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칩 만드는 삼성 브랜드 메모리카드가 더 비싸다?
- SD카드의 완승으로 끝난 메모리카드 포맷 전쟁
- 삼성, 매년 메모리 특허료로 샌디스크에 막대한 로열티 지급
- ‘못 만드나, 안 만드나’ 메모리카드 성능 좌우하는 ‘컨트롤러’
- 샌디스크가 삼성의 인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한 세 가지 이유
- 초기 시장 진입에 고전하는 메모리카드 사업의 불투명한 미래
2010년 1월30일. 삼성전자는 2009년 한해 매출액 136조2900억원, 영업이익 10조92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삼성은 더는 오를 곳이 없을 정도의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전자회사가 됐다. 특히 삼성은 반도체 분야에서 십수 년째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반도체 명가(名家)’로 군림해왔다.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 DRAMeX change의 자료에 따르면 삼성은 2009년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45억7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시장 점유율은 37.9%였다.
삼성이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뛰어난 생산 능력 덕분이다.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삼성의 경쟁력인 셈이다. 이 같은 강점을 살려 삼성은 메모리 업체에 칩을 공급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사업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삼성은 2009년 10월 프리미엄 메모리카드를 출시하며 카드 시장에도 진출했다. 삼성의 경쟁 상대는 미국의 ‘샌디스크’. 2008년 삼성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을 뿐 아니라, 메모리카드 시장에서 SD협회를 주도하며 삼성이 밀었던 MMC카드를 밀어내고 메모리카드 시장을 SD카드로 재편한 강자다.
더욱이 플래시메모리 공정에 관한 원천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삼성으로부터 막대한 특허료를 받고 있기도 하다. 2009년 5월 삼성과 샌디스크가 상호 특허 재계약을 하기 이전까지, 샌디스크가 매년 벌어들인 5000억원 규모의 특허료 가운데 70~80%는 삼성이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이 메모리카드 시장에 뛰어든 것을 두고 메모리카드 업계에서는 ‘샌디스크 인수에 실패한 삼성이 이번에는 메모리카드 시장을 통해 우회적으로 샌디스크 고사(枯死)시키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많다.
고품격 프리미엄 메모리카드
삼성이 대만과 유럽시장에 출시한 프리미엄 메모리카드들.
지난해 10월 대만과 홍콩 등에서 론칭 행사를 했고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시장에는 지난해 11월초부터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알루미늄 재질로 포장된 삼성의 메모리카드는 한눈에 보더라도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풍긴다. 그러나 경쟁 업체에 비해 같은 용량의 제품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것이 부담이다. 그 때문인지 삼성 메모리카드가 시장에 선보인 지 100일 정도 지난 2010년 2월 현재까지 시장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에서 시장 점유율이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등 선전했을 뿐 영국과 독일, 대만 등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8년 미국 샌디스크는 삼성의 인수제안을 거절했다.
메모리카드 제품 원가에서 메모리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고급스러운 포장 때문’이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삼성이 자사 칩을 사용하면서도 출시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다른 속사정이 있다.
삼성에서 대규모로 칩을 사가는 애플, 노키아, 샌디스크, 트랜샌드 등 주거래 회사들은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 앞서 주문을 낸다. 이를 ‘FORECAST’라고 하는데, 포어캐스트를 한 회사 입장에서 보면, 몇 달 뒤 주문한 칩을 공급받아 제품으로 시장에 내놓는 시점에 삼성에서 자사 칩을 활용해 더 값싼 제품을 만들어 팔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거래업체는 삼성에 공급 가격 재조정을 요구하는 등 클레임을 걸 수 있도록 계약돼 있다고 한다.
즉 반도체칩을 제공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대규모로 칩을 구매하는 거래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어 오히려 자사에서 만드는 제품에 들어가는 칩의 경우 미리 주문 받아놓은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공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이 반도체칩 생산에 주력하면서 완제품 생산에 소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 로고가 새겨진 브랜드 메모리카드를 출시한 삼성이 프리미엄급임을 앞세워 고가 전략을 취하는 것도 이 같은 속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메모리카드 포맷 전쟁
삼성이 메모리카드 시장에 진출한 이후 관련업계에서는 전세계 메모리카드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샌디스크가 수성에 성공할지, 아니면 메모리칩 생산 능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이 메모리카드 시장까지 석권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삼성전자와 샌디스크는 이미 메모리카드 시장 재편기에 한바탕 기싸움을 벌인 바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메모리카드 대전(大戰)’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SD와 MMC(Multi Media Card) 의 포맷 경쟁이 그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 노키아나 삼성전자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등을 사용한 사람이라면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SD카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 얇고 가벼웠던 외장형 메모리카드를 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MMC카드다. 당시에는 MP3 플레이어와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등에서 주로 사용됐다.
소니의 경우 자사 디지털 기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독자 모델의 ‘메모리 스틱’을 1990년대 후반에 개발해 시장에 선보였고, 디지털카메라로 명성이 높았던 올림푸스도 xD카드를 앞세워 메모리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랑스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삼성 브랜드 메모리카드를 구입할 수 있다.
같은 메모리카드협회지만 SD와 MMC 두 협회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SD협회가 SD카드를 생산하는 업체에 제조 원가의 6% 수준의 로열티를 물도록 했지만, 시장 확대 전략을 편 MMC협회는 별도의 로열티 지급 없이 MMC카드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제조업체들이 협회까지 만들어가며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을 두고 당시 업계에서는 메모리카드 표준화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려는 ‘메모리카드 포맷 전쟁’이라 불렀다.
포맷 전쟁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중반, 세계 최대 휴대전화 생산량을 자랑하던 노키아는 MMC카드를 채택했다.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MMC카드가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였다. 노키아가 채택한 MMC카드는 대부분 삼성전자가 공급했다. 그러나 호환이 안 되는 불편 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커지면서 MMC카드는 점차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MMC카드와 SD카드의 두드러진 차이는 주 컨트롤러의 유무다. MMC카드는 주 컨트롤러가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 MP3 등 디지털기기에 내장돼 있는 반면 SD카드는 메모리카드 자체에 내장돼 있어 슬롯만 있으면 디지털기기 어느 것이나 사용할 수 있다.
IT 전문 인터넷매체인 K-Bench 오국환 기자는 “SD와 MMC카드에는 기본적으로 컨트롤러가 탑재돼 있다. 그렇지만 카드 자체로 여러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내장돼 있는 것은 SD였다”며 “SD와 MMC를 구분 짓는 것은 컨트롤러의 차이”라고 전했다.
하나의 메모리카드를 여러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편리성을 소비자가 선호하면서 메모리카드 시장은 점차 SD카드 쪽으로 기울었고, MMC카드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던 노키아마저 2006년 이후 SD카드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MMC협회(MMCA)의 의장사로 일본 르네사스, 노키아, HP 등과 함께 메모리카드 시장에서 MMC의 표준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SD카드를 생산해 의외라는 반응이다. 특히 MMC의 경우 다른 메모리카드에 부가되는 6%의 로열티가 없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SD카드의 생산에 나선 데 대해 메모리카드 표준화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디지털 타임스 2006년 12월26일자-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메모리칩을 생산했던 삼성이 SD카드로 방향을 전환한 2006년 이후 시장은 급속히 SD카드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에 비해 소니는 삼성이 SD카드로 방향을 전환한 이후에도 한동안 독자 개발한 메모리 스틱을 고집했다. 그러던 소니도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에 SD카드 슬롯이 포함된 디지털 기기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SD카드 위주의 시장 변화에 굴복한 것이다. 이를 두고 메모리카드 업계는 “사실상 메모리카드 포맷 전쟁이 SD카드의 완승으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메모리카드 ‘컨트롤러’
삼성 반도체의 경쟁력은 값싸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SD와 MMC 어느 메모리카드든 모두 삼성의 메모리칩이 들어간다”며 “메모리카드 시장이 어느 쪽으로 재편되었더라도 우리와 직접 연관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들이 삼성의 패배로 여기는 이유는 뭘까.
우선은 삼성이 노키아에 대량의 MMC카드를 납품하며 MMC협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 꼽힌다. 플래시 메모리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한 인사는 “삼성이 직접 메모리카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경쟁한 것은 아니지만, 칩의 공급 등을 통해 메모리카드 포맷 표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만약 MMC카드가 시장에서 살아남고 주력 제품이 됐다면, 삼성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SD카드보다 MMC카드를 선호한 것에 대해서는 삼성의 ‘컨트롤러’ 생산 기술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삼성이 만약 컨트롤러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MMC카드를 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메모리카드 포맷 전쟁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 삼성에서 중책을 맡고 있던 한 인사는 “그때는 우리(삼성전자)가 컨트롤러 생산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컨트롤러 생산 기술이 없던 삼성은 대만 등 컨트롤러 생산업체로부터 납품받아 SD카드를 만들어 납품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해 삼성이 출시한 브랜드 프리미엄 카드는 어떨까. 삼성 측은 “삼성 로고가 새겨진 SD카드는 고성능 컨트롤러가 탑재된 프리미엄 카드”라며 “삼성에서 생산하고 있는 SD카드는 대부분 삼성의 컨트롤러가 탑재돼 있다”고 밝혔다.
삼성이 메모리카드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된 배경에는 자체적으로 컨트롤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 SD카드 제조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자체 컨트롤러를 탑재했다는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견해가 많다.
‘컨트롤러’는 디지털기기에서 메모리칩을 인식해 읽고, 쓰고, 저장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로, 메모리칩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장치다. 트랜샌드 관계자는 ‘메모리카드에서 컨트롤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메모리카드 용량은 메모리칩에 의해 좌우되지만, 얼마나 빠른 속도로 사용할 수 있느냐의 성능 문제는 컨트롤러에 달려 있다는 것.
국내 대형 메모리카드 유통업체 한 고위 임원은 “컨트롤러 생산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삼성은 컨트롤러가 포함된 SD카드보다, 컨트롤러 없이 메모리칩 위주로 구성된 MMC카드에 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샌디스크 인수 제안 배경
메모리카드 포맷 전쟁이 미국의 샌디스크가 주도한 SD카드의 승리로 귀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메모리카드 업계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낸드플래시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2008년 한 해에만 60~70%까지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가격이 폭락하자 메모리카드 선두업체였던 샌디스크는 큰 타격을 받았고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삼성 역시 2008년에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샌디스크가 어려움에 처한 2008년, 삼성은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했다. 당시 인수 제안 가격은 주당 26달러 수준. 그러나 샌디스크는 삼성의 제안을 거절했다.
삼성이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한 데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료 지급 문제가 깔려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칩은 제조 공정에 따라 크게 SLC(Single Level Cell)와 MLC(Multi Level Cell) 방식으로 구분되는데, MLC의 경우 원천기술을 샌디스크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래시메모리를 생산하는 삼성은 매년 샌디스크에 막대한 특허료를 지급하고 있다. 삼성이 지급하는 특허료는 샌디스크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특허료 수입의 70~80%나 된다.
샌디스크는 “지금은 비록 어렵지만,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주주 이해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삼성의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당시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엘리 하라리(Eli Harari) 샌디스크 회장이 밝힌 인수 제안 거절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가 샌디스크를 인수할 경우 막대한 로열티 지급을 줄일 수 있는 등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가격이 싸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샌디스크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샌디스크는 3비트, 4비트, 컨트롤러, 3D에서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이 플래시메모리 반도체를 살펴보고 있다.
양사의 상호 특허사용계약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 자금 확보를 위해 일본 도시바와 50대 50의 비율로 보유하고 있던 일본 내 메모리 생산 공장 지분 일부를 도시바에 매각한 샌디스크는 안정적인 칩 확보가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삼성 역시 칩 제공 조건으로 특허료를 줄이게 돼 그만큼 이익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기로에 선 메모리카드 사업
삼성과 샌디스크가 상호 특허사용 재계약을 맺은 이후 메모리카드 시장에는 일시적으로 평화가 찾아왔다. 그러나 삼성이 지난해 10월 프리미엄 메모리카드를 앞세워 카드 시장에 진출하면서 양사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화친’을 맺은 지 6개월 만에 다시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은 메모리카드 시장 진입 명분으로 ‘소비자의 선택 범위’와 ‘전체 메모리카드 시장 규모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카드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프리미엄 카드 출시 이전부터 메모리칩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무라벨 메모리카드(일명 화이트 카드) 사업을 벌여온 삼성이 고가와 저가 카드 시장에서 샌디스크를 동시에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더 많다.
메모리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샌디스크 인수에 실패한 삼성이 이번에는 카드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샌디스크 고사 작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삼성 로고가 새겨진 프리미엄 카드는 고가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메모리카드 업체에 제공하는 삼성의 화이트카드는 중저가 제품이 많다”며 “샌디스크는 그 중간쯤 가격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왔는데, 삼성이 위아래에서 압박하면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삼성은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장 변화를 주도할 힘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샌디스크의 제품을 독점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는 소이전자 김상규 이사도 “삼성이 메모리카드 시장에 진출한 이후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급격한 시장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제품군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이 시작한 메모리카드 시장 쟁탈전이 의외로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삼성의 프리미엄 카드가 시장에서 냉담한 평가를 받으며 초기 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만과 유럽 등 해외 메모리카드 업체에서는 ‘삼성이 조기에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현재로서는 메모리카드 사업을 접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은 2010년 신년사를 통해 ‘Market Creator(시장 창조자)’를 강조했다. 최 사장은 전통적 TV 시장의 강자 소니를 무너뜨린 경험을 갖고 있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케팅의 귀재. 그런 그가 메모리카드 사업에 직접 손을 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사업부 차원에서 추진된 M3 비즈니스의 추진주체를 최 사장이 사업부장 시절 전세계에 촘촘히 확보해놓은 가전 유통망으로 바꿔 다시 한번 세계 1등 탈환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기로에 선 메모리카드 사업이 시장 진입 실패라는 좌절로 끝날지, 아니면 소니 TV의 아성을 무너뜨린 삼성 신화가 메모리카드 시장에서 재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