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택한 이후 중국 현대화의 가장 상징적인 집단이자 중국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계층이 바로 농민공이다. 농민공이란 도시에서 일하는 농민 출신의 노무자를 말하는 것으로 1984년 당시 사회과학원의 장위린(張雨林) 교수가 사용한 뒤부터 일반화됐다.
농민공의 가장 큰 특징은, 농민이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의 직장은 도시에 있다. 하지만 거주지는 여전히 농촌에 두고 있다. 이는 중국 특유의 호적제도 때문이다. 중국인에게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 특히 농촌 호적을 가진 사람이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할 경우 국가의 통치와 주민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농민공이 도시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그 도시의 호적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도시 호적이 없으면 자녀를 낳아도 외지인으로 분류돼 베이징(北京)의 경우 5만위안 이상의 찬조금을 내야만 취학이 가능하다. 베이징에서는 집을 사더라도 10만위안 이상이 더 든다. 결국 농민공은 도시에서 생활할 수 없는 셈이다.
농민공이 하는 일은 매우 다양하다. 건축공사장의 막일부터 음식점 종업원, 가게 점원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한마디로 이들 직업의 특징은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3D 업종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수입은 대개 600~1200위안(약 12만~24만원)으로 중국의 최저임금 선에서 맴돌고 있다(중국의 최저임금은 장시(江西)의 농촌처럼 낮은 곳은 580위안, 1인당 연간 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선전(深土川)시는 1000위안 선이다).
이처럼 농민공의 임금이 낮은 것은 이 돈을 받고도 일하려는 농민이 끊임없이 도시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쑨정차이(孫政才) 중국 농업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중국 전역의 농민공은 2억2600만명. 이 중 1억2600만명은 대도시로 나온 농민공이고 나머지 1억명은 향·진(鄕·鎭) 기업에 취업한 이들이다. 지역별로는 허난(河南)성이 2100만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 쓰촨(四川) 2002만명, 후난(湖南) 1200만명, 안후이(安徽) 1100만명, 후베이(湖北) 1036만명 순이다.
이들이 도시로 나온 이유는 농촌에 잉여노동력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체 농경지는 18억3700만무로 1인당 경지면적은 1.39무에 불과하다. 농가 1호당 경지면적은 7.3무. 중국의 전체 농가는 2억4900만호다. 따라서 7억1000여 만명의 농촌인구 가운데 1억5000만명가량은 사실상 할 일이 없는 잠재적 실업자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에 농민공이 등장한 것은 1978년 개혁개방 직후다. 1980년대 초 수백만명씩 늘던 중국의 농민공은 이후 점차 증가하더니 1994년 6000만명 선을 넘어섰다. 2000년 이후엔 매년 700만~800만명씩 급속도로 늘기 시작해 2003년 이미 1억1400만명에 이르렀다.
생활보장과 실업보험 사각지대
이처럼 급속도로 숫자가 늘었지만, 2007년까지만 해도 농민공들은 ‘민공황(民工荒·농민공을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자리를 얻는 게 힘들지 않았다. 임금이 많지는 않았지만 2003년 이후 중국 경제가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덕분이었다. 임금도 매년 10% 이상 올랐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08년부터 새로운 노동법을 시행하면서 농민공 역시 도시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실업 양로 의료 산재 생육(生育·출산시 보조) 보험이 실시되고 주택보조금이 제공되기도 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로 중국의 노동집약적 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사회 최하계층인 농민공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민공황’이라는 말은 갑자기 사라지고 ‘실업 쓰나미’가 시작됐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새로운 노동법의 시행도 곳곳에서 잠정 중단되거나 유보됐다.
중국 정부가 최근 밝힌 조사결과에 따르면 1억3000만명에 달하는 농민공 가운데 최근 경제위기로 실직한 사람은 무려 2000만명으로 전체 농민공의 15.3%에 달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판공실이 춘제(春節·중국 설날) 기간에 농민공을 많이 배출한 15개 성 150개 농촌을 표본조사한 결과다.
지역 | 농민공 숫자 | 실직 농민공 |
허난(河南) | 2100 | 754 |
쓰촨(四川) | 2002 | 186 |
후난(湖南) | 1200 | 160 |
안후이(安徽) | 1100 | 113.2 |
후베이(湖北) | 1036 | 150 |
허베이(河北) | 자료없음 | 120 |
윈난(雲南) | 〃 | 102 |
광시(廣西) | 〃 | 99.4 |
충칭(重慶) | 〃 | 94.4 |
장시(江西) | 680 | 92 |
구이저우(貴州) | 자료없음 | 79.6 |
간쑤(甘肅) | 〃 | 35.6 |
산시(山西) | 〃 | 20 |
산시(陝西) | 〃 | 10 |
헤이룽장(黑龍江) | 〃 8 | |
전체 | 1억3000 | 2024.2 |
중국 정부는 실직 농민공의 숫자를 발표하면서 지역별 통계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차이징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00만명의 전체 실직 농민공 가운데 허난성 출신이 377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쓰촨성 93만명, 후난성 80만명, 후베이성 74만9000명, 허베이성 60만명 순이다.
이처럼 실직 농민공의 전체 숫자가 2배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조사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차이징은 지난해 말 조사했지만 당 중앙농촌공작영도소조판공실은 두 달 뒤인 올해 1월말 조사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이처럼 실업 농민공이 당초 예상했던 1000만~1100만명보다 2배 가깝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이들이 사회불안 요소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중국 농민의 수입 가운데 40%는 외지에서 막노동을 통해 번 돈이다. 따라서 농민공의 실업은 곧 농촌경제의 파탄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농민 수입 증가분의 70%는 바로 농민공의 임금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 학자들은 농민공의 실업 기간이 6개월을 넘어가면 농가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여전히 1억5000만명의 잠재실업자를 갖고 있는 농촌에 수천만명의 농민공이 귀향한다는 것도 또 다른 큰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