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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태풍의 눈, 김경준·이보라 가족사

“자식 성공 위한 집념과 희생, 청빈한 공직생활 … 내 자식이 왜?”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BBK 태풍의 눈, 김경준·이보라 가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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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태풍의 눈, 김경준·이보라 가족사

김경준씨 어머니 한영애씨.

에리카 김은 자서전에서 한국말에 대한 아버지의 집착과 자식의 성공에 대한 어머니의 강한 집념을 드러낸 바 있다.

“미혜야, 큰소리로 또박또박 대답해봐라. 너 정말 어느 나라 사람이냐?”

“대한민국 사람이요!”

“그래, 행여 꿈속에서라도 네가 대한민국 사람이란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알겠니? 그리고 앞으로 집에서는 절대로 영어를 쓰지 마라. 동생들도 네가 가르쳐서 한국말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80쪽)

에리카 김은 “지나칠 만큼 우리말을 고집하는 아버지를 그 당시로선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우리 교포들이 모국어를 잊지 않는 한,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꿋꿋한 모국의 뿌리를 지니고 생활할 수 있다고 확실하게 믿고 있다”고 했다.



딸에 대한 어머니의 집념

에리카 김이 UCLA 법대에 다니던 시절,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데 회의를 느끼고 풀이 죽어 다닌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 한씨가 이렇게 말했다.

“미혜야, 변호사 되는 게 네 꿈이었잖니. 그리고 그 공부가 쉽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엄마는 네가 방황하는 게 믿을 수 없구나.”

“엄마, 그동안 내가 너무 막연하게 생각해온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법대 공부가 어떤 건지도 모르고, 어쩌면 환상을 좇아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그럴까?”

“변호사가 적성에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저는 요즘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해봐요. 왜 전에는 한 번도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미혜야, 네가 요즘 너무 힘들어서 그럴 거야. 만약 변호사가 아니라면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있니? 어디 한번 잘 생각해보렴.”(50쪽)

에리카 김은 “딸에 대한 어머니의 집념이 느껴질 때마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고 털어놓았다.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를 엿보게 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에리카 김이 법대를 휴학하고 LA검찰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다. 검찰청 근처의 아파트에서 생활하겠다는 딸과, 두 시간 거리의 집에서 출퇴근하라는 아버지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세상 눈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기나 하니? 학교도 가지 않는데 여자 혼자 아파트에 사는 걸 좋게 볼 사람 없다.”

“아빠, 아무도 저한테 신경 쓰지 않아요.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살아요. 그리고 남들 눈이 뭐 그리 중요해요? 내가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집이 멀어서 그런 건데.”

“다른 사람들은 신경을 안 써도 나는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다른 애들 다 그러고 살아도 내 딸만은 안 돼. 한국에선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야. 넌 한국 여자야. 한국 여자면 한국 여자처럼 살아야지. 미국 애들처럼 살 생각은 말아라. 안 좋은 소문이 나면 시집도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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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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