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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교수의 新經筵 ④

세상은 욕심 많은 암흑시대…“공자의 정명正名으로 횃불 밝히자”

  •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세상은 욕심 많은 암흑시대…“공자의 정명正名으로 횃불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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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욕심 많은 암흑시대…“공자의 정명正名으로 횃불 밝히자”

공자.

“그런 것뿐입니까? 왜 핵심을 말씀하시지 않고 이렇게 겉도는 이야기만 하십니까? 어찌 바로잡는 일을 하시는 것입니까?”

자로는 눈앞의 급한 문제를 바로 해결하는 것이 정치라 생각한 것이다. 지금의 상황으로 말한다면, 정치인들의 비리를 바로 척결하고, 경제적으로 드러나는 여러 가지 문제, 말하자면 저축은행의 문제 등을 바로 해결하며, 학교 안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들을 엄벌에 처함으로써 학교문제를 즉각 해결하는 것 등이 정치의 급선무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잡는 것을 제일 먼저 하겠다는 공자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핵심을 비켜가는 것이라 비난한 것이다. 자로의 말을 들은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로야 네가 왜 이렇게 촌스러운가! 군자는 자기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법이다. 이름이 바르게 되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도덕적 삶과 법질서가 유지되지 않는다. 도덕적인 삶과 법질서가 유지되지 않으면 형벌이 정확하게 시행되지 않고, 형벌이 정확하게 시행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발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군자가 이름을 정확하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만들어놓으면, 말이 알맞게 나오는 법. 알맞게 나온 말에는 반드시 실천이 따른다. 그래서 군자는 말을 구차스럽게 하는 법이 없다.”

공자가 정치의 근본에 대해서 이처럼 장황하게 말한 까닭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근본은 사람들로 하여금 욕심을 없앰으로써 각각의 일을 깨끗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모든 문제는 사람들의 무한한 욕심 추구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리더들은 욕심을 줄이는 정책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욕심을 자꾸 키우면서 법이나 제도를 보강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해 사람들의 욕심을 더 부추긴다.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더 황폐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되었다. 자로처럼 문제를 성급하게 해결하려 하면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하게 얽힐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지엽적인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는 법이다. 공자의 정명사상이 오늘날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큰 진리가 행해지면 모든 사람이 천하의 주인”

사람들은 욕심을 버릴수록 마음이 맑아지고 깨끗해진다. 그런 사람들이 군자이고 천사다. 그런 사람들이 가득한 나라가 천국이고, 그런 사회가 이상사회다. ‘예기’라는 책의 ‘예운편’에는 이상사회에 대한 공자의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큰 진리가 행해지면 모든 사람이 천하의 주인이 된다. 그런 세상에서는 어질고 유능한 자들이 리더가 되어 사람들을 미덥게 만들고 화목하도록 유도한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기의 부모만을 받들지 않고 남의 부모도 자기의 부모처럼 받든다. 또 자기의 자녀만을 챙기지 않고 남의 자녀도 자기의 자녀처럼 챙긴다. 그래서 모든 노인은 삶을 잘 마감할 수 있고, 모든 젊은 사람은 일터에서 일을 할 수 있으며, 어린이들은 모두 잘 자랄 수 있었다. 홀아비와 과부와 고아와 자녀 없는 노인들, 그리고 폐질자(廢疾者·장애인)들까지 모두 잘 봉양받을 수 있다. 남자들은 모두 어울리는 직분을 가지고 있고, 여자들은 다 시집을 간다. 돈이나 재물이 땅에 떨어져 버려지는 것은 싫어하지만, 그것을 주운 자가 자기 것으로 삼는 일은 없다. 힘든 일은 자기가 먼저 나서서 하지만, 자기를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불만을 토로하는 모의들이 일어나지 않고, 남의 물건을 훔치는 자들과 사회를 어지럽히는 자들이 없다. 그래서 문을 밖으로 열어두고 닫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를 대동(大同)이라 한다(大道之行也 天下爲公 選賢與能 講信修睦 故人不獨親其親 不獨子其子 使老有所終 壯有所用 幼有所長 矜寡孤獨廢疾者 皆有所養 男有分 女有歸 貨惡其棄於地也 不必藏於己 力惡其不出於身也 不必爲己 是故 謀閉而不興 盜竊亂賊而不作 故外戶而不閉 是謂大同).”

위의 내용은 지상에 건설된 천국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천국에서는 모두가 하나다. 모두가 하나이기 때문에 천하는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천하가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천하의 주인이다.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다. 모든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가 다 주인공이다. 사람의 욕심으로 보면 장미꽃은 가치가 있지만 오랑캐꽃은 가치가 없다. 그러나 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장미꽃 백만 송이를 합해도 오랑캐꽃 한 송이의 아름다움을 흉내 낼 수 없다. 오랑캐 꽃 하나를 피우기 위해 태양이 계속 비추었고, 지구가 쉬지 않고 돌았으며,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으며, 소쩍새도 울었다. 말하자면 전 우주가 동원되어 오랑캐꽃 한 송이를 피운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면 오랑캐꽃 한 송이는 우주의 주인공이다.

이처럼 천국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천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같고 모든 존재가 다 주인공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습이 다 같고 능력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모습과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고 물체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그중에서 현명하고 능력 있는 자가 나서서 사람들을 한마음을 가지도록 유도하고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도록 가르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기 부모만 받들지 않고 자기 자녀만 챙기지 않는다. 모두의 부모를 자기 부모처럼 받들고 모두의 자녀를 자기 자녀처럼 보살핀다. 그래서 노인들과 젊은이들과 어린이들, 그리고 외로운 이와 병든 이들까지 모두가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천국에서는 노인들이 할 일을 다 마치고 죽는 것을 즐거운 일로 여긴다. 모두가 하나로 여기고 사는 사람은 모두가 다 살기를 바란다. 모두가 다 사는 방식은 늙은 사람이 죽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늙어서 할 일을 마친 사람은 자기 몸이 죽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마치 할 일을 다 마친 잎들이 곱게 물들어 떨어지는 것처럼, 곱게 늙어 행복하게 죽는다. 그렇게 죽는 것을 공자는 ‘잘 마친다’는 의미에서 ‘종(終)’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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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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