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호

서쪽

  • 황학주

    입력2013-07-19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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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포대기같이 구릉이 뒤집히며

    모래바람 불어올 때



    죽은 새끼를 끝내 데리고 가겠다고

    성지 성화(聖地 聖畵), 텅 빈 사막에



    검은 들소가 울고 있다



    서쪽

    일러스트·박용인

    수심(水深)이 깊다



    그만

    지평선이 네 배꼽 밑까지 허기져 내려가겠다



    나는 뒤돌아서며

    가시나무꽃이 비치는

    너의 마른 샘 같은 눈으로

    나를 만져본다

    먹먹하게 너를 바라본다



    휘어진 소뿔 하나가 멍울져

    서쪽 하늘 붉고 환해진다

    황학주

    ● 1954년 광주 출생
    ● 1987년 시집 ‘사람’으로 등단
    ● 서울문학대상, 서정시학 작품상, 애지문학상 등 수상

    ● 작품집 : 시집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노랑꼬리 연’ 등

    ● 現 시 계간지 ‘발견’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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