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IHH의 역사는 18년 전인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까르띠에를 주축으로 피아제와 보메 메르시에, 제라드 젠타, 그리고 다니엘 로스까지 5개 시계 브랜드가 바젤이 아닌 제네바에서 독립적으로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시작된 SIHH는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럭셔리 워치&주얼리 그룹인 리치몬드 그룹이 주축이 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SIHH는 입장권을 구입하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바젤 월드와 달리 미리 초대장을 받은 바이어와 저널리스트, 그리고 극소수의 VIP만 출입할 수 있다.
해마다 SIHH가 열리는 기간이면 제네바 공항엔 정기 항공편 이외에 전세계에서 날아온 전용기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중동과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부호들이 최고급 시계들을 제일 먼저 구경하고, 주문하기 위해 직접 전용기를 타고 날아오기 때문이다. 일부 브랜드는 극소수의 VIP를 위해 제네바로 향하는 퍼스트 클래스 티켓은 물론 특급 호텔 스위트룸객실료까지 모든 비용을 치르면서 그들만의 특별한 고객을 초대하기도 한다.

SIHH에 초대된 선택받은 소수의 관람객을 위한 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람회가 열리는 제네바 팔렉스포 역시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박람회장이라기 보다는 고급 아트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조용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로 초대객들을 맞이한다. 전시장 안에 마련된 테이블에서는 음료와 식사가 모두 무료로 제공되는데 이 모든 비용은 참가 브랜드가 부담한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은‘2009 SIHH’역시 리치몬드 그룹의 브랜드들이 주축을 이루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은 매년 4월에 열리던 개최 시기가 1월로 앞당겨졌다는 것. 제네바 모터쇼와 바젤 월드, 그리고 바젤 아트페어 등 스위스에서 열리는 주요 박람회 일정을 피해 그보다 먼저 독립적으로 치르겠다는 주최 측의 의지와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 덕분에 바이어와 저널리스트들은 1월과 3월 말 두 차례 스위스에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최고급 기계식 워치들을 평소보다 두 달 먼저 만날 수 있다는 반가움과 기대감에 예년보다 많은 바이어와 저널리스트들이 찾았고, ‘2009 SIHH’는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올해에는 패션 하우스 랄프로렌의 첫 번째 워치 컬렉션을 리치몬드 그룹에서 제작하게 되면서 랄프로렌 워치가 SIHH에 참가해 총 17개 브랜드의 신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제 세계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해보다도 화려하고 훌륭한 작품들이 선보인‘2009 SIHH’대표 브랜드의 신상품들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