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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강호순 수사 비화

“형사님,사람이 사람 죽이는데 이유 있습니까?”

  • 이수향│일요신문 사회부 기자 lsh7@ilyo.co.kr│

연쇄살인범 강호순 수사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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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 강호순 수사 비화

1월28일 납치 살해된 군포 여대생 안OO(20)씨 암매장 현장검증.

또 범행을 저지른 뒤에는 하루 동안 휴대전화를 꺼놨으며 전원을 다시 켠 후에는 가장 먼저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 신용카드를 자주 사용했던 그는 부녀자 5명을 살해한 2006년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말까지 신용카드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식으로 수사망을 피해왔다.

그리고 축사를 오가며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했다. 7번째 피해자 안씨를 살해한 후에는 과거 근무했던 안산의 스포츠마사지업소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는 대담성도 보였다. 강씨의 범행은 다분히 계획적인 것이었다. 한춘식 형사의 말이다.

“입을 열기 시작한 강호순은 거침이 없었다. 누구를 어디에서 만나 뭘 하다가 언제 어떻게 죽였고 어디에 매장했는지를 줄줄 외듯이 말했다. 강씨는 노래방에서 만난 여성에게는 ‘맛있는 거 사겠다’ ‘대부도에 바람 쐬러 가자’ ‘좋은 데 데려가겠다’는 등의 말로 유인했다. 차에서도 강씨는 피해 여성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 일상적인 얘기부터 시작하다가 ‘사귀자’ ‘연애(섹스)나 한번 하자’는 말을 서슴없이 꺼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여성이 기겁하고 차에서 내리려고 하면 강호순은 태도를 바꿔 여성들을 제압하고 거침없이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 피해 여성들은 강씨가 자신을 살해하리라는 상상도 못한 채 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 죽이고 싶은 날이 있다”

조사과정에서 강씨는 자신이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을 자랑스럽다는 듯 말했다고 한다. 강씨는 자신이 평소 여성들에게 자상하며 다정하게 대한다고 여러 차례 자랑했다. 여자를 잘 다룰 줄 알며 정력도 좋아 여자들이 많이 붙는다는 얘기도 자주 했다.



강씨는 피해 여성들과 성관계를 갖거나 강간한 후 반항 여부와 상관없이 즉시 살해했다. 7명 중 2명과는 합의해 성관계를 맺었고 3명은 강간했으며 2명은 강간에 실패했다. 살해 방법은 동일했다. 일단 여성을 차에 태운 뒤 성폭행을 시도하거나 합의하에 성관계를 갖고 성행위가 끝난 즉시 살해했다. 성폭행을 시도하면서 여성이 반항할 경우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력을 자행했다.

마지막 희생자인 안00씨는 광대뼈 부분이 함몰될 정도로 구타를 당했다. 등산을 제외하곤 평소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농사일과 스포츠마사지사로 일하면서 다져진 몸을 여성들이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강씨는 조사과정에서 “대부분의 여성이 성폭행을 시도하거나 몸을 묶고 살해할 때 두려움을 느껴 거세게 반항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성의 몸을 묶고 살해할 때는 주로 자신의 넥타이나 여성의 스타킹을 사용했다. 합의해서 성관계를 한 경우에는 여성이 벗어놓은 스타킹을 이용해 목을 졸랐고 강간을 한 경우에는 넥타이로 손발을 묶은 뒤 강제로 스타킹을 벗겨 목을 조르는 식이었다. 반항이 심해 성폭행을 하지 못했던 마지막 희생자 안씨의 경우 안씨의 가방에 있던 쓰지 않은 스타킹을 사용해 목을 졸랐다.

강씨는 평소 차에 양복과 넥타이를 가지고 다녔다. 범행 이후 옷을 갈아입거나 범행에 사용할 목적이었다. 범행에 한번 사용한 넥타이는 재활용하지 않고 여성들의 옷을 태울 때 같이 태웠다. 일종의 자기만의 의식(儀式)이었다. 주로 운전석 옆 보조석에서 성폭행을 했고 살해한 뒤에는 여성들의 시신을 뒷좌석으로 옮겨 암매장 장소로 가져갔으며 여성들의 소지품 중 현금을 제외한 모든 것을 태웠다. 다만 여성들이 몸에 부착하고 있는 각종 귀금속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았다. 발견된 피해 여성들의 사체에서 목걸이, 귀고리 등이 그대로 발견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여성들의 시신 암매장 장소로는 주로 경사가 있는 천변(4번)이나 야산이나 논두렁(3번)을 택했다. 강씨는 무쏘 차량으로 여성들을 유인해 살해할 당시에는 차에 삽과 쇠스랑 등을 싣고 다녔으며 에쿠스로 차량을 바꾼 뒤에는 여성을 살해 후 자신의 축사로 가서 삽 등을 싣고 나와 암매장을 위해 사용한 뒤 다시 갖다놓는 식으로 움직였다.

시신을 암매장할 때도 자신만의 일정한 룰이 있었다.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구덩이를 50cm 정도 깊이로 판 뒤 시신의 얼굴을 땅 쪽으로 해 엎어놓고 높은 경사 쪽 흙을 긁어 시신을 덮는 식이었다.

살해 대상을 선정할 때 여성의 외모나 스타일, 연령, 직업을 가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살인행각이었다. 살해 대상을 고르기 위한 과정도 생략되어 있었다. 여자를 죽이겠다고 작정하고 길을 나선 뒤 먼저 눈에 띄는 사람, 자기의 차에 먼저 타는 사람을 죽이는 식이었다. 피해자들의 연령대가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씨는 수사과정에서 “살인을 결심하는 날은 주로 어떤 날이냐”는 질문에 “그건 나도 모른다. 그냥 그런 날이 있다. 난 정말 사이코패스인 것 같다”고 답했다.

많은 연쇄살인범이 살해 후 피해자의 물건을 한두 개쯤 보관하는 행태도 강씨에게는 나타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유영철의 경우 여성들이 가지고 있던 발찌 등 귀금속을, 2006년 군포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김00의 경우 피해 여성들의 가방, 카메라 등을 보관하면서 ‘살인의 추억’을 곱씹었다. 그러나 강씨는 여성을 죽인 뒤 모든 물건을 태웠다. 강씨는 이에 대해 “여자를 죽이고 나면 흥분이 된다. 긴장도 되고 약간 불안해진다.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증거를 없앨 생각만 했다”고 조사과정에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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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향│일요신문 사회부 기자 lsh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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