 수입 정도 등 현상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가 없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책 ‘하류사회’는 ‘향상심’이 없는 것이 일본 사회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36세 이하의 세대가 의욕을 상실한 세대”라는 것. 이런 식의 문제의식은 그 뒤를 잇는 책 ‘하류’에서도 제기된다. ‘90%가 하류로 전락한다’는 말도 젊은 세대의 90%가 그렇다는 말이다. ‘하류지향’은 아예 젊은이들의 사고가 ‘하류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하류로 떨어뜨리는 사고방식을 오히려 멋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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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룡 문화평론가 dragonkj@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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