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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국회의원 재산 신고

세 명에 한 명꼴 ‘허위 신고’ 의혹 최소한 공직선거법과 공직자 윤리법 둘 중 하나는 어겼다

  • 구자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믿지 못할 국회의원 재산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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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할 국회의원 재산 신고

2007년 3월30일 국회사무처 공보실 직원이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 재산등록 및 변동사항이 수록된 국회공보를 정리하고있다.

요식행위로 전락한 재산 공개

국회사무처와 선관위에 신고된 재산 내역에 차이가 존재할 경우,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떤 신고 내역이 옳은지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국회와 선관위는 신고받은 재산 내역을 관련 기관에 조회해보면 허위 여부를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두 기관 간의 업무 협조를 통해 재산 내역을 대조해보면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안 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하려면 국회와 선관위 등 재산 신고를 받는 기관들이 재산 내역을 공개만 하고 그칠 게 아니라 검증한 결과까지 공개토록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동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 공보와 선관위 재산 공개 내역이 일치하지 않는 의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선관위에 재산을 신고하면서 일부 내역을 누락한 경우였다. 선관위에는 신고했지만 국회에 신고하지 않은 재산 내역이 있는 의원은 26명이었다. 반면 국회에는 신고했지만 선관위 신고에서 누락 항목이 발견된 의원은 65명으로 2배 이상 많았다. 매년 재산변동 내역을 신고토록 돼 있는 국회에는 비교적 성실(?)하게 신고한 반면, 4년마다 선거운동 기간에만 공개되는 선관위 재산 신고는 날림으로 했다는 의혹이 짙다.

사후 검증 않는 선관위

선관위는 공직후보 등록 때 제출받은 자료를 스캔해 선거운동 기간에 한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이 짧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사후 검증절차를 생략하고 있다.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됐다가 허위 학력 기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한정 의원 사례처럼 선관위 차원에서 자체 검증을 통해 걸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후보등록 기간이 짧아 서류를 접수하는 것도 벅차다”며 “신고된 재산을 검증하려면 선거운동 기간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국회는 재산 공개에 앞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친다”며 선관위 재산 공개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동산은 국토해양부와 국세청을 통해, 금융 재산은 전국 214개 금융기관에 조회를 의뢰해 누락신고나 과소신고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만약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일차로 해당 공직자의 소명을 받고, 고의 또는 과실이 드러날 경우 주의통보, 경고, 과태료 부과, 일간신문 광고란을 통한 허위등록사실의 공표, 해임 또는 징계 의결요청 등의 단계적 조치를 취하게 된다. 2007년의 경우 국회는 의원 2명에게 과태료부과 처분, 27명에게 경고처분을 내렸고, 89명에게는 주의통보를 했다. 2007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신고된 재산 내역에 대한 심사에서도 6명에게 경고처분을 내리고 36명에게 주의통보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국회가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신동아’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들어 경고처분과 주의통보를 받은 42명보다 더 많은 의원이 재산 신고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선관위 신고 내역에는 포함돼 있지만 국회공보에 누락된 항목이 있는 의원이 26명이었고, 같은 항목에 대해 선관위와 국회 신고 내역이 서로 다른 의원이 60명이 넘었다. 이 60명 중 일부가 국회에 허위로 신고했을 경우 국회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셈이 되는 것이다.

믿지 못할 국회의원 재산 신고

선관위는 “후보등록기간이 짧아 서류 접수하기에도 벅차다”며 재산 검증이 어렵다고 했다.

고지거부 뒤에 숨은 억대 재산가

특기할 점은 국회공보에 독립생계 등을 이유로 ‘고지거부’한 국회의원 직계 존비속의 재산 내역이 선관위에는 신고된 경우가 여럿 있다는 사실이다. 고지를 거부한 의원 직계존비속 가운데에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거액의 재산을 보유한 재산가가 많았다. 이 때문에 ‘고지거부’ 제도가 재산 은닉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서병수 의원(부산 해운대기장갑·한나라당)의 경우 부친 명의의 토지와 예금 등 13여억원을 선관위에 신고했고, 허태열 의원(부산 북구강서구을·한나라당)도 2억6000만원이 넘는 장녀의 예금과 주식을 선관위에 신고했다. 그러나 서 의원과 허 의원은 각각 부친과 장녀에 대해 독립생계를 이유로 국회에는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 박종근 의원(대구 달서구갑·친박연대)도 국회에는 차녀 명의 재산을 고지 거부했지만, 선관위에는 3억여 원의 예금과 보험 등을 신고했다.

국회는 “재산공개 초기에는 재산등록 의무자가 고지거부 대상자의 소득증빙자료만 제출하면 고지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지만, 2007년부터 소득금액을 산출해 위원회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3년마다 재심사를 받도록 고지거부제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지거부’ 여부에 따라 국회와 선관위 재산 신고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고지거부제도를 악용한 우회적 재산증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참여연대 이재근 행정감시팀장은 “우리나라는 부모·자식 사이에 증여와 상속 등이 활발한 사회”라며 “고지거부제도가 재산은닉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이 공직자를 신뢰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재산공개제도가 운영되는 만큼, 직계존비속의 재산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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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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