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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코미디의 여왕 김하늘

“치열한 사랑보다 성숙한 사랑 하고 싶어요”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로맨틱코미디의 여왕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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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상이나 어떤 이슈에 흔들리지 말자가 제 신조여서 ‘더 잘해야지’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지’라는 식으로 제게 부담을 주진 않았어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앞으로도 변치 말자고 생각했죠.”

그는 1996년 의류브랜드 ‘스톰’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고,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주연 자리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대중적인 인기도 꾸준했다.

“정말 평탄하게 살아왔어요. 운이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배우의 꿈을 품고 열심히 오디션 보고 연기 수업 받으면서 이 길로 들어선 게 아니거든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의류 광고를 찍었고 바로 영화 오디션을 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와서 갔는데 그날 밤 캐스팅됐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그 작품이 ‘바이준’이에요.”

▼ 주연감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나 보네요.



“오랫동안 여주인공을 못 찾고 있다가 제가 마지막에 캐스팅됐어요.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순전히 이미지만 보고 절 주인공으로 뽑은 거였고, 그 영화 덕에 생각지도 않던 드라마 주인공으로 픽업됐죠. 돌아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이것이 운명이구나 싶어요.”

▼ 어릴 때는 연기에 관심이 없었나요?

“전혀요. 연기자 중에 내성적이고 낯가리는 분이 많다고 하던데 전 굉장히 심했어요. 어릴 때부터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어본 적이 없어요. 학교에 가도 짝꿍에게 단 한 번도 먼저 말을 건 적이 없어요. 늘 제게 가장 먼저 말을 건 사람이 제 친구가 됐어요. 친구가 한 명 생기면 그 친구의 친구들과 친해진다든지 그런 식이었죠. 수업시간에도 발표 한 번 안 해봤어요. 초등학교 때까진 그러다가 중·고등학교 때 자아가 생기고 친한 친구들이 생기면서 성격도 좀 더 쾌활해졌는데 그때도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진 못했어요. 친구들 덕에 밝아지고 수다를 떨고 경쾌했지, 본성은 좀 많이 내성적인 것 같아요.”

고 김성재의 선물

고교시절 김하늘이 의류광고 모델이 된 것도 친구들의 공이 크다. 당시 그는 남성듀오 ‘듀스’의 멤버였던 고 김성재를 좋아했다. 그것을 알고 친구들이 어느 날 김성재의 사진을 가져와 그에게 보여줬다. 김성재가 전속모델인 스톰 광고사진이었다. 친구들은 사진 하단에 난 한 줄짜리 모델 모집공고를 가리키며 한번 도전해보라고 부추겼고, 그도 자신의 우상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모델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사람(김성재)이 보고 싶었어요. 그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겠단 생각으로 사진을 보냈는데 1년 뒤 재수할 때 연락이 왔어요. 원래 여자모델을 뽑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뽑으니 오디션 보러 오라고요. 알고 보니 오디션 담당자가 제 사진을 버리지 않고 금고에 보관하고 계셨더라고요(웃음).”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해 스톰 2기 모델로 선발됐지만 그가 바라던 김성재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성재가 그 사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탓이다. 그때까지 진로를 정하지 못한 그는 모델이 돼서야 자신의 길을 찾아 서울예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그해 그는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바이준’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 연기를 막상 해보니 몸에 잘 맞던가요?

“처음에는 너무 괴로웠어요. 연기를 못해서 혼나도 저 자신을 탓하기보단 남을 원망했어요. ‘당신들이 원했잖아. 근데 난 힘들어. 난 모르겠어’ 하고요. 하지만 연기 경험이 없는데도 내 이미지와 가능성을 보고 캐스팅한 사람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당시에는 여려서 상처도 많이 받았어요. 그 작품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을 정도로요.”

▼ 정말 많이 힘들었나 보네요.

“그때는 매니저도 없었고 겨울에 촬영해서 무척 고생스러웠거든요. 차가 없어서 새벽 대여섯 시까지 스태프가 집합하는 영화사 앞으로 달려가서 같이 밥을 먹고 촬영장으로 갔어요. 이동할 때마다 스태프들 차를 타고 다녔고요. 첫 신이든 아니든 무조건 새벽 6시까지 가야 하니까 적응이 안 되고 너무 힘들어서 남모르게 두 번을 엉엉 울었어요. 우는 모습을 들키는 게 자존심이 상해서요.”

▼ 그리 힘들었는데 어떻게 극복한 거죠?

“힘든 와중에도 슬슬 재미가 붙더군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재미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 60, 70명이 한 작품을 위해 모였는데 그 안에서 내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현장 분위기가 싫지 않았어요. 힘들었지만 작품을 무사히 끝내고 나니 광고 제의도 많이 들어오고 매니저들한테서도 연락이 많이 왔어요. 그때 매니저가 생기면서 ‘해피투게더’를 시작으로 드라마에도 출연하게 됐죠.”

마음을 움직이는 눈물

지금까지 그는 영화 13편과 드라마 11편을 찍었다. 작품 편수는 영화가 더 많지만 궁합으로 치면 드라마가 한 수 위다. 영화 흥행성적은 작품에 따라 기복을 보였지만 드라마는 예외 없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김하늘도 그것을 신기해했다. 작품 고르는 안목이 남다른 것일까.

“글쎄요. 매니저랑 같이 고르는데 그저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을 선택할 뿐이에요. 제 마음에 깊이 와 닿는 작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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