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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역설과 대한민국의 국가전략

풍전등화- 북핵 위기

  • 김태현|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위기의 역설과 대한민국의 국가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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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즉사 기즉생(固卽死 棄卽生)

9월 15일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으로 떨어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9월 15일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으로 떨어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를 지켜보며 웃고 있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9월 16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이다.[뉴스1]

지금의 위기가 전과 다른 것은 더는 봉합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봉합은 곧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 되면 나라와 겨레의 앞날이 캄캄해진다. 북한의 잦은 핵 공갈로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경제에 대한 지정학적 부담이 커진다.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 외교적 자주성은 더욱 낮아진다. 미중 갈등과 같은 지역 내 강대국 권력정치를 촉발하고 그 속에서 휘둘리게 된다. 그것을 견디지 못해 자체 핵무장을 시도하면 북한처럼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경제제재를 당해 분단된 민족이 동반 몰락한다. 단군 이래 최고라는 지금의 성세(盛世)는 한 세대에 그치고 강대국에 짓밟혀 신음했던 과거의 전철을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다. 영화 ‘남한산성’의 개봉은 시의 적절했다.

활로가 없지 않다. 위험과 기회를 아울러 가지는, 그리고 위험이 크면 기회도 커지는 위기의 역설 때문이다. 위기는 변화를 위한 동력이고 변화는 개선의 가능성을 포함한다. 북한의 핵 문제는 암세포와 같다. 계속 자라면서 간헐적으로 고통을 주었다. 그 고통이 바로 위기였고 지금껏 그것을 진통제로 무마해왔다. 고통이 있었기에 그나마 위험을 깨달았다. 지난 10년간 위기가 없어서 오히려 문제가 악화됐다. 암세포가 자라는 것을 빤히 바라보면서도 그것을 해결할 동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위기가 와서 새로운 동력이 생겼다. 지금의 위기에는 더이상 진통제 처방이 통하지 않는다. 대수술이 필요하다. 그 대수술을 통해 한민족이 환골탈태(換骨奪胎), 세계 속 중심 국가로 굳게 자리 잡을 기회가 지금의 위기 속에 있다.

북한이 여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단행한 지금, 목표는 핵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다. 북한 핵은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없애야 할 것이 됐다.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계속 언급되고 국민이 두려워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북한이 스스로의 손으로 안전하게 제거하면 되기 때문이다.


장갑차 vs 경차의 치킨게임

문제는 북한이 그럴 리 없다는 데 있다. 그렇게 하도록 압박하고 회유해야 한다. 그 압박과 회유 수준을 놓고 국론이 분열됐다. 정치권은 국론을 통합하기보다 분열을 더욱 증폭했고 그 속에서 역대 정부가 무기력하게 수수방관한 결과 지금에 이른 것이다. 정치권이 단기적 정치이익이 아닌 국가와 민족의 백년대계라는 관점에서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국론을 이끌지 않으면 역사와 후손에게 천추의 한을 남길 시점에 이르렀다. 무엇이 필요한가?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첫째, 그것이 하나의 선택지가 돼야 한다. 핵을 고집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이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올 때 선택지가 된다. 둘째, 핵을 포기하는 것이 고집하는 것보다 낫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핵을 고집하면 ‘죽고’ 핵을 포기해야 ‘산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 말로는 간단한 이 논리를 여태 풀지 못한 것은 그 정반대, 즉 핵이 있어야 살고 없으면 죽는다는 북한의 생각을 뒤집지 못했기 때문이다. 완성을 눈앞에 둔 이제 와서 그것을 뒤집어야 한다는 데 현 국면의 비상함과 비장함이 있다.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핵을 고집하면 ‘반드시 죽는다’고 믿게 하려면 선택 여하에 따라 압살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보유해야 한다. 경제제재와 군사 행동이 그 방법이다. 작년 이래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거듭하며 폭주함에 따라 경제제재 수위가 갈수록 높아졌다. 그러나 경제제재는 느리고 결정적 효과는 미지수다. 그에 따라 미국도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말과 행동으로 거듭 시사하고 있다. 북한이 아사(餓死)하거나 타살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객관적 상황이 아니라 그에 대한 북한 생각이다. 북한 지도부가 이러다간 정말 죽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모든 군사적 위기가 그렇듯 지금 상황은 미국과 북한이 자동차를 몰고 마주 달리는 치킨게임과 같다. 끝까지 달리면 공멸이다. 먼저 핸들을 꺾으면 진다. 이기려면 상대로 하여금 내가 끝까지 달린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치킨게임은 배짱싸움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미치광이’를 자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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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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