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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화제의 독립다큐영화‘워낭소리’이충렬 감독

“내 아버지에게 반성문 쓰듯 만든 영화”

  • 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화제의 독립다큐영화‘워낭소리’이충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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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독립다큐영화‘워낭소리’이충렬 감독

이충렬 감독에게 ‘워낭소리’는 첫 극장용 영화다. 사진은 영화 속 장면.

▼ 왜 소를 함께 다뤘나.

“아버지를 떠올리니까 바로 소가 떠올랐다. 우직하고 열심히 산다는 점에서 아버지와 소가 닮았다. 내가 촌놈이기 때문인지 아버지 하면 소를 끌며 농사짓는 기억밖에 없다. 지금의 쇠락한 시골과 그 속에서 퇴물이 된 아버지와 축사에서 살이 뒤룩뒤룩 찌고 있는 소의 모습은 싫었다. 기억 속 아버지를 현실에 불러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그들의 헌신, 그런 게 아직 우리 사회에 유효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당신의 아버지는 어떤 분인가.

“지금도 시골에서 돼지를 키우신다. 영화 속 할아버지와 우리 아버지가 똑같다고 보면 된다. 관객이 가능한 한 영화에 공감할 수 있도록 다큐 속 인물의 보편적인 모습만을 담았다. 그래서 영화 속 할머니 할아버지의 특별한 사연은 다 편집하고 우리 부모님과의 공통점만 남겼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가 저 할아버지는 내 아버지, 할머니는 우리 어머니라고 여기는 것 같다. 심지어 영화를 본 미국인 기자도 ‘그 할머니 잔소리하는 게 우리 엄마랑 똑같다’고 하더라.”

영화관람 후 말없이 용돈 건네준 아버지



전남 영암 출신으로 3남1녀 중 둘째인 그는 자신에 대해 ‘사고 많이 친 자식’이라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85학번)를 졸업한 후 10여 년간 PD로 활동하면서 무속인, 비전향 장기수, 동성애자, 사북탄광 노동자 등을 다룬 다큐를 기획했지만 방송국에서는 ‘방송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툭하면 퇴짜를 놓았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 계속되자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그는 “돈도 못 벌고 매번 실패하니 부모님에게 너무 미안했다”는 말로 당시 심정을 설명했다.

“반성문을 쓰듯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 감독은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유년의 우리를 키우기 위해 헌신한 이 땅의 모든 아버지와 소를 위해 이 작품을 바친다’라는 자막을 넣었다. 앞서 지난해 부산영화제 때 영화를 본 그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고생한 스태프들과 술 한잔하라”며 용돈 30만원을 쥐여주었다고 한다. 영화 속 주인공 노인 부부 역시 DVD를 통해 영화를 보았지만 자신이 노래 부르는 대목에서 눈물을 흘린 할머니와 달리 할아버지는 몇 장면을 신기하게 보다 곧 일하러 나갔다고 한다(이후 봉화의 한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됐는데 할아버지는 건강 문제로 오지 않았고 할머니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워낭소리’가 유명세를 타면서 최노인 부부를 만나러 봉화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고 들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우려했던 점이다. 찍는 것만 능사가 아니라 사후 책임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분이 구경거리가 되지 않게 영화로만 기억해주면 좋겠다. 할아버지는 방송국에서 카메라맨이 찾아가 귀찮게 하면 다 내가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내려갔는데 화가 나서 알은 체도 안 하시더라. 사실, 소에게도 미안하다. 촬영이 더뎌지니까 소가 빨리 죽기를 바란 적도 있고 나 때문에 빨리 죽었다는 생각도 든다. 할머니 할아버지 편찮으신 것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고. 그런 점들이 죄송하다.”

▼ 촬영하면서 특히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면?

“늙은 소가 힘에 부치니까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가 소 달구지에서 내려와 나뭇짐을 덜어 나눠지고 옆에서 걷더라. 그전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다. 길에서 기다리다 그 장면을 잡아냈는데 할아버지가 성자처럼 느껴졌다.”

▼ 소도 늙었고 노인도 몸이 좋지 않다. 그런데도 왜 끝까지 노동을 포기하지 않는 걸까.

“그건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식이 있는 한 부모가 자유로울 수 없듯, 소도 주인이 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고 할아버지도 소가 있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다. 이 할아버지는 식사를 못할 정도로 자기 몸이 안 좋은데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땔감을 마련한다. 소여물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이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노동이란 게 태어나 평생을 살아오면서 습관이 된 거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냥 시시포스 신화처럼 반복되는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할아버지와 소가 일종의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농약을 안 치는 것도 소가 건강하지 못하면 자기 삶도 깨지기 때문이고, 할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은 할아버지 원망을 많이 하지만 그 할아버지가 없으면 자기 삶이 깨진다는 것을 안다.”

소소한 것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영화 만들 터

▼ 다큐를 찍으면서 변한 게 있다면?

“할아버지는 자기가 관심 갖는 것 외엔 관심이 없다. 여전히 할머니 잔소리와 카메라를 싫어한다(웃음). 반면 할머니는 카메라를 아셨다. 원래 할머니가 말이 많은 분이 아닌데 외지에서 사람이 오니까 신이 나서 시키지 않은 이야기도 줄줄 하셨다. 다큐로 두 분의 생활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단 나는 다큐를 찍으면서 마음이 좋아졌다. 느릿한 걸음걸이나 호흡법을 따라가다 보니 삶이 단순해지고 마음을 비우니까 한결 좋아졌다. ‘워낭소리’가 힐링 무비가 된 셈이다.”

“매일 스무 번 남짓 같은 말을 반복”할 만큼 잦은 인터뷰에 지쳤기 때문인지, 지난 10년간 소처럼 묵묵히 “꿈과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던” 감독은 인터뷰 내내 담담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현재 새로운 작품에 대한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도 일상적이고 내면적인, 소소한 것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답한 그는 한편으론 “첫 작품에서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아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행복한 불안’과 무관하게 ‘워낭소리’ 열풍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2월15일에는 청와대에서도 워낭소리를 단체관람하기 위해 예술영화전용관을 찾았다는데, 성장과 효율의 대척점에서 ‘느릿함’의 미덕을 강조하는 이 영화의 철학을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신동아 200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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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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