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3월말 한미 연합전시증원(RSOI)연습에 참가한 미 해군의 4만t급 대형 상륙함이 부산항에 정박해 있다. 헬기 등을 탑재한 이 상륙함은 임무를 끝낸 미군들의 휴식을 위해 부산항에 입항했다.
전쟁이 벌어지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한반도에서 위기가 조성되어 데프콘Ⅲ가 발령되면, 미국은 150개 항목으로 구성된 신속억제방안(FDO·Flexible Deterrence Option)을 시행해 정치·경제·외교·군사적 조치를 취한다. 이 가운데 군사적인 조치로는 해·공군 감시전력 증파가 있다. 이러한 조치로도 전쟁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개전 초기에 긴요한 항공기와 항모전투단 등 주요 전투부대 및 지원부대를 증원하는 전투력 증강(FMP·Force Module Package) 조치가 시행된다. 그럼에도 긴장상황이 종료되지 않아 끝내 전쟁이 발발하면 예정된 모든 증원전력을 실어 보내는 시차별 부대전개 제원(TPFDD·Time Phased Forces Deployment Data)이 가동된다.
이러한 3단계 증원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미 합동참모본부가 지시를 내려 전개되며, 일본과 괌, 미국 본토 등에서 온 각급 부대는 한반도에서 통합과정을 거쳐 전장에 투입된다는 것이 그간 공개된 전시증원의 기본 콘셉트다. 한국군과 미군은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원활한 전개를 준비하기 위해 1994년부터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을 매년 실시하며 절차 등을 점검해왔다.
한국 정부는 ‘국방백서’ 등을 통해 3단계에 걸친 미군의 전시증원전력 규모가 육·해·공군 및 해병대를 포함해 총 69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지상전력 2개 군단과 5개 항모전투단, 공중전력 32개 대대와 오키나와 및 미 본토의 2개 해병기동군으로 구성된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전체 미 해군의 40% 이상, 공군의 50% 이상, 미 해병대의 70%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라는 것이다.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은 2005년 12월 ‘한미동맹의 경제적 역할 평가 및 정책방향’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유사시 증파되는 미군의 전력가치가 250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2006년 한미 간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한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전시증원의 보장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현재의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양국군이 ‘병렬형 지휘관계’를 구축하게 되면, 연합사 체계를 통해 자동으로 진행되도록 설정돼 있는 현재의 전시증원도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였다. 특히 이러한 견해가 전작권 전환 추진을 비판하는 데 중요한 논리적 근거로 활용되면서 향후 전시증원의 구체적인 변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시증원에는 변함이 없다”고 여러 차례 못 박은 바 있다. 2006년 8월 청와대가 배포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의 이해’ 자료집은 “증원전력 지원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증원전력은 그대로 유지되며, 이는 향후 TOR(관련약정)이나 전략지시 등에 명시적으로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국정브리핑’은 같은 해 10월 국방부 견해를 인용해 “전시증원전력 보장에 대해 지난 9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약으로 확인한 바 있고, 올해 한미연례안보협의(SCM)에서 합의한 전작권 전환 로드맵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러한 확언은 최근 복수의 한미 양국 당국자를 통해 확인되는 사실과는 다르다. 미국이 2007년 중반 들어 전시증원 재검토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으며, 그 구체적인 결과가 1년 이내에 나올 것이라고 관련 당국자들과 전문기관 관계자들이 전하고 있기 때문. 그 세부적인 내역을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