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중습격은 지금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라크 다국적군의 공습은 2007년에만 총 1447회에 달했다고 한다. 유엔이라크지원단의 조사에 따르면 2007년 4월부터 12월까지 200명 이상의 이라크 주민이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 책은 ‘폭탄이나 미사일이 떨어지는 장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어떤 광경이 벌어지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몸속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6·25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을 다루며 공습의 역사, 공습의 본질, 희생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살핀다. 저자는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격차에 주목한다. 공습을 가했음에도 “단지 임무를 수행할 뿐입니다. 임무를 다하는 것, 그 이외의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는 한 조종사의 말을 듣고 인간의 위험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공습을 실행하는 조종사와 공습을 당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가해자는 피해자의 고통에 무관심할 수 있다.
저자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1977년부터 미얀마, 태국, 아프가니스탄에서 아시아의 다양한 민족을 취재했다. 1985년부터 88년까지는 미얀마 북부의 카친 주와 샨 주에서 민족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카친족을 장기 취재했으며, 이를 취재한 ‘숲의 화랑’으로 1996년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의 저자와 역자가 속해 있는 저널리스트 단체인 ‘아시아프레스 인터내셔널’은 방콕, 마닐라, 타이완, 베이징, 서울, 오사카 등에 사무소를 두고 권력에 대항하는 아시아인들을 취재하고 있다. 휴머니스트/ 336쪽/ 1만5000원
소치 허련-조선 남종화의 마지막 불꽃 _ 김상엽 지음
추사 김정희가 “압록강 동쪽에는 이만한 그림이 없다”고 극찬한 소치 허련은 오원 장승업과 함께 조선 말기의 거장으로 불린다. 그는 추사 김정희의 회화관(觀)을 호남 지방에 전수한 조선 남종화의 마지막 계승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허련의 인생을 찬찬히 보여준다. 독자는 당대 최고의 학승으로 꼽힌 초의선사에게 그림의 기초를 배우고, 윤두서의 ‘공재화첩’을 보고 그림의 법도를 깨우치고, 추사를 평생의 스승으로 삼은 그를 볼 수 있다. 물론 미술적 가치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한국미술연구소 연구원, 영산대학교 겸임교수,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 강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문화재청 인천국제공항 문화재감정관이다. 저자는 “19세기 예술의 핵심인 김정희를 연구하기 위해 그에게 충성한 허련을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돌베개/ 204쪽/ 1만3000원
기갑전으로 본 한국전쟁 _ 권주혁 지음
저자는 남태평양 솔로몬 군도에서 30년 넘게 목재무역 업무를 하는 동시에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전작인 ‘헨더슨 비행장’ ‘베시오 비행장’을 통해 남태평양에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을 생생히 복원하기도 했다. 이번에 그는 6·25전쟁이 일어나기 전 시점부터 휴전회담이 체결되기까지의 상황을 기갑부대와 기갑 전투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전쟁 기간 부대의 명예를 짊어지고 어떤 보병 부대에도 떨어지지 않는 무공을 세운 것이 육군 독립기갑연대”이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국군 기갑부대 창설 때부터 몸을 담았던 노병 몇 사람을 만나 당시 얘기를 듣고 관련 자료를 8년여 간 추적했다. 남침한 공산군에 맞서 기갑 전투를 시작한 국군 독립기갑연대의 활약상과 어린 소년들로 구성된 국군 해병대 소년 전차병의 활약을 자세히 풀어내고 있다. 지식산업사/ 494쪽/ 2만3000원
조선사 3대 논쟁 _ 이재호 지음
저자는 “역사의 허위를 벗기고 실상을 구명함으로써 일반 국민의 역사인식을 새롭게 해 국력신장을 돕기 위해” 책을 썼다. 본문에 해석문뿐 아니라 한문 원문도 함께 써놓은 건 사료의 엄밀성을 분명히 해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부산대 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는 부산대 명예교수로 있는 저자는 알려진 역사의 이면을 들추어 3가지 사실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육신 유응부와 함께 삼중신(三中臣) 김문기가 사육신 묘역에 묻히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사육신 논쟁을 재정리하는가 하면, 율곡 이이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0년 전에 십만양병설을 주장했고 유성룡이 이를 반대했다는 역사적 상식이 사실인지 아닌지 증명한다. 또한 이순신과 원균에 관한 평가가 정당한지도 묻는다. 철저한 사료 검증이 돋보이는 책이다. 역사의아침/ 272쪽/ 1만3천원
부랑청년 전성시대 _ 소영현 지음
열네 개의 작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책은 1900년대 전후부터 1920년대에 걸친 시기에 근대적 인간형이라 일컬어진 청년들의 면모를 담고 있다. 안경을 쓰고, 세비루 양복을 입고, 칼포 담배를 피운 그들은 겉모습은 물론 의식도 남달랐다. 민족주의자나 ‘맑스보이’는 아니었지만 약육강식의 국제 정세 속에서 에스페란토어 사용을 통해 폭력주의를 넘으려 했고, 자선음악회를 통해 문화와 현실 참여를 동시에 꾀하려 했다. 책을 들여다보면, 진지했고 가난했고 열정적이었고 때로는 비열했던 당시의 청년상을 가감 없이 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금-여기’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여백의 시선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푸른역사/ 319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