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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에세이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

  • 이상경│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 kaylee87@nate.com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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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읽고 미래를 내다보려면 역사를 탐구하라

소파 선생이 ‘어린이’ 지를 발간하던 1920년대는 젊음이 추앙받던 시대였고, 격변의 시대였다. 새로운 사상과 생활태도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들어오던 근대적 관념들은 새로운 매체들을 통해 급속히 번졌고, 전통과 충돌했다. 어린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근대적 사고방식은 ‘어린이’라는 새로운 잡지 매체를 통해 조선 민족 전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동을 위한 제도와 이념도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하지만 그 당시 소년들이 어린이를 위한 제도와 이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만큼 ‘어린이’지의 독자 참여 양상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었다.

독자투고 동향을 연구한 결과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다. 독자가 전국 각지에 고루 분포하고 이 잡지를 통해 연대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독자투고자 가운데 경성의 윤석중, 진주 소용수, 마산 이원수, 언양 신고송, 대구 윤복진, 울산 서덕출, 김천 승용순, 수원 최순애, 원산 이정구, 안주 최경화, 안변 서이복 등은 나중에 ‘기쁨사’라는 동인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어린이’는 1920년대 소년들에게 그들의 ‘조선’을 상상하게 하는 유력한 매체였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독자 참여는 ‘어린이’의 독자라는 공동체 안에서 청소년이 조선이라는 정서적 민족정체성을 깨닫고 지면 위에 온전한 조선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 잡지는 그 당시 10만 부를 발행했는데 한 권을 여러 명이 돌려 읽던 시절이었으니 그 영향력이 지금의 어떤 매체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대했을 것이다.

3년간 추진하기로 하고 시작한 이 연구 프로젝트는 첫 번째 발표회에서부터 많은 과제를 안겼다. 앞으로 어린이라는 말이 처음 쓰이게 된 배경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할 대상으로서 소개되고 정착되는 과정, 전체 사회운동 속에서 어린이운동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됐는지를 끈질기게 알아내는 일은 참으로 설레고 보람된 작업일 터. 다만 그 시대를 우리가 너무 모르고 있다는 건 여전히 안타깝다. 이제라도 이런 연구를 지속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
李相卿



1955년 경기 남양주 출생

1975~79년 연세대 사회학과 학사

1979~83년 이화여대 철학 석사

1997~2002년 연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재 현대리서치연구소 대표이사, 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


최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역사적 추적과 고찰을 통해 현재를 읽고 미래를 예측하려면 과거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야 한다. 나 역시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더 깊고 넓게 역사를 파고들 참이다.

이번 작업을 지켜보면서 얻은 뜻 깊은 교훈은 역사를 알아야 현재가 더 분명하게 읽힌다는 것이다. 봉인된 뚜껑을 열어보니 커다란 보물이 가득 담긴 걸 알아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앞으로도 전문 연구자들과 함께 그 보물의 또 다른 가치를 꾸준히 내보일 수 있길 바란다. 오늘보다 한층 더 성숙한 내일을 위해.

신동아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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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 kaylee8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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