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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관의 옛날 잡지를 보러가다 38

벌교 백만장자 서도현 참살 사건

돈 앞에 무너진 인륜, 도대체 돈이 뭐길래?

벌교 백만장자 서도현 참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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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간 고락을 같이하고 남달리 사랑하던 내외인지라 설령 남편이 병으로 죽었다고 할지라도 미망인 김회산 여사의 가슴에는 천추에 없어지지 않을 한을 품었을 것인데 남편이 천만 뜻밖에 도적에게 붙잡혀 총알에 맞아 무참히 죽었는데 일시일각(一時一角)인들 어찌 그 당시의 환영이 눈에서 사라질 것이며 그 총소리가 귀에서 사라질 것인가. (‘미신과 황금에 얽힌 엽기 100% 괴사건’(2) ‘동아일보’ 1932년 1월 19일자)


소식이 알려지자 전라도 일대 부호들은 간담이 서늘해졌고, 보성경찰서 경관들은 물론 헌병대까지 나서 범인을 추적했다. 김회산은 비명횡사한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현상금 1만원까지 내걸고 범인을 수배했다. 하지만 깊은 밤 복면을 쓰고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괴한들은 좀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김회산은 남편의 뒤를 따라가려고 자결을 시도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모진 목숨을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서도현의 둘째 첩이 서병관을 낳았다. 김회산은 죽을 때 죽더라도 남편 원수도 갚고, 젖먹이 어린 자식들도 키워놓고 죽겠노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서도현이 괴한의 총에 맞아 비명횡사하자 그가 관리하던 막대한 재산은 양자 서용인에게 상속되었다. 하지만 서용인은 이제 겨우 스무 살이었고, 배운 게 변변치 않은 데다 모르핀 중독자여서 정상적인 사리 판단이 불가능했다. 양자를 대신해 막대한 유산을 떠맡게 된 김회산은 서도현의 조카 서인선과 당질(오촌조카) 서정인에게 재산 관리를 맡겼다.

1917년 12월7일, 서도현이 참살당한 지 1년6개월이 지났지만, 괴한들의 자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김회산은 기필코 범인을 잡아 남편의 원수를 갚겠다는 결심을 꺾지 않았다. 짧은 겨울 해가 저물자, 서도현 집안의 재산관리인 서인선은 일과를 끝내고 벌교면 고읍리 자택에서 첩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벌교 백만장자 서도현 참살 사건

미신과 황금에 얽힌 엽기 사건을 다룬 1932년 1월 19일자 동아일보 기사.

꼬리를 무는 괴변

“서인선! 서인선, 나와!”

마당에서 지르는 고함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서인선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태 전 큰아버지가 당한 상황과 너무나 흡사했다. 주위를 둘러봐도 도망갈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벌벌 떠는데 누군가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서인선, 순순히 따라 나와! 네 큰아버지 일은 잊지 않았겠지?”

서인선이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복면을 쓴 괴한 3명이 그를 향해 총구를 겨냥하고 서 있었다. 서인선은 살려달라고 빌면서 순순히 괴한들을 따라나섰다. 서인선은 산길로 사흘을 끌려 다니다 깊은 산중 외딴집에 감금되었다.

서도현이 복면 괴한에게 총살당한 데 이어 그의 조카 서인선마저 납치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라남도 전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이 주요한 길목마다 경계선을 치고 검문했지만, 괴한들은 이번에도 교묘히 경계망을 빠져나갔다. 김회산은 두렵기도 했지만, 분하고 괘씸한 마음이 앞섰다. 흉악무도한 원수를 경찰이 못 잡으면 자기 손으로라도 반드시 잡아 복수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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