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 과정에서 현 대통령 측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 측이 국가기록원에 자료를 다 넘기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2월20일 대통령기록관 발표에 따르면, 이관받은 자료가 400만건이 넘는다. 또 6월27일에는 분류 기준 변경(화면 하나를 텍스트, 동영상, 첨부파일로 나누는 등)에 따라 실제 건수는 825만건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원칙대로 이지원에 있던 기록물 대부분을 넘긴 셈이다.
기록물의 외부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의 김경수 공보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서버실은 사저 내에서도 통제구역으로 2중으로 잠금장치가 되어 있고, 외부 네트워크와도 독립돼 있다”며 “오직 노 전 대통령만이 열람할 수 있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 온라인 공화국?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막대한 분량의 재임 중 기록물을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간 것일까. 노 전 대통령 측은 ‘항상적인 연구와 저술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에게 임기 중 기록물은 1년에 한두 번 가서 보는 박물이나 기념품이 아니다. 늘 연구할 대상이다. 따라서 현 대통령실에서 말하는 것처럼 경기 성남시 대통령기록관으로 와서 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측 | 노 전 대통령 측 | |
사전 상의 여부 | 허락한 적 없다 | 논의 중이었다 |
기록물 유출의 위법성 | 불법. 국가기관 내에서만 보관할 수 있다 | 전임 대통령의 정당한 열람권 행사로 일부 절차의 문제 있지만 위법 아니다 |
자료 반환 여부 | 즉각 반환해야 한다 | 열람서비스 보장되면 반환하겠다 |
국가기록원 자료 이관 | 일부 누락됐다 | 다 넘겼다 |
원본 유출 여부 | 하드디스크 통째로 유출했다 | 원본 파기했고 복사본을 보관 중이다 |
해킹, 외부유출 가능성 | 전문가 손 거치면 유출 가능하다 | 2중잠금장치 되어 있고, 외부 네트워크와 독립되어 있다. |
인사파일 유출 | 유출한 흔적을 찾았다 | 인사파일은 없다. 처음부터 인사파일은 이지원 시스템과는 다른 시스템에 있었다 |
보관 의도 | 현 정부 정책 비판 통해 정치 재개 | 연구 및 저술활동이 목적 |
반면, 현 여권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청와대 자료 유출 사건이 단순한 전임 대통령의 정보 접근권 보장 문제일까 의문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봉하재단 설립을 준비 중이고, 곧 ‘민주주의 2.0’이라는 새로운 토론방이 열린다고 하는데 굳이 청와대에서 쓰던 것과 똑같은 시스템을 봉하마을에서 구동시키고 정치토론방을 열어 네티즌들을 모아야 할 필요성은 다른 데 있지 않겠느냐”는 것.
‘민주주의 2.0’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2개월 전부터 측근들에게 구축을 지시한 토론 사이트로, 김종민 전 청와대 대변인이 주도해 구축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한 주간지 보도가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친노 측근은 “단순히 홈페이지 만들어 게시판에 글 올리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정책이나 사안별로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별로 책임자를 정하고, 그 속에서 아주 폭넓은 의견과 토론을 벌이도록 한 다음 의미 있는 내용은 정책 대안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참여하는 네티즌들은 국민이 되고 책임자는 장관이 되는, 소위 말해서 인터넷상의 가상 온라인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 이 사이트의 목표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그 후 “온라인 공화국이니, 장관이니 하는 표현은 비유였지만,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고 번복했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의 통치 자료 등 정부기록물을 보존하는 한국국가기록원.
그러나 10만명의 열성회원으로 이뤄진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 팬클럽)가 이 사이트를 적극 활용할 때 생겨날 힘은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이곳에서 앞으로 각종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정치세력화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이 보유한 고급 정보가 제공된다면 다음의 아고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네티즌의 강력한 힘을 경험한 이명박 정부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