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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MB 대북정책…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쓴 소리

“北 버릇 고치겠다고? 게도 구럭도 다 놓칠라…”

  • 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꽉 막힌 MB 대북정책…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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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이드 앤 컨트롤’

꽉 막힌 MB 대북정책…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쓴 소리

2006년 12월 민화협 행사에 모인 전직 통일원 장관들. 앞줄 왼쪽부터 임동원, 정세현, 이재정 씨.

▼ 표현이 상당히 중립적이네요(웃음). 심하게 말하면 ‘북한 경제의 중국 편입’ 뭐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 텐데요. 아무튼 그건 대단히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 남북통일이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통일 이후에도 이 문제는 심각한 변수로 남을 텐데….

“그렇게 되면 통일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왜냐, 남북통일은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남북 간에 경제적 의존성이 커져서 경제공동체가 되고, 그 다음 단계로 사회문화공동체가 형성되는 겁니다. 그 다음에 정치공동체, 군사공동체, 이런 식으로….”

▼ 그런데 북한 경제가 남쪽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는 거죠.

“그러면 남북통일은 요원해진다, 이거야. 나는 북미관계가 좋아져서 북한 경제가 미국 경제의 영향을 받아 활성화하는 것은 괜찮다고 봐요. 또 일본 자본이 들어가 북한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필요한 일이고.”



▼ 미국 자본이 북한에 들어간다는 것을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북한에 자유시장체제가 안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 훗날 통일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수입니다. 지금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비판을 받는 등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어찌 됐건 러시아와 중국, 베트남, 동유럽 국가들이 모두 미국 중심의 국제경제체제에 편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사회에 하루속히 시장경제원리가 들어가는 것이 남북 간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데 촉매 노릇을 할 거라고 봅니다.”

▼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선 이른바 ‘투 코리아 폴리시(Two Korea Policy)’를 쓸 거라는 얘기도 있지요.

“이른바 ‘디바이드 앤 컨트롤(Divide and Control)’이지. 하지만 그런 틀 속에서도 남북 간에 경제적 상호의존이 커져서 공동체로 발전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남북한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게 바로 통일로 가는 길인데, 이런 판세를 잘못 읽어서 북중 간의 경제공동체 성향이 강화되는 것을 방치한다면 남북경제공동체는 물거품이 되고 말 거라는 겁니다.

더욱이 중국은 요즘 들어와 노골적으로 이른바 대국굴기(大國·#54366;起)라는 것을 얘기하는데, 이건 한마디로 중국도 제국주의를 하겠다는 말이거든. 중화사상의 핵심은 지리적으로 주변국가들을 자기 세력권으로 완전히 편입시키는 것입니다. 과거 대제국을 건설했던 몽골 같은 나라들도 지금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전락해 있잖아요. 그런 것을 보면 지금까지 독립성을 지켜온 우리 한민족이 참 대단한 사람들인데, 이런 것들을 활용해 남북 간에 동질화를 넓혀나가는 데 신경 쓰지 않고 ‘북한이 제 발로 걸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상대를 해도 늦지 않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 지금 말씀한 한반도 주변 정세를 북한을 가운데 놓고 미중 간에 경쟁을 벌이는 구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남북관계를 대외관계의 종속물로 갖다놓았거든요. 예컨대 한미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누구나 동의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처지에서 남북관계 축을 활발하게 가동시키고 있는 한국과, 남북관계 축을 방기한 한국을 다루는 방식은 엄청나게 다를 겁니다. 후자가 훨씬 만만해 보일 거란 얘깁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 쇠고기 파동에서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자세에도 그런 면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른바 강대국들은 주변국들을 디바이드 앤 컨트롤하려는 기본 속성을 갖고 있어요. 영국이 과거 유럽의 국제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시절에 독일과 프랑스를 계속 싸움 붙이면서 자신의 우월적인 지위를 유지하지 않았습니까.”

“청와대에 브레인 있어야”

▼ 그러니까 우리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는 대미, 대중관계에서 남북관계 축이 일종의 레버리지(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것을 포기했어요. 물론 이건 한미관계를 소홀히 해도 괜찮다는 얘기는 절대 아님을 전제로 한 말입니다만.

“이명박 대통령도 한미관계와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3자가 선순환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 출발점은 한미관계가 아니라 남북관계라야 선순환될 수 있어요. 이게 어디서부터 시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거든. 남북관계를 잘 이끌어 가면서 북한이 중국화하지 않도록 할 때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국가이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또 한미관계가 남북관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지 한미관계를 앞세우면서 거기에 남북관계를 종속시키려고 하는 식으로 해서는 우리의 입지가 없어져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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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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