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로 조각한 고래. 구청장실 안에는 고래 관련 물건들이 도처에 있었다.
“앞으로 260t급 선박을 이용한 고래관광선을 띄워 관람객들이 직접 바다로 나가서 고래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현재 이 선박에 대해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며,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래관광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을 때 과연 고래를 볼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해 김 구청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래관광지에서 바다로 나갔을 때 고래를 볼 확률이 80% 정도라면, 울산 앞바다에서는 30% 안팎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동부와 호주 등 고래관광지의 경우 고래들이 바다의 일정지역에 머물면서 살고 있는 반면 동해에 출몰하는 고래는 이동하는 고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래관광선을 띄울 때 첨단기구들을 활용해 고래가 출몰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와 위치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울산시는 본격적인 고래관광선 운행을 앞두고 매주 고래탐사선을 출항시켜 고래 발견율 등을 점검하고 있다.

유채꽃이 만발한 수변생태공원.
“전면적 포경 금지 정책 재검토해야”
“울산이 고향인 저는 고래와 관련된 추억이 각별합니다. 어릴 때 바다에서 본 고래는 신비한 존재였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과거 고래잡이가 한창일 때에는 울산의 돈은 장생포에 모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생포는 활기에 찬 항구였습니다. 장생포에선 지나가는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만큼 부자동네였지요. 그런데 1986년 포경이 전면 금지된 뒤 장생포는 쇠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장생포초등학교만 해도 전에는 전체 학생수가 2800명이었는데 지금은 100명도 되지 않을 겁니다. 포경 종사자들과 지역주민이 모두 떠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포경에 대해 잘 알고 있던 분들이 대부분 떠나 지금 고래 역사를 재조명하려고 해도 어려움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김 구청장은 현재와 같은 전면적인 포경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고래 중에서도 대형 고래와 같은 희귀종까지 잡자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멸종위기에 놓인 큰고래 등 대형 고래는 당연히 보호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처럼 돌고래까지 모두 고래로 분류해서 한 마리도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동해에서는 23년간 고래잡이가 금지되면서 이제는 먹이사슬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알겠지만 고래는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습니다. 고래가 하루평균 먹는 양은 사람 3000여 명이 먹는 양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캐나다에서는 물개를, 호주에서는 캥거루를 매년 일정 부분 제거한다고 합니다. 지금 동해는 고래 개체수가 너무 많아져 고등어, 명태, 오징어 같은 어족자원에 피해가 발생할 정도입니다.”
그는 일본을 예로 들면서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연구 목적’을 이유로 매년 450두가량의 대형 고래를 포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경은 금지됐지만 지금도 울산을 중심으로 고래고기는 유통되고 있다. 당국은 혼획고래(그물에 우연히 걸려 잡힌 고래)에 대해서는 불법 포경을 했는지 검사한 뒤 혼획으로 밝혀지면 유통을 허용하고 있다. 당국이 추정하는 혼획고래는 매년 600두 안팎. 경매에 붙여지는 고래고기는 비싸기 때문에 혼획고래는 흔히 ‘바다의 로또’라고도 불린다. 당국은 시중에 유통되는 고래고기 중에는 상당부분 불법 포경으로 잡은 고래고기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설명하던 중 김 구청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는 모든 포경 자체가 불법인 동해에서 일본은 고래를 잡을 수 있다는 게. 그래서 일본에는 고래통조림도 있고, 학교 급식에도 고래고기가 나온다고 합니다. 지금 울산 고래전문식당에 가보세요. 고래고기가 한 접시에 10만~15만원씩 합니다. 쇠고기보다 훨씬 비쌉니다. 서민들은 먹을 수도 없는 음식이 됐어요. 이처럼 고래고기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불법 포경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불법으로 잡은 고래고기는 위생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합법적으로 매년 잡을 수 있는 고래의 쿼터를 정해놓고 포경을 허용하는 게 위생적일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울산시 남구의회 의장을 거쳐 2006년 구청장에 당선된 김 구청장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07년 실시한 파격적인‘인사실험’이었다. 당시 그는 개인적인 역량의 문제가 아닌, 나태한 공무원 몇 명에 대해 몇 차례 경고한 뒤 그래도 개선되지 않자 5급 3명에게 보직을 주지 않는 조치를 단행했다.
“‘일 많이 하는 사람이 접시를 깬다’‘누워 있는 사람은 자빠질 염려가 없다’는 속담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합니다. 당시에는 돌 맞을 각오로 인사조치를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격려를 받았습니다. 이후 관리직인 6급 공무원들에게 실무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인사에서 기획이나 총무부서 출신을 우대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사업부서에서 열심히 일한 직원들을 우대했습니다. 저는 공무원 개개인의 능력은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잘 하라’는 말보다는 ‘열심히 하라’는 말을 더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