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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 | 이명박 2008-2013

동지상고 은사 김진하 선생이 기억하는 ‘이명박 군’

“명박이한테 당할까봐 교사들이 수업준비 열심히 했죠”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동지상고 은사 김진하 선생이 기억하는 ‘이명박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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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가 어려운 환경을 딛고 성공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동지상고 시절 은사 김진하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당선자가 ‘마음의 고향’이라 부르는 김 선생으로부터 두 사람의 인연과 이 당선자의 고교 시절 얘기를 들었다.
동지상고 은사 김진하  선생이 기억하는 ‘이명박 군’

이명박 당선자는 김진하 선생에 대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스승”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평소 연설이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잊지 못할 스승’ 두 사람을 꼽았다. 그들이 없었다면 자신은 대학에 진학할 수도 없었고, 그랬으면 현대건설 입사도 서울시장도 대통령후보도 불가능했을 거라고 했다.

한 사람은 집안 형편 때문에 그의 고교 진학을 반대하는 어머니를 설득해 비록 야간상고이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준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이고, 또 한 사람은 고교 시절 은사 김진하(金鎭河·80) 선생이다.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5년 10월 자신의 싸이 홈피에 올린 김진하 선생에 대한 글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줬다.

“저에겐 고향과도 같은 선생님이 계십니다. 김진하 선생님! 야간상고 시절 3년 동안 저에게 수학을 가르쳐주신 분입니다”로 시작된 글엔 옛 추억과 선생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시골 야간학교는 으레 그렇듯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고등학교 졸업장이라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입니다. (중략) 낮에는 일을 하고 늦은 밤에 공부하다 보니 꾸벅꾸벅 졸다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수업도 충실하게 될 리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진하 선생님은 조금 달랐습니다. 어쩌면 주간 학생들에게 하는 것보다 더 열정적으로 가르치셨고, 비록 대학에 가지 못하더라도 배울 수 있을 때 하나라도 더 배우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저 역시 먼 훗날 대학시험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선생님의 가르침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중략) 학창시절,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고단한 하루였지만 선생님의 사랑과 열정 덕에 고단한 줄 모르고 공부할 수 있었고, 지금도 먼 곳에서 지켜봐주시는 선생님이 계시기에 제 자신을 늘 반성하며 돌아보게 됩니다. (중략) 선생님에게 저는 수많은 제자 중의 하나이지만 선생님은 저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스승이십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오래된 일기장 같은 분입니다. 선생님 눈 속에는 거짓 없는 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던 어린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야생 들국화’



이명박 당선자의 정신적 스승이라 할 김진하 선생으로부터 이 당선자에 대한 옛 이야기와 두 사람 간 사제의 정을 듣기 위해 경북 포항으로 향했다. 이 당선자가 졸업한 동지상고는 포항에 있고, 선생은 여전히 포항을 지키고 있었다. 선생은 이 당선자의 고교동창 두 명과 약속장소로 나왔다. 올해 여든인 선생은 나이에 비해 정정하고, 옛일도 비교적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1953년경부터 동지상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주간과 야간을 함께 가르쳤죠. 명박 군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동지상고 주간을 나왔는데 역시 제게 배웠어요. 1985년까지 근무하다 포항 유성여고 교장으로 옮겨 2년여를 더 근무하고 교편을 놓았습니다.”

이명박 당선자가 싸이 홈피에 올린 글을 보여주자 그는 “명박 군은 공부를 열심히 했고 모범생이었다. 당시 영어교사였던 정수영 선생은 명박 군과 친구 동생(이 당선자 부인 김윤옥씨) 중매를 섰을 정도로 다들 명박 군을 아꼈다. 내가 특별히 그에게 잘해준 것도 없는데 고마울 뿐”이라며 계면쩍어했다.

“3년 동안 명박 군에게 수학을 가르쳤고, 3학년 때는 담임을 맡았지요. 야간학교 특성상 밤늦게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서둘러 집에 가기 바빴어요. 낮에는 다들 생업에 종사해야 하니까 학교에 일찍 와서 상담을 받으라고 할 수도 없어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종례시간이나 수업시간에 틈틈이 제가 학생들에게 해준 어쭙잖은 한마디, 한마디가 이 당선자의 기억에 좋게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저야 그저 어려운 형편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 한 것밖에는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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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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