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인터넷 글 퍼 나르기, 걸면 걸린다

  • 입력2012-03-21 10: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터넷 글 퍼 나르기, 걸면 걸린다

    인터넷 저작권 토론회 모습.

    요즘 인터넷이 없이는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다. 자연히 인터넷과 관련된 법률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불법 다운로드와 같은 저작권 침해, 악성 글로 인한 명예훼손, 온라인쇼핑몰 관련 분쟁, 보이스피싱 등 온라인 금융피해가 있다. 10년 전에는 흔치 않던 유형이다. 인터넷에 열중하는 사람이라면 이 중 한두 가지는 경험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법무법인으로부터 저작권 침해에 대한 합의금을 요구받을 수 있다. 인터넷쇼핑몰에서 파격 세일하는 물건을 구입해 결제했는데 판매자가 돈만 받고 튈 수 있다. 급히 돈이 필요하다는 메신저 친구의 부탁을 받고 송금을 했지만 보이스피싱일 수 있다. 이런 일을 겪지 않았다면 운이 좋은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저작권 관련 문제로 낭패를 보는 네티즌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저작물 시장의 경우 불법 복제물로 인한 시장침해가 2008년 2조4234억 원, 2009년 2조2497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온라인상 시장침해가 2009년 1조4251억 원으로 전체 침해규모의 63%를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돈과 노력을 쏟아 부어 만들어놓은 저작물이 불법 복제돼 투자금을 날리고 망할 지경에 놓인 저작권자가 빈번하게 나왔다. 이제 이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저작권 분쟁의 범위도 넓어졌다. 흔히 불법 복제라고 하면 떠올리는 영화파일이나 음악파일 외에도 사진, 문서, 신문기사 등도 쟁점이 되고 있다.

    사실 전달 기사 vs 사상 표현 기사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이러한 저작물을 만든 사람을 저작자라고 한다. 저작권법은 저작자가 가지는 재산상 권리로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둔다. 누군가 이 중 어느 하나의 권리라도 침해하면 저작권 침해행위가 된다. 민사상 손해배상뿐 아니라 형사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블로그 운영에 열심인 A씨는 한 유명 블로그 게시물의 인터넷 주소를 자기 블로그에 링크로 걸어뒀다. 이 링크 덕분에 A씨 블로그 방문자가 부쩍 늘었다. 그러나 A씨는 링크를 거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죄가 되는지 내심 걱정하고 있다.

    인터넷 링크는 어떤 웹페이지에 게시된 저작물 등의 위치 정보 또는 경로가 연결되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블로그 사용자는 링크된 하이퍼텍스트를 클릭하면 연결된 웹페이지로 이동해 저작물을 볼 수 있다. 링크 걸어두기가 저작권법상 복제 또는 전송에 해당하는지 아닌지가 법정에서 여러 차례 다투어졌다.

    저작권법상 복제는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및 그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전송은 일반 공중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을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해 송신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인터넷 링크는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이 아니므로 복제에 해당하지 않으며 저작물을 송신하는 것도 아니므로 전송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2009다80637). 단순한 인터넷 링크는 저작권 침해행위가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그러나 인터넷 링크가 모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링크 중 임베디드 링크 또는 프레임 링크라는 것이 있다. 이러한 링크는 다른 웹사이트의 저작물을 자신의 웹사이트 내용처럼 보이도록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블로거 B씨가 모 신문에 난 기사가 마음에 들어 기사 내용을 복사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될까.

    사실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는 저작권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실 전달이 아니라 글쓴이의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된 기사는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부고, 승진, 일기예보와 같이 매우 단순한 형태의 사실보도 기사뿐 아니라 사건사고를 사실에 입각해 보도한 기사라면 사실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시사보도 이외에도 법률, 법령, 법원 판결도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에 속한다.

    출처만 밝히면 괜찮다?

    그러나 사설, 칼럼, 논평과 같은 기사는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흔히 출처를 밝히고 스크랩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큰 오산이다. 저작권법은 적법하게 저작물을 사용하는 경우라도 출처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 아무리 출처를 밝히더라도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저작권 침해를 피해갈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기사 활용 방법은 해당 기사의 인터넷 주소를 이용한 링크 걸기일 것이다. 해당 언론사에 일정한 대가를 주고 기사 사용권을 구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생각보다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최근 모 미용실과 피부클리닉은 자신의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모 연예신문 명의의 인터넷 게재 연예인 사진을 복사해 올렸다. 그러자 해당 연예신문은 이 미용실과 피부 클리닉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 청구 통지를 보냈다. 영세업주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일이다.

    이 연예신문은 인터넷에 게재된 사진저작물에 무단배포 및 전제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으므로 이를 허락 없이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용실과 피부클리닉은 개인 블로그나 카페에 올린 것이고 이러한 관행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사전에 한마디 경고도 없이 바로 과다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라고 항변했다.

    사진은 기계를 이용해 기존에 존재하는 사물을 복제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저작물로 인정되는지가 문제가 됐다. 증명사진과 같이 피사체를 충실히 복제하는 데 그치는 사진은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피사체의 선택,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앵글의 설정 등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발현되었다면 사진도 저작물로 인정된다.

    따라서 사진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선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미용실이나 피부클리닉의 웹페이지와 같이 상업적 목적으로 개설된 공간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저작권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데 있어 미리 경고를 하라는 법은 없다. 남들도 다 하는 관행인데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항변도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강의 내용을 MP3 플레이어에 녹음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까? C씨는 학원의 강의 내용이 너무 어려워 MP3로 강의를 녹음해뒀다. 그런데 C씨는 이것을 PC의 공유폴더에 넣었다. 이후 P2P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 명이 이 파일을 퍼갔다.

    위험은 실제상황

    수업시간의 강의는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속한다. 따라서 강사의 허락 없이 강의내용을 녹음하는 행위는 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고 해도 C씨가 녹음한 파일을 혼자만 들었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작권법은 공표된 저작물에 대해 영리 목적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이용하며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복제해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범위를 넘어 여러 사람과 저작물을 공유하는 행위를 하면 저작권 침해가 된다.

    인터넷 글 퍼 나르기, 걸면 걸린다
    그러나 C씨가 강의 녹음 파일을 공유폴더에 넣어놓은 행위가 저작권법상 배포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배포란 저작물의 원작품이나 복제물을 유형물의 형태로 일반 공중에게 양도, 대여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MP3 파일을 다른 사람이 손쉽게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공유폴더에 담아둔 것만으로는 배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2005도872).

    인터넷이 우리에게 주는 편익은 크다. 그러나 그 대가로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도 결코 만만치 않다. 이 위험은 실제상황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