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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시나리오’‘장성택의 눈’으로 본 북한 권력엘리트 파워게임

“다 같이 살자는 겁니다, 아님 정말 총과 총이 맞붙는 걸 보시겠습니까”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가상 시나리오’‘장성택의 눈’으로 본 북한 권력엘리트 파워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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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유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대응하는 조직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나 국방위원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선노동당 규약 27조에 의거해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하게 돼 있는 중앙군사위는 유고인 최고사령관을 대신해 비상사태와 관련된 주요 결정을 내리는 형식상의 주체가 된다 (‘신동아’ 2006년 11월호 ‘김정일 유고! 파워게임 카운트다운’ 기사 참조).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이후 비상권력의 주체는 군부, 특히 1980년대 이래 승승장구해온 군사파 인물들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뒤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최근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된 김영춘이 대표적이다. 김정일 위원장을 제외한 중앙군사위의 최선임자는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이지만, 병색이 완연한 그는 비상상황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이들 군사파 고위 장성들은 장성택 부장과는 대립 혹은 경쟁관계에 있다는 게 정설이다. 장 부장이 가택연금에 처해졌던 시기에 김영춘, 김명국, 김일철, 현철해, 리명수 등 군사파 인물들이 승승장구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 반면 장 부장이 중앙무대에 복귀한 후인 2007년 4월에는 김영춘 당시 총참모장이 경질되고 김격식 대장이 총참모장에 임명된 바 있다. 김격식은 장 부장의 좌천 직전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김영춘과 장성택의 길항 관계 혹은 김격식과 장성택의 협조 관계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군부가 무력행동을 벌이는 극단적인 상황을 염려해 장성택이 ‘자기 사람’을 총참모장으로 심었다는 추정이 가능한 이유다.

문제는 장성택 세력과 군부세력이 무력충돌로 치닫는 경우 장성택 측이 동원할 수 있는 물리력이 극히 제한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형인 장성우가 평양 북쪽 3군단장을 지낸 인민군 차수이기는 하지만, 장성택의 좌천 당시 당 중앙위 민방위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래 동생의 복권 이후에도 다른 자리로 옮겼다는 징후는 없다. 전차 등 압도적인 전력이 몰려 있는 휴전선 인근의 전방군단이 대부분 앞서 설명한 군사파 인물들에 의해 장악돼 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부 부대가 장성택 측에 가담한다 해도 압도적인 전력 차이가 존재하는 것. 인민보안성 등 한때 장성택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던 비군사 무장조직을 합해도 마찬가지다.

평양에서 군사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이를 방어하는 임무는 평양방어사령부와 호위사령부가 담당한다. 평양의 중심지인 중구역과 모란봉구역은 대동강에 둘러싸인 호리병 지형인데, 평양방어사령부와 호위사령부는 호리병의 목에 해당하는 칠성문거리, 안상택거리, 승리거리 등에 무력을 배치해 지형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신동아’ 2006년 11월호 ‘평양 군사 쿠데타’ 기사 참조). 뒤집어 말하자면 평방사와 호위사를 장악하지 못한 세력이 대규모 군사행동을 벌이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장면2 “밀어붙여도 됩니다.제가 평양에 있질 않습니까! ”

‘얘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미워져가는군.’ 정남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남이 데리고 들어온 프랑스 의료진이 목례를 건넸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정남에게 머물렀다. 위원장의 상태가 생각만큼 심각하진 않다는 인사치레도 귓가에서 맴돌기만 했다. 당장 죽지 않으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아버지 대신 결재하시느라 바쁘시지요?”

너무 오래 해외에 머물렀던 것일까. 10년 전만 해도 믿을 만했던 정남의 날카로운 눈빛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과연 이 사람을 공화국의 다음 지도자로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던 10년 전 자신의 결심은 옳았던 것일까.

“결재권을 갖고 있는 동안에 고모부께서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에 군인들을 싹 갈아치우지 않으면 기회는 없습니다. 잘 아시잖습니까.”

의료진을 내보내고 단 둘이 남은 자리, 정남의 목소리는 나직했다. 정남의 상황판단은 늘 날카로웠다. 제멋대로의 성격 때문에 가늠하기 쉽지 않아서 문제일 뿐 그가 목숨을 건 도박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정남의 그런 날카로움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말씀드린 보고섭니다. 보시고 바로 소각하시죠.”

그가 꺼내든 파일의 꼭대기에는 김경옥이라는 이름 석자가 적혀 있었다

“지난번에 말씀 드린 대로, 오늘 아침에 김경옥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발령 냈습니다.”

“언젯적 김경옥입니까. 이 양반 일흔도 넘지 않았습니까.”

“저와는 오랜 인연이 있는 사람입니다. 일단 총정치국을 견제할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해야 군인들을 물갈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고모부는 늘 일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밀어붙여도 됩니다. 제가 평양에 있질 않습니까!”

순간 그는 정남의 굵은 목을 조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너는 도대체 인생이 그리 쉬우냐. 나는 목숨을 걸고 있는데, 너는 무엇을 걸고 있느냐. 너는 일이 어그러져도 죽지 않는다. 너는 못되도 가족을 잃지 않는다. 너는 그저 지금처럼 전 세계를 떠돌며 유랑하면 그뿐 아니냐.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화를 가까스로 가라앉히고,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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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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