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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60주년 大특집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월드컵 개최, 군사독재, 농업국가 이미지 공존’

  • 백창기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 연구원 pck@aks.ac.kr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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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문제는 기자조선설을 소개하지 않은 다른 나라의 교과서에는 한국사를 한군현의 설치로부터 서술하거나 중국 진·한 왕조의 영역에 한반도를 포함시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한군현의 설치로부터 한국사의 출발을 찾는 견해는 일제 식민사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것인데, 미국 영국 호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여러 나라 교과서에서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려의 활자인쇄술이 원나라에서 전래된 것이라거나, 조선을 명나라 혹은 청나라의 영역에 포함시키는 등 다양한 오류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동북공정이나 역사왜곡 등이 중국이나 일본의 교과서에서만 한정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국력이나 국가 위상에서 일본이나 중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학이나 중국학에 비해 해외 한국학의 저변이 넓지도, 견고하지도 않은 것 역시 현실이다. 우리 학계의 입장을 해외에 충분히 알리기 위해서는 보다 본질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미국 교과서에도 ‘인권 제한 국가’

역사 해석상의 문제에서만 오류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사회·문화·경제와 관련해서도 한국을 중국어 사용 국가로 표시한다든지, 농업국가로 서술하거나, 심지어는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인권탄압국가로 그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레바논 교과서에서 한국은 외세의존적 자본주의 체제이고, 북한은 민주적 사회주의체제로 소개되고 있다. 태국과 카자흐스탄 교과서에서는 아직도 한국을 군사독재국가로 서술하고 있다. 터키와 캐나다, 튀니지,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교과서에서는 한국의 노동 부분을 언급하며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지적하고 있다. 2001년에 출간된 미국 교과서에도 인권이 제한되는 국가에 한국을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과는 인권이나 노동문제에 대해 상대적 시각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외국 교과서에 서술된 한국에 대한 갖가지 오류 사례를 보고 있으면 그동안 우리가 이룩해온 발전을 자축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해외 교민을 만나 보면 한결같이 현지인들이 한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하소연을 한다. 칠레의 한 교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김일성이냐”고 하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또 다른 위상이다. 물론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해외 진출이 한국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최근 몇 년간 한류 붐이 세계 곳곳에서 일기도 했지만, 그것에 만족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삼성이나 현대, LG 등 해외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많지만 정작 이들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는 외국인이 많다. 심지어 일본기업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이 곧바로 대한민국 홍보와 연결되지는 않는 것이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중등 지리 교과서. 한국문화교류센터의 노력으로 한국 관련 내용이 새로 들어갔다.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

물론 한국 기업의 진출로 해당 국가의 국민이 한국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에 대해 얻을 수 있었던 기존 정보는 학교에서 단편적으로 배운 일부 내용에 불과하거나, 언론매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하는 단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 관심이 있어도 정확한 자료와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면 그 호기심과 관심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임은 자명하다. 연결되는 콘텐츠의 부재로 벌써 사그라들고 있는 일본의 ‘한류 붐’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을 수행하는 한국문화교류센터 외에도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등 여러 기관과 단체의 노력에 의해 얻어진 국가 이미지 개선의 성과도 상당하다. 지난 5년간 한국문화교류센터의 노력으로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태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파라과이 등 여러 나라 교과서에 일본해로 표기돼 있던 것이 동해로 단독 표기되거나 병기되는 것으로 시정됐다. 미국, 러시아, 베트남 교과서에는 한국을 별도의 장이나 절로 설정해 관련 서술 분량을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폭 늘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영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국가가 교과서 개정시 한국 관련 내용을 대폭 수정, 보완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각국 교과서의 개정 주기가 5년에서 10년에 이르는 등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이고, 상호신뢰관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어려운 점도 많다. 어렵게 시정 합의를 이끌어내고도 일본 측의 압력으로 백지화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고 등한시할 수 없으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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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기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 연구원 pck@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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