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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홍일점 부검의 박혜진의 ‘사체 동거 일지’

“유영철 ‘딤채’ 매장법, 정교한 신체 절단술엔 우리도 놀라”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국과수 홍일점 부검의 박혜진의 ‘사체 동거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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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유일의 여성 법의관…1년에 사체 300구 부검
  • “낮에 부검한 시신 영혼이 꿈에 나타나 사인(死因) 일러준다면…”
  • “교통사고, 의료사고는 부검으로 진상 밝혀지는 경우 많아”
  • “부검 후 점심 맛있게 먹지만, 냄새 때문에 괴로워”
  • “입회한 유족, 두개골 열고 얼굴 절개할 때 가장 고통스러워해”
  • 정다빈 자살 이후 국과수로 밀려든 ‘목욕타월 자살’ 시신들
  • 음모와 쓸개즙으로 마약복용 여부 정확히 파악
국과수 홍일점 부검의 박혜진의 ‘사체 동거 일지’
오후 5시.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을씨년스러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에 해가 지면서 찬바람까지 쌩쌩 분다. 인근에 주택가와 상가가 빼곡히 들어서 있긴 해도 국과수를 떠올리면 시신을 해부해 검사하는 부검(剖檢)광경이 떠올라서 그런지 으스스한 느낌부터 앞선다.

국과수 관계자들은 “국과수 본원을 20년 전 서울의 서쪽 끝인 양천구 신월동의 국유지 야산에 지은 이유는 시민의 반발을 피해서였다”면서 “고속도로 사이에 있는 건물이라 북향이 될 수밖에 없어서 더 추운 것 같다”고 말했다.

부검실을 지하에 둔 법의학과 별관 건물은 요즘 한창 개축공사 중이다. “제발 부검하는 건물 같지 않게 지어달라”는 법의관들의 요구가 적극 받아들여졌는지 사무실로 쓰는 법의학과 2층은 흰색 원자재를 사용해 비교적 깔끔하고 평범한 사무실로 변신했다. 특히 예전에 지하 부검실로 내려가는 기괴한 통로이던 좁고 어두운 철제 나선형 계단이 사라졌다.

“여름이 가장 문제예요. 지하 부검실에서 냄새가 올라오거든요. 시체 썩는 퀴퀴한 냄새가 사무실까지 올라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미칩니다. 우리야 만성이 돼서 괜찮다지만 어쩌다 방문하는 분들은 ‘이게 무슨 냄새냐’고 물어요. 공사하는 분들께 ‘냄새가 절대로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공사가 잘 됐는지는 여름이 돼봐야 알 수 있겠죠.(웃음)”

7년 간 2000여 명 부검



부검의 박혜진(朴彗鎭·38)씨. 4급 서기관급 법의관으로 국과수 부검의들 사이에선 홍일점으로 통한다. 그가 국과수에서 일을 시작한 건 7년 전. 해부병리학을 전공한 남자 레지던트도 기피하는 사체 부검을 여성이 하겠다고 나선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지금까지 박 법의관의 손을 거쳐 감정(鑑定)된 시신만 2000여 구. 그는 과학수사 파트에서 철두철미하고 꼼꼼한 베테랑 부검의로 알려져 있다. 부검을 하는 광경이 떠올라서인지 인상이 깐깐하고 독해 보일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크고 곱상한 눈매에 서글서글하고 시원한 인상이었다. 말문이 트이자, 아무리 처참하게 죽었거나 부패한 시신이라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부검할 대범한 성격이란 걸 역력히 느낄 수 있었다.

▼ 어떤 계기로 이 일을 하게 됐습니까.

“레지던트 때 교수님을 따라와 도운 적이 있어요. 10년 전만 해도 부검의가 턱없이 모자라 병리과 교수들이 국과수에 들어와 부검을 했어요. 교수가 부검을 하면 레지던트들이 따라와서 허드렛일을 맡죠. 제가 도운 건 아주 간단한 부검이었는데, 옆 부검대가 시선을 끌었어요. 칼에 찔려 죽은 시신을 난생 처음 봤거든요. 집도하는 분이 ‘칼이 어느 방향으로 들어왔고, 어떤 칼로 찔렀으며, 흉기는 두 개다’라고 설명하시더군요. 다음날 신문에 전날 부검을 했던 사건 기사가 나왔어요. 법의관의 설명이 고스란히 해설기사로 나왔더라고요. 너무 신기했어요. 묘한 흥미를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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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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